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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을 돌아보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을 돌아보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

데보라 헤이, <솔로>(1966)

전시정보<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 서울관 6·7 전시실, 미디어랩, 2018.05.26~09.16

음악이 필요한 순간 스피커에 대고 ‘노래 듣고 싶어’라고 말을 걸면,
마법처럼 취향에 맞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문을 연 것이다.
이 시대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또 예술은 어떤 식으로 기술과 공존하고 있을까?
그 물음에 답이 되어줄 전시를 만나보자.

예술과 기술의 상생, 미래를 도모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26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관에서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업체인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의 주요 활동을 조명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예술의 가능성을 성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을 의미하는 E.A.T.는 예술가와 공학자 그리고 산업 사이에 더 나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1966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예술가와 공학자 6천여 명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포스트모던 무용의 대표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 등을 포함한 현대 예술의 유명 인사들과도 교류하며 서로 다른 영역과 함께하는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환상적인 예술적 성취를 이끌어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에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주도한 E.A.T.와 관련된 작품 33점과 단체의 활동과 작업 등을 담은 아카이브 100여 점이 소개된다. 이들은 예술과 과학기술의 협업을 통해 인간 창의력의 최전선을 실험하면서 동시에 과학기술에 의해 인간이 소외되지 않도록 예술 및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인간적인 상호교류를 바탕으로 협업을 했다. E.A.T.가 추구했던 가치의 중심에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그들이 협업을 통해 이뤄낼 멋진 신세계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협업의 신기원, E.A.T.가 이룩한 예술적 성취

로버트 브리어, <장 팅겔리의 뉴욕 찬가에 대한 오마주>(1960) 로버트 브리어, <장 팅겔리의 뉴욕 찬가에 대한 오마주>(1960) 앤디워홀, <은빛구름>(1966)
앤디 워홀이 공학자 빌리 클뤼버의 기술적 조언을 받아 완성한 풍선 오브제 앤디워홀, <은빛구름>(1966)
앤디 워홀이 공학자 빌리 클뤼버의 기술적 조언을 받아 완성한 풍선 오브제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협업의 시대’에서는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작가들 간의 공동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960년대를 돌아본다. 키네틱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팅겔리의 대표작 <뉴욕찬가>(1960)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빌리 클뤼버와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브리어와가 협업을 통해 이뤄 낸 결과물이다. 팅겔리는 뉴욕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수거해온 다양한 폐품으로 만든 길이 7m, 높이 8m에 달하는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 단번에 뉴욕 미술계에서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

로버트 휘트먼, <붉은 직선>(1967) 로버트 휘트먼, <붉은 직선>(1967) 한스 하케, <아이스 테이블>(1967)
냉각장치를 갖춘 테이블 위의 얼음이 녹고, 다시 동결되기를 반복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한스 하케, <아이스 테이블>(1967)
냉각장치를 갖춘 테이블 위의 얼음이 녹고, 다시 동결되기를 반복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두 번째 섹션 ‘E.A.T.의 설립’에서는 E.A.T.가 비영리 단체로 출범하여 예술가와 공학자 간 체계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협업의 범위와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 과정을 소개한다. <붉은 직선>(1967)은 로버트 휘트먼이 벨 연구소의 공학자 에릭 로슨, 래리 헤일로스와 함께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만든 대표 작품이다. 붉은 광선이 전시장의 벽면을 반으로 가르듯 직선을 그리며 나아가다 네 벽면을 모두 거치고 나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 다시 점이 된다. 1960년대 초 레이저 기술의 발명과 예술이 만나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로버트 휘트먼, <두 개의 물웅덩이-3>(1966), 줄리 마틴 등 E.A.T 회원들이 협업하여 만든 공연기록 영상)
로버트 휘트먼, <두 개의 물웅덩이-3>(1966), 줄리 마틴 등 E.A.T 회원들이 협업하여 만든 공연기록 영상

세 번째 섹션은 E.A.T.의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여준 실험의 장이자 역사적인 퍼포먼스 ‘아홉 번의 밤: 연극과 공학’(1966)으로 채워진다. 총 10개의 퍼포먼스로 기획된 이 이벤트는 현대무용, 순수예술, 미디어, 음악, 영화 연극 등의 장르를 수용한 다원예술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6년 당시 기록됐던 10개의 퍼포먼스 공연 영상과 당시 공연에 참가했던 예술가 및 공학자들을 줄리 마틴(현 E.A.T. 디렉터)이 1990년대에 다시 만나 인터뷰한 영상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로버트 휘트먼, <두 개의 물웅덩이-3>(1966), 줄리 마틴 등 E.A.T 회원들이 협업하여 만든 공연기록 영상)
로버트 브리어, <떠다니는 것들>(1970)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섹션 ‘확장된 상호작용’은 E.A.T.의 활동이 예술과 기술의 협업에서 출발하여 교육, 에너지 생산과 재분배 그리고 환경 문제를 다루는 등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확장되는 과정과 주요 활동들을 담는다. 로버트 브리어의 움직이는 대형 작품 <떠다니는 것들>(1970)은 2m 높이의 돔 모양 입체 조형물로, 분당 60cm 이하의 느린 속도로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장애물에 부딪히면 스스로 방향을 바꾸어 움직인다. 작가는 관람객이 조각 작품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작품을 둘러싼 환경과 조응하며 감상자가 아닌 참여자로 작품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했다.

한편, E.A.T.의 창립 멤버인 로버트 휘트먼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서울 - 뉴욕 아이들 지역 보고서>(2018)도 선보인다. 서울과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11~13세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해 각자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촬영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디어랩과 뉴욕의 ‘컬쳐허브(CultureHub)’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영상통화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이야기하며 국내에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50여 년 전 이러한 융합을 개척한 E.A.T.를 기리고, 이들의 활동을 되돌아봄으로써 오늘날 다학제적 연구와 실험에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E.A.T.는 ‘인간적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협업하며 독창적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이들의 끝없는 도전은 현대 기술이 가져다준 일상의 변화와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능동적 인간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러한 E.A.T.의 눈부신 업적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상생하는 우리의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한다. E.A.T.가 창조해낸 신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그룹 E.A.T.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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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팹랩 사진 7

E.A.T.는 예술과 과학 기술의 융합을 선구적으로 이끌어낸 그룹으로 1966년, 예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 , 로버트 휘트먼 , 벨 연구소의 공학자 빌리 클뤼버와 프레드 발트하우어가 결성한 비영리 단체이다.

‘기계 시대의 끝’이라 명명되었을 만큼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범람했던 1960년대 사회적 상황은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던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E.A.T.의 활동은 예술가에게 예술적 표현 범주를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공학자에게는 새로운 시각에서 기술을 연구하게 함으로써 기술의 진보를 가져왔다. 또한 서로 다른 분야의 경계를 끊임없이 실험했던 E.A.T.는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넘어서, 예술의 영역 바깥으로 사회 참여적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