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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한국 뉴미디어아트의 흐름을 ‘동시’에 본다,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

김희천, <썰매>(2016),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7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희천, <썰매>(2016),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7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은 미디어아트가 주축이 된 소장품 특별전으로 새해 첫 전시의 문을 활짝 열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여섯 작가의 주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 뉴미디어 소장품 중 첫선을 보이거나 그간 소개의 기회가 드물었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라인

‘원형 극장’ 같은 전시장에서 듣고 보는 여섯 작품의 특별한 화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2018년 2월 15일(목)부터 9월 16일(일)까지 과천관 1원형 전시실에서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 전을 개최한다. 뉴미디어 소장품을 중심으로 동시대 한국 뉴미디어아트 작가들이 보여주는 다채널 형식에 대해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김희천, 남화연, 박찬경, 안정주, 오민, 전소정 등 최근 한국 뉴미디어아트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전시의 제목으로 차용된 ‘동시(同時)’는 ‘시기나 때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과 움직이는 이미지, 소리와 시간 등을 섬세하고 민첩하게 교차시켜 극대화되는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여섯 점의 작품은 ‘원형 극장’과 같이 구성된 공간 안에서 동시에 보여주며, 작가 각자의 감각과 논리로 시대와 주제, 매체와 환경 등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화음 속에서 관람객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순간을 공유할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scene #1
현실과 인터넷 사이의
틈에 주목하는
김희천

3D, 가상현실(VR),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영상 작업으로 현실과 인터넷 세계의 틈을 보여주는 김희천. 이 가운데 ‘썰매’(2016)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돼 펼쳐진다. 카레이싱 비디오 게임의 서킷으로 재현된 숭례문과 시청 일대를 질주하며 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인물, 정체 모를 ‘자살클럽’을 추적해가는 TV쇼의 과장된 내레이션과 음성 변조 인터뷰,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거리의 모든 얼굴이 자신의 데이터로 교환된 인물의 독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과 현실의 경계, 실재와 실재가 아닌 것, SNS상의 자아 등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김희천, <썰매>, 2016,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7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희천, <썰매>, (2016),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7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scene #2
스크린을 넘나들며 충돌하고
연결되는 욕망,
남화연

남화연은 영상과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작업에서 신체의 움직임이나 시간, 역사와 과학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남 작가의 ‘욕망의 식물학’(2015)은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대된 작품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튤립 마니아’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비이성적 욕망을 투사하는 튤립의 다양한 이미지, 꿀을 찾는 벌의 비행을 모티브로 한 드로잉과 안무, 주식 폭락에 관한 텍스트와 중계자의 격앙된 목소리를 영상에 접목했다. 욕망을 암시하는 각 요소는 스크린을 넘나들며 충돌하고 연결되면서 작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생태계를 드러낸다.

 

남화연, <욕망의 식물학>(2015),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3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남화연, <욕망의 식물학>(2015),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3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scene #3
‘역사와 사회 이슈, 재현’에
대한 철학적 고찰,
박찬경

박찬경의 ‘시민의 숲’(2016)은 분단과 냉전 같은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이나 역사와 재현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드러낸 작품으로 2017년 아트바젤과 2016년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에서 소개됐다. 전통적인 두루마리 산수화 형식을 빌려 3채널 비디오로 구현한 이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이름 없이 희생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안녕과 애도를 담고 있다. 김수영의 시(詩) ‘거대한 뿌리’(1964)와 격동의 시대에 억울하게 죽어간 원귀들의 행진을 그린 오윤의 ‘원귀도’(1984)에 나타난 민간신앙의 정서에서 영감을 받았다.

 

박찬경, <시민의 숲>(2016), 3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26분 6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찬경, <시민의 숲>(2016), 3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26분 6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scene #4
이미지와 사운드를 연결시켜
다층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안정주

안정주는 주로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발견한 사운드와 영상을 서로 위트 있게 비틀어 연결해 다층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리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열 번의 총성’(2013)은 과거의 전쟁이 현재의 개인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환기시킨다. 안정주는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10개의 총성을 모아 6명의 무용수에게 들려주고, 전쟁에서의 죽음의 순간을 표현하는 춤을 의뢰해 제작됐다. 작가는 권력의 다툼이나 이데올로기의 대결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하여 희생된 개인을 되살리고자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안정주, <열 번의 총성>(2013), 6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8분 56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안정주, <열 번의 총성>(2013), 6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8분 56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scene #5
음악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 절제의 리듬,
오민

오브제와 퍼포먼스,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오민의 ‘ABA 비디오’(2016)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음악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민은 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형식을 지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1악장을 선택하여 그 구조를 분석하고 자신의 해석이 포함된 장면으로 치환시켜 제시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여러 물건을 정리하는 방식과 공간의 구성이 달라지는 장면을 통해 음악의 구조가 지닌 경쟁과 발전, 융화와 전개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오민, <ABA 비디오>(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 50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오민, (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 50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scene #6
삶 속에 깃든 예술의 의미와
경계에 주목하는
전소정

전소정은 사회 속 개인들의 삶에 펼쳐진 다양한 예술의 의미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영상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하는 습관’(2012)은 작가로서 예술을 한다는 행위와 태도에 대한 고민을 일곱 개의 영상과 영상 속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재현한 다섯 점의 사진으로 보여준다. 성냥개비를 쌓거나 물에 비친 달을 손으로 떠내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물컵을 들고 평균대 위를 걷는 모습 등의 짧은 영상들은 열정과 성실, 무모함과 우직함, 균형감 등 예술가로서 지녀야 할 덕목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소정, <예술하는 습관>(2012), 6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 작가소장

 

전소정, <예술하는 습관>(2012), 6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 작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