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멋의 맛_조성묵》전

  • 2015-12-01 ~ 2016-06-06
  • 과천 제 1원형전시실
  • 조회수2247
  • 공유하기

전시정보

《멋의 맛_조성묵》전
조성묵, <메신저 & 커뮤니케이션>, 1995
조성묵, <메신저 & 커뮤니케이션>, 1995
조성묵, <메신저 & 커뮤니케이션>, 1998
조성묵, <메신저 & 커뮤니케이션>, 1998
조성묵, <메신저 9314>, 1993
조성묵, <메신저 9314>, 1993
조성묵, <빵의 진화>, 2008
조성묵, <빵의 진화>, 2008
조성묵, <빵의 진화>, 2008
조성묵, <빵의 진화>, 2008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빵의 진화>, 2009
조성묵, <메신저>, 1993년경
조성묵, <메신저>, 1993년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역사적 정립을 목표로 지향하면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를 마련하였다. 이 기획은 한국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원로 예술가들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고 정리함으로써 인물 중심으로 한국현대미술사의 면면을 살펴본다. 《멋의 맛_조성묵》전 또한 이 기획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전시이다. 시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조형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한국현대조소의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원로 조각가 조성묵(趙晟黙, 1940~2016)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현역작가로서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었다.

1940년 충남 대전에서 출생한 조성묵은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에서 공부하였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 제9회 《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현대 한국의 미술계에 처음 등장한 전위조각단체인 원형회에 참가하고, 이후 대표적인 전위미술단체인 AG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 현대조각의 전위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동참하였다. 196~70년대 당대 현대조각의 최전선에 서있던 추상조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하던 작가는 이와 더불어 산업생산된 기성품을 재료로 끌어들임으로써 일상 속의 사물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실험에 있어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이러한 초창기에 작가가 작업했던 드로잉들이 여러 점 출품된다. 이 초기 드로잉 중 인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인체의 굴곡과 곡선을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돌이켜 볼 때 여기에 드러나는 유선형의 형태들은 향후 의자의 형태를 따라 제작한 <메신저> 연작들에서 반영되는 인체의 형상들을 미리 예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초창기 드로잉 중에는 이와 같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그려진 작품들 이외에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바로 종이를 담뱃불로 지져서 뚫어낸 흔적들을 중첩시켜 만들어낸 드로잉들이다. 예술작품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관한 용어로 우리에게 익숙한 ‘아우라’가 있다. 본디 ‘아우라’란 그리스 말로 숨을 뜻한다. 담뱃불이란 작가가 들이쉬고 내쉬는 들숨날숨에 의해 불타오르는 것일진대, 그렇다면 본 작품들은 말 그대로 작가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 할 만하다. 말하자면 작가의 숨결에서 비롯된 창조정신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담뱃불로 그린/그을린 드로잉들은 또한, 산업생산된 기성품들을 재료로 삼았던 작품들과 함께, 작가가 지녔던 일상성에 대한 관심을 잘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작품들에서 보이듯 음식이나 기호품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젊은 날의 매우 이른 시기부터 발원했다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선구자적인 모색의 시기를 거친 작가는 1970년대 후반 이후 1980년대에 들어와 <메시지> 연작을 꾸준히 발표함으로써 물질의 성질을 뛰어넘는 인식의 문제를 다루었다. <메시지>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이 일련의 작품들은 돌이나 청동을 재료로 하되, 종이를 접었다가 펼쳤을 때 생기는 주름과 접힌 자욱 등을 연상시키는 환영을 표면에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들이다. 즉 이 사실적 묘사를 통해 구현되는 환영으로 돌과 금속이라는 재료의 속성을 뒤바꾸어놓는 인식, 바로 그것이 작가가 전달코자하는 메시지가 된다. 이 연작들 중 한 작품은 1980년에 열린 동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고, 이는 조성묵이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된다. 이어서 작가는 1981년 미술회관에서 마흔 줄에 들어선 적지 않은 나이에 마침내 <메시지> 연작들을 중심으로 첫 개인전을 갖는다.

이후 1985년, 오랜만에 가진 두 번째 개인전에서 조성묵은 확연한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종이나 흙 등 비교적 부드럽고 무른 재료를 주로 사용하여, 첫 번째 개인전을 갖던 시기의 금속이나 돌 등 단단한 재료들과는 크게 대조되는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은 모종의 형태를 갖추어 가는 상태 속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원시적 주술성의 느낌을 자아내었다. 한편 이 시기에 변화의 전기를 모색해가던 작가는 별다르지 않던 일상 속에서 작가경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맞게 되는데,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의자를 보고 문득 그 조형적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1980년대 후반 이후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의자의 형상에서 비롯한 <메신저> 연작의 제작과 발표에 주력하였는데, 이 <메신저> 연작은 작가 조성묵의 작품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하게 된다. 작가에 의하면 의자는 수직과 수평의 지지대, 기능성과 비기능성, 결합 등 조각적 측면의 모든 구성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조각의 관점에서 볼 때 시각적이고 영적인 면의 상징과 은유를 내포한 완벽한 대상물이다. 의자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로서, 아주 평범한 일상의 요소를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리는데 작가에게 크게 유용한 역할을 하여주었다. 그 뿐 아니라 의자는 가구 중에서도 인체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인체의 형상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조각의 요소를 도입하는 데에도 훌륭한 해결책이 되었다. 아울러,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자는 선과 선이 연결되는 기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바, 덩어리를 빚거나 깎아내는 전통적 조각의 관습에서 벗어나 비어있는 공간과 선적 구조가 빚어내는 설치의 효과를 통해 더욱 현대적인 조각의 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데 극히 유용한 소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한동안 의자 형상의 조각양식을 정립하는데 몰두하며, 이는 1990년대 중반 들어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 키엘미술관, 이탈리아 무디마 현대미술관 등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왕성한 활약을 펼치는 발판이 된다.

<메신저> 연작을 통하여 스스로를 대표하는 독자적 조형양식을 정립한 조성묵은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과 모색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재료의 측면에서 끊임없는 실험을 추구하던 중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국수라는 매우 특이한 재료를 발견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작가는 국수에서 서정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온화하고 평화스러운, 약하고 쉽게 부스러지지만 그 자체로 존재할 이유가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재료의 가능성을 꿰뚫어보았다. 이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제목 아래 제작한 설치작품들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과 집기들이 온통 뽀얀 빛의 국수로 뒤덮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요리로 가공되어 음식물로 변하기 전의 국수는 하얀 빛깔을 띠고 가느다란 선의 모습을 갖고 있다. 이런 희뿌연 빛의 가느다란 선이 반복되고 쌓아올려져 만들어내는 공간은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공간의 모습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독특한 감각의 설치작품을 발전시켜 나가며 <커뮤니케이션> 연작을 발표해오던 작가는 최근 들어 다시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모색하였다. 이번에는 합성수지를 재료로 하되 마치 빵과 같은 느낌을 풍기며 의외의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세계를 진화시킨 것이다. 2010년에 열린 대규모 개인전에서 대거 선보인바 있는 최근 작품은 산업용 발포 우레탄으로 제작하였으되 표면을 그을림으로써 마치 갓 구운 곰보빵을 방불케 하는 외양으로 각종 일상용품과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역시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환된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빵의 진화>라 명명된 이 작품들은 조성묵의 작품세계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였음을 재차 드러내었던 것이다.

이번 《멋의 맛_조성묵》전은 특히 1980년대 이후 작가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메신저> 연작과, 독특하고 참신한 재료사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모하였던 말년 작업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조성묵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오랜 세월 조소계의 중추로 활동하면서 구축한 멋의 세계가 지닌 중후함은 중량감 있는 의자 형상 조각들에서 드러나며, 감각적인 재료의 유희성이 풍기는 풍미가 돋보이는 맛의 세계는 이와 함께 어우러져 조성묵의 대표적인 작품세계를 소개할 뿐 아니라 생애 마지막 시기 작업의 변모양상도 유감없이 느껴보게 하여준다. 한편 그간 공개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던 초기 드로잉 작품들이 대거 공개됨으로써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색다른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현대조각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던 초창기에서부터, 고령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변신을 꾀하여 왔던 오늘날까지, 이 작가의 작업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해오는 것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일상성, 그 사소함들에 대한 세심한 감각이다. 하여 조성묵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표현의 순수한 자태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은 이를 탐구하여 시각적 감동을 전달하는 자유"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동시대와 호흡을 함께 하는 작가의 진취적인 작가정신을 잘 드러내는 이 자유로움을 통해,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면면들에서 예술의 가능태를 발견해내는 창조정신은 보는 이에게 또 다른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원천이 될 듯하다.

  • 작가
    조성묵
  • 작품수
    90여점

전시인쇄물

IE/2010PM/0291
IE/2010PM/0291
  |  
IE/2010PM/0290
IE/2010PM/0290
  |  
IE/2010PM/0291
IE/2010PM/02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