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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 이미지의 역사

  • 2018-12-05 ~ 2019-04-28
  • 서울 디지털정보실 3층 디지털아카이브
  • 조회수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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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미장센: 이미지의 역사

«미장센: 이미지의 역사»는 역사와 이미지의 관계를 다루어온 동시대 한국 작가들이 수집한 자료 이미지들을 아카이빙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뉴미디어 소장품 중 시민의 숲(박찬경, 2016),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송상희, 2017), 숭시(임흥순, 2011)와 관련해서, 작가들이 작품의 재료를 위해 혹은 간접적 참조를 위해 수집한 이미지 자료들을 전시한다. 이 아카이브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들의 공간인 동시에 ‘이미지들의 역사’가 상연되는 또 다른 무대(scène)다. 어떤 장면의 연출을 의미하는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단어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무대에 올린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아카이브를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하지 않은 자료들만이 아카이브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이것은 19세기에 정립된 근대 아카이빙의 원칙이다. 자료의 역사적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원칙은 매우 기묘한 역설을 던져준다. 아카이브 속의 자료들은 단지 ‘사후적 발견’에 의해서만 아카이브에 보관될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역설이 그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이 전시는, 역사가 먼저 있고 그것의 무대화가 나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역사를 무대화한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역사를 재상연하는 작업이 아니라 역사를 처음으로 구성하는 혹은, 더 미학적으로 말하면, 가시화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가시화하는 작업’으로서의 무대화 혹은 상연에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과거를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기억의 문제이며, 우리의 모든 기억은 결국 ‘이미지로서의 기억’이다. 기억은 결코 객관적 사실이나 통계적 정보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억은 주관과 객관 사이에 있는 어떤 것, 즉 이미지로 주어진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기억은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가 길을 잃는 지점에서, 우연한 발견을 통해서, 그렇게 발견된 이미지에 의해서 갑자기 주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기억은 재생이 아니라 창조다. 원인과 결과의 연결 대신, 낯선 발견이 있다.


개별 작품 간의 성격 차이는 있지만, 박찬경, 송상희, 임흥순 세 작가가 역사와 이미지의 문제를 대하는 관점도 이와 유사하다. 작가들은 방대한 자료더미에서 어떤 이미지를 찾아낸다. 혹은 현실의 풍경 속에서 과거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이 이미지들은 한편으로는 ‘발견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업을 위해 준비된 바로 그 이미지라는 점에서 ‘재발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작품 혹은 진정한 ‘역사의 이미지’는, 역사적 이미지와 이미지의 역사의 관계 속에서, 우연과 필연의 유희 속에서 만들어진다.


역사적 이미지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이미지, 타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역사적 이미지를 경유해서 이미지의 역사를 구성하는 작업은 결국 타자의 기억에 개입하는 것, 타자의 시선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타자의 기억과 타자의 시선은 나의 기억, 나의 시선과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겹쳐진다. 어떤 면에서는 이 균열 속에 작품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들과 그 주체들, 타자들, 욕망과 저항, 매혹과 균열을 다루어온 세 작가의 작품 속에서, ‘역사의 무대화’는, 때로는 권력에 의해 강요된 이미지의 힘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상투적으로 소비되어온 낡은 이미지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혹은 이미지로 가시화될 수 없는 어떤 것에 형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이미지들 사이에 관련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이 전시는 이 세 작가의 작품과 이미지 아카이브의 관계를 통해서 역사와 이미지의 관계를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 작가
    박찬경, 송상희, 임흥순
  • 작품수

전시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