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76177

비하인드시대를 거스른 그녀들이 내게로 왔다 / 강승완 학예연구실장 인터뷰

문재인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신여성 도착하다>의 기획자 강승완 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 : 청와대)
문재인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신여성 도착하다>의 기획자 강승완 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 : 청와대)




“근대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한 새로운 주체, 혹은 현상으로서의 신여성의
이미지를 다각적으로 보여드리고 있는 전시인 만큼
신여성과 지금 이 시대 여성의 위치와 역할,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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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여성 도착하다>는 언론으로부터 ‘올해 본 최고의 전시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난해 #미투 캠페인 등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어서 그런지 여성 관람객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찾고 계십니다. 지난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께서도 여성 창업가들과 함께 이곳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셨고요. 김 여사님께서는 “답습돼 오던 사회적 관념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이들이 바로 신여성인 것 같다”며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려 노력했던 신여성이 100여 년 전 겪어야 했던 사회적 장벽이 오늘날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전시회를 찾는 발길이 크게 늘어난 만큼 도록을 구매하는 분들도 많아졌는데요, 여섯 편의 논문과 작품, 자료가 포함된 전문적인 내용의 도록임에도 불구하고 개막 2주 만에 절판되어 추가로 인쇄할 만큼 호응이 높아 전시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근대 시각문화에 나타나는 ‘신여성’을 본격 조명한 국내 첫 전시인데요.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 의미는 무엇인가요?

 

‘신여성’이라는 현상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사회적 변혁 중 하나였습니다. 이 주제는 2000년대 이래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미술관에서 다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근대성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여성주의적 서사를 도입한 것입니다. 한국의 ‘신여성’은 가부장 사회의 식민주의 근대가 만들어 낸 “이상하고 모순적이며 매력적인” 산물이므로 미술사뿐 아니라 사회문화사적 그물망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서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도전을 수용, 저항하거나, 타협하면서 당당한 주체적 존재가 되고자 했던 ‘신여성’들을 미술작품과 대중매체의 다양한 문화적 산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어요. 특히 관람객들 스스로가 전시를 통해 백 년 전 ‘신여성’이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부여하려 했습니다.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 전경

 

Q. 방대한 자료가 눈에 띕니다. 준비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이번 전시의 배경이 주로 일제 강점기인데, 전쟁으로 작품이 거의 소실되어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의 발굴이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여성작가가 남긴 작품은 이 시기의 작품이 많이 없기 때문에 1950~1960년대까지 내려오는 작품도 포함하고 있어요. 작품이 100여 점, 자료가 400여 점이며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은 22점에 이르죠. 이제까지 남성 중심적 서사로 다루어졌던 우리나라 역사, 문화, 미술의 근대성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시인 만큼 회화, 조각, 자수, 사진, 인쇄 미술(표지화, 삽화, 포스터), 영화, 대중가요, 서적, 잡지, 딱지본 등 500여 점의 다양한 시청각 매체들을 입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했어요.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 전경2

 

Q.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작품들도 눈에 띄는데, 특별한 사연을 지닌 작품을 소개해주신다면?

 

정찬영이 4폭 병풍에 그린 ‘공작’은 1972년 ‘한국근대미술60년’전 이후 45년 만에 공개된 작품이고, 운보 김기창의 아내 박래현이 도쿄여자미술학교 시절 공부하며 그린 ‘예술해부괘도(1) 전신골격’도 처음으로 공개됐어요. 조선미전 도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조선의 마지막 어진 화가’ 김은호의 ‘미인승무도’는 2004년 처음 소재가 확인된 작품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8군 사령관이 플로리다대학 미술관에 기증했었는데, 전시를 위해 국내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후 전시에서 선보이게 되었죠. 이와 함께 근대미술의 역사 속에서 누락됐던 아름다운 자수 관련 작품들로 도쿄 여자미술학교 자수과에서 공부했던 여성들의 작품을 20점 가까이 대여해와 근대 한국미술사에서 누락된 여성미술가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정찬영, ‘공작’ / 김인호, ‘미인승무도’

 

Q. 신여성 5인을 선정해 삶과 작품을 재조명하고 현대 여성작가들의 오마주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킨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20세기 전반 전통적 사고가 아직 강했던 근대에 신여성은 찬사보다는 지탄의 대상이었어요. 해서 이들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행로는 순탄할 수 없었어요. 남성 중심의 미술, 문학, 사회주의 운동, 대중문화 등 분야에서 선각자 역할을 한 다섯 명의 신여성 나혜석, 김명순, 주세죽, 최승희, 이난영을 통해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려 노력했던 여성들의 다양한 도전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여기에 현대 여성 작가(김소영, 김세진, 권혜원, 김도희, 조영주)들이 5인의 신여성을 오마주한 신작을 통해 당시 신여성들이 추구했던 이념과 실천의 의미, 그 삶을 현재의 관점에서 뒤돌아보았어요. 과거의 역사적 현상을 현재의 담론으로 이끌어오자는 것이었죠.

 

<신여성 도착하다> 전의 나혜석, 최승희 관련 전시

 

Q.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나혜석이 1918년 ‘여자계’에 쓴 ‘경희’의 한 구절을 보면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라는 말이 나와요. 제국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제라는 억압과 모순의 상황에서, ‘신여성’은 자유와 해방, 욕망과 꿈, 무엇보다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는 자립적 존재라는 상징적인 은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대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한 새로운 주체, 혹은 현상으로서의 신여성의 이미지를 다각적으로 보여드리고 있는 전시인 만큼 신여성과 지금 이 시대 여성의 위치와 역할,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제목 : 신여성 도착하다
· 기간 : 2017. 12. 21 ~ 2018. 04. 01
· 장소 : 덕수궁관 1~4 전시실
· 작가 : 김인숙, 나상윤, 나혜석, 박래현, 박을복, 배정례, 이현옥, 전명자, 정찬영, 천경자 등 총 68명
· 관람료 : 2,000원 (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