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국현대미술작가: 최만린

  • 2014-04-08 ~ 2014-07-06
  • 과천 제 1 전시실 및 중앙홀
  • 조회수2072
  • 공유하기

전시정보

한국현대미술작가: 최만린
최만린, <이브 65-8>, 1965
최만린, <이브 65-8>, 1965
최만린, <이브 58-1>, 1958
최만린, <이브 58-1>, 1958
최만린, <현(玄)>, 1966
최만린, <현(玄)>, 1966
최만린, <아(雅) 77-5>, 1977
최만린, <아(雅) 77-5>, 1977
최만린, <태(胎) 78-13>, 1978
최만린, <태(胎) 78-13>, 1978
최만린, <맥(脈) 85-5>, 1985
최만린, <맥(脈) 85-5>, 1985
최만린, <O 93-8>, 1993
최만린, <O 93-8>, 1993
최만린, <O 95-11>, 1995
최만린, <O 95-11>, 1995

1935년생인 최만린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체험한 현존하는 마지막 세대의 작가이다. 동시에 한국전쟁 이후 국내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활동한 첫 번째 세대에 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치에서 그는 단절된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의 조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냈다. 또한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기반이 열악한 조각 분야에서 작가이자 교육가, 행정가로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한국 조각계를 이끄는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 후반의 초기 작품에서 시작하여, 최근의 신작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작업의 흐름을 읽어본다. 60년에 이르는 작품세계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한 작가가 전쟁이라는 청년시절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인간과 생명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를 평생의 작업동기로 삼아 전개시켜나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폐허를 딛고 일어서려는 인간의 생존의지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하여, 이러한 무수한 생명의지들이 이루는 자연과 우주의 섭리에 대한 발견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는 한국 조각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의지와 맞물려 작가의 독자적인 조각 양식으로 완성되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 근원적 형태에 대한 탐구는 모든 것을 버리고 비움으로써 얻어지는 무한히 열린 세계로 귀결된다. 

 

 

1. 인간: 1958-196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일본에서 수학한 스승들을 통해 유입된 서양식 미술교육을 받은 최만린은 인체를 소재로 삼아 조각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에 탄생한 <이브>는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난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거친 표면과 팔다리가 잘린 듯한 형상은 작가가 사춘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연상시킨다.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은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가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이브> 연작은 인체에 대한 조형적 탐구가 곧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관심이라는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 뿌리: 1965-19773 

작가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 양식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형식적 모색기이다. 최만린에게 이 시기는 뿌리를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첫 번째는 한국 조각의 원형을 찾는 것으로, 이는 감상용 조각의 전통이 부재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서구적 틀을 벗어나 한국적 조각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 기인한 것이었다. 두 번째는 여러 예술 운동이 집단적으로 전개되던 당대 한국미술의 분위기 속에서 어떠한 인위적 범주나 관념에도 침범되지 않고 온전히 고유한 개인의 조형언어를 뿌리내릴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일구는 일이었다. 

 

(天地玄黃) 

<이브>의 성공 이후, 최만린은 서구식 조각 교육의 바탕에서 탄생한 인체 조각에 한계를 느끼고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근대적인 형태를 지향하면서도 그 바탕이나 뿌리는 한국의 전통에 두어야 한다는 의식은 이 시대에 활동한 많은 작가들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특히 최만린은 한국 조각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이 문제에 강박적으로 매달렸다. 그는 서양식의 논리적, 분석적 사고를 벗어나 한국 땅에서 자생한 조형언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서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자의 서체를 형상화한 조각이 탄생했다. 이는 연필을 버리고 붓을 잡으면서 분석적 사고에서 직관적 사고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는 기호와 의미,형태가 결합된 한자의 서체에서, 형식과 내용의 구분이 없는 통합적이고 직관적인 추상조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로댕과 미켈란젤로를 배웠지만 서양미학이 자신의 모습이 될 수는 없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조각이 없는 나라이다. (…) 우리의 조각이란 무엇일까가 나의 화두였다. 이 강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내 관심은 그 폭이나 크기를 재는 일보다 그 근원이 되는 산꼭대기 물방울에 있었다.”  

최만린, 『월간미술』(2001 6월호) 인터뷰 중 

 

일월(日月) 

우주의 원리를 상형화한 천자문의 서체에서 새로운 조각의 실마리를 발견한 작가는<이브> 시절에 싹튼 생명에 대한 관심을 동양철학의 자연관과 자연스럽게 결합시켰다. 그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이루는 우주의 원리, 자연의 이치를 음양사상과 연결시켜 형상화한 <일월>, <천지> 등의 연작으로 구현되었다. 이 작품들은 매끄러운 표면의 청동을 사용하여 원이나 수직선을 암시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O> 등 이후 작업의 형식적 틀이 이 시기에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천지(天地) 

<천지> <일월>과 같은 맥락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 <천지>는 상승하는 수직선을 기본 축으로 하여, 돌출하는 듯한 짧은 수평적 움직임과의 대비 및 조화를 통해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형태는 뒤이어 등장하는 <> <> 시리즈의 형상으로 발전된다 

 

()  

철 용접 작업인 <>는 최만린은 1970년대 중반에 미국 뉴욕의 프랫 대학에서 수학한 시절에 시작되었다. 작가에게 짧은 외국 생활은 오히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국적 조각에 대한 의지를 강화시켰다. <> 연작은 철을 작은 단위로 용해한 후 한 방울씩 쌓아 올려 만든 것으로 구불구불한 원, 상승하는 수직선 등의 형태에서는 다른 작품들과 유사한 맥락을 보이나 제작과정이 훨씬 더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암시된다. 

 

 

3. 생명: 1975-1989 

()

197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 간 제작된 <> <이브>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연작이다. <>는 생명이라는 주제가 우주의 원리나 자연의 이치와 같은 총체적이고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벗어나 훨씬 더 직접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으로 구체화된 결과이다. 동물의 장기를 연상시키는 꿈틀거리는 듯한 유기적 형태는 원초적인 생명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또한 시작과 끝이 서로 엇갈리고 맞물리며 무한한 운동감을 암시하고 있어, 이 작품이 생성과 성장, 소멸이라는 생명의 순환운동과 연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 <>가 주를 이루던1980년대에 일시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생명에너지의 형상화라는 점에서 <>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가 생명의 근원적인 형태를 생물체의 유기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했다면, <>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에너지, 즉 기()를 사방으로 확장하는 강한 힘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비움: 1987-2014 

()

<> 연작은 10여 년에 걸쳐 <>시리즈를 지속했던 작가가 다시 한번 자신을 다잡고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것이다. 삼차원의 공간을 채우는 조형 작업에서 점은 형태가 탄생하는 순간, 즉 모든 것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것은 또한 작가가 자생적 조각을 고민하던 1960년대 후반에 종이에 붓으로 점을 찍으면서 점과 선, 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차원을 깨달았던 경험과도 연관된다. 두 가지 재료를 혼합적으로 사용하여 돌출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표현법은 새싹이 흙을 뚫고 발아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O  

<이브>부터 <>에 이르기까지 전개되던 생명의 근원 형태라는 주제는 이 모든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개념적인 차원을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로 귀결되었다. <O>연작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의지가 가장 환원적인 방식으로 표현된 결과이다. <O>라는 제목은 개념이 형태를 앞서거나 규정짓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모든 불필요한 설명을 삭제하고, 부차적인 것을 버리려는 작가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이는 또한 생명의 뿌리, 근원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 모든 것을 비우고 버림으로써 또 다시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세계에 이르렀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 작가
    최만린
  • 작품수
    조각, 드로잉 등 200점

전시인쇄물

IE/2010PM/0150
IE/2010PM/0150
  |  
IE/2010PM/0151
IE/2010PM/0151
  |  
IE/2010PM/0152
IE/2010PM/0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