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34058

비하인드예술가가 던지는 당돌한 질문 <올해의 작가상 2018> 후보작가 인터뷰

1. 옥인 콜렉티브(왼쪽부터 김화용, 진시우, 이정민) 2. 정은영 3. 구민자 4. 정재호

1. 옥인 콜렉티브(왼쪽부터 김화용, 진시우, 이정민) 2. 정은영 3. 구민자 4. 정재호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018년의 작가들 옥인 콜렉티브, 정은영, 구민자, 정재호는
예술가로서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어떠한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하는가.
우리는 이들의 작품에서 무엇을 발견하며 이들의 예술은 어떤 점에서 동시대적인가.
<올해의 작가상 2018>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 올해의 작가상 후보들을 만나보았다.

옥인 콜렉티브 “우리는 왜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옥인 콜렉티브의 팀원 진시우(왼), 이정민(오) 작가옥인 콜렉티브의 팀원 진시우(왼), 이정민(오) 작가

옥인 콜렉티브(김화용, 이정민, 진시우)는 2009년 종로구 옥인 아파트의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 그룹이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대면하는 문제를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관찰하며, 영상·퍼포먼스·라디오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객과 조우한다. 이들은 올해의 작가상 후보 작가로 선정된 후 그 무게를 떨쳐내고 어떻게 작업에 전념할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고 한다. 진시우 작가는 “부담을 조금씩 덜어내니 오히려 새로운 작업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 지난 10년 동안 작업 했던 시간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민 작가는 수상 제도에 대해 “미묘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작을 만들 수 있는 지원을 받아 대규모 전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시우 작가는 “이런 큰 기관에서는 더욱 다양한 미술이 소개되었으면 한다”며 “작가들이 미술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미술계와 예술가들이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인 콜렉티브는 이번 전시에서 옥인 콜렉티브 자신을 포함해서 서울, 제주, 인천 세 도시에서 만난 공동체를 다루는 세 편의 영상 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이들의 출발지이자 지금은 철거된 옥인 아파트에서 열린 프로젝트의 기록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리하여 사회 속에서 우리는 왜 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되는지, 미래의 공동체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생각들을 나누고자 한다. 옥인 콜렉티브는 2009년 옥인 아파트 프로젝트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인 문제에 개입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신작에서는 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공동체의 상호작용, 연대의 의미와 한계를 모두 다룬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이 작가는 “옥인 콜렉티브의 많은 작업이 장소를 이동하고 길을 배회하며 이루어지는데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전시 관계자분들까지 함께 폭염의 고통을 나눴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더욱더 전시에 책임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미술관과 갤러리, 그 외의 일상에서도 예술적인 경험들이 교차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옥인 콜렉티브 <바깥에서>(2018) 옥인 콜렉티브 <바깥에서>(2018) 전시할 영상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진시우(왼), 이정민(오) 작가 전시할 영상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진시우(왼), 이정민(오) 작가

정은영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는 성(性)의 정치학”

정은영 작가는 1950년대에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전통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사라진, 여성 배우만으로 구성된 여성국극을 추적하며 인터뷰·영상·설치·아카이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별의 규범과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파괴되는지를 탐구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신작 <유예극장>과 <보류된 아카이브>에서는 전통과 전통이 아닌 것, 역사와 역사가 되지 못한 것들을 교차시키며 이분법의 경계선에 대해 질문한다.

정은영 작가 정은영 작가 전시실에서 설치된 작품을 살펴보는 정은영 작가 전시실에서 설치된 작품을 살펴보는 정은영 작가

정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역사 속에 공인되지 않는 사람들의 인생과 예술로 뛰어드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료가 많지 않다 보니 일일이 지금은 평범한 할머니가 된 노년 배우들을 찾아다녔다. 그녀들 자체가 증언이고, 살아있는 아카이브였기 때문에 그 과정이 즐거웠다”고 작업 비화를 들려주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가 선천적으로 주어진다고 믿는 성별과 그 역할 수행성에 대해, 전통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며 “그것들이 관객에게 몸의 감각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올해의 작가상은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8년부터 지속해온 작업이 자꾸 반복되는 느낌이 들어 휴지기를 가지려던 찰나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업의 방향을 ‘결정의 유보, 지속을 위한 유예’로 틀었더니 고민의 실마리가 풀렸다고 한다. 정 작가는 “올해의 작가상은 작가가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며 “이후에도 쉬지 않고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 내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국극 1세대 남역 배우 고 조금앵 선생과 팬의 가상결혼식 여성국극 1세대 남역 배우 고 조금앵 선생과 팬의 가상결혼식 정은영 작가의 전시실 전경 정은영 작가의 전시실 전경

구민자 “문명이 자연에 개입될 때,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되묻다”

구민자 작가는 퍼포먼스와 영상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경험과 이에 대한 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업을 해왔다. 신작 <전날의 섬, 내일의 섬>은 작가가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 시간이라는 요소를 인위적으로 재단시킨 문명의 작위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탄생했다. 작가는 “피지의 타베우니 섬에서 날짜변경선의 동쪽은 오늘이지만 서쪽은 어제가 된다. 만약 한 사람이 날짜변경선 동쪽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서쪽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하루를 두 번 살게 된다”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민자 작가 구민자 작가 남태평양 피지의 타베우니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날짜변경선 표지판 남태평양 피지의 타베우니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날짜변경선 표지판

구민자 작가의 전시실 전경

구민자 작가의 전시실 전경

구 작가는 “날짜 변경선을 오가는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믿는 것들이 사실은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이 독특한 작업 과정에서 섬 날씨는 큰 변수로 작용하여 촬영 중단의 위기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늘 꿈꾸면서도 준비가 어려워서 손 놓고 있던 작품을 드디어 상상 밖으로 꺼내어 실현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욱 컸다”고 한다.

그는 빈 전시공간이 자신의 작품들로 채워지는 광경 앞에서 “오랜 기간 작업한 것들이 하나하나 설치되고 구현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번에 작업을 했던 시간과 그밖에 무언가가 축적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에 온 관람객들이 내가 작품에 심어 놓은 단서들을 어디까지 발견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재호 “1960~70년대 과학 입국 신화가 꿈꾼 밝은 미래, 그 이면에 대하여”

정재호 작가

정재호 작가

정재호 작가는 국가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번영과 발전, 즉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도시 풍경 이면에 천착하여 ‘아파트 작가’라고도 불린다. 이번에는 70~80년대, 개발도상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룰 밝은 미래를 꿈꾸도록 ‘권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작가는 1976년 작품인 공상과학 만화 <요철 발명왕> 속 주인공이 달나라 여행을 위해 만들다 실패한 로켓을 새롭게 제작했다. 또한 도심 속 건축물, 정부 간행물, 신문기사를 회화적으로 재현하여 ‘근대화를 위한 국가·사회적 발전 메커니즘’이 도시의 풍경뿐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온 우리의 의식에 깊게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후보 선정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이런 날도 다 오네 싶었다가 갈수록 심한 감정의 기복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한국 미술계에서 여러 지표 중 하나인 <올해의 작가상> 참가는 예술가로서는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을 지속할수록,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 온 많은 작업들이 하나로 모이는 지점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후의 행보가 어려운 문제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작가가 되기 위해 이번 전시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며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작가의 전시실 전경
정재호 작가의 전시실 전경

막바지 작업 중인 정재호 작가 막바지 작업 중인 정재호 작가 정재호 작가가 작품 제작에 참고한 만화책 <요철 발명왕>(1975~77) 정재호 작가가 작품 제작에 참고한 만화책 <요철 발명왕>(1975~77)

올해 4명(팀)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현실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삶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미학적으로 탐구하고, 비판적 성찰과 탐구 과정을 아카이브로 구성하여 관람객과 공유한다.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예술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 하고 싶다면, 그리고 현대 한국 미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하다면 ‘올해의 작가들’이 준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