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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렌즈, 지구에 초점을 맞추다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왕칭송, <일, 일해라>(2012)

왕칭송, <일, 일해라>(2012)

전시정보<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MMCA과천 제 1원형 전시실, 2018.10.18.~2019.02.17.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은 갈수록 복잡하고 추상적으로
변하는 문명을 투영한 사진, 그리고 문명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사진가가 하는 역할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1955년 이후 거의 최초로
동시대 문명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세계적 규모의
사진전이기도 하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남미 등 32개국
135명의 작가들이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에 대해 부지런히 관찰하고 기록·해석한다.
지구 차원에서 바라본 거대한 문명의 모습을 한눈에 확인하며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주목해보자.

동시대 문명과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사진전시재단(Foundation for the Exhibition of Photography)과 공동기획 및 주최로 동시대 문명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국제 사진전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을 2018년 10월 18일부터 2019년 2월 17일까지 MMCA 과천에서 개최한다.

3년여 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사진전시재단이 협업한 전시로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2019년 3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20년 9월),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문명박물관(2021년 1월) 등 10여 개국을 순회한다. 이러한 해외 순회를 통해 전시에 참여한 정연두, KDK, 김태동, 노순택 등 한국 작가들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킬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은 1990년대 초부터 25년간 형성되어 온 인류의 문명을 ‘지구 차원’에서 조망한다. 전시의 공동 기획자이자 큐레이터 윌리엄 유잉은 지구적 차원이라는 문장에 대해 “우리가 24시간 안에 가지 못할 곳은 없으며, 이 세상에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마을은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한 마디로 전 세계는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개인성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에 가려진 집단적인 행동과 성취에 초점을 맞추고 다수의 사람이 ‘집단으로 공유하는 것들’에 주목한다. 참여 작가들은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일하고 노는지, 우리의 몸과 물건과 생각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전쟁을 일으키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해석한다. 이렇듯 세상 모든 일터에서 사진가들은 우리 문명의 다채로운 모습을 각자의 시각으로 담아낸다. 이를 통해 그들은 우리 시대의 다면적인 초상화를 창조해낸다. 이런 점에서 사진가는 개개인의 예술가인 동시에 또 하나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세 가지다. 사진 렌즈를 통해 동시대를 아우르며, 지구 전체를 포괄하는 문명을 바라보고, 그 문명을 이루는 집단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사진가들은 최대한 포괄적인 시각에서 인간사회의 향방을 그려내며 문명에 접근한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관람하며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삶의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그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여덟 개의 측면으로 살펴본 우리 시대의 초상화

이번 전시는 벌집(정착, 서식지, 거대도시), 따로 또 같이(개인 통합), 흐름(도착, 돌진, 양식, 순환), 설득(회유, 파벌, 판매, 강요), 통제(권력, 억제, 지도, 통치), 파열(쪼개짐, 분열, 분할, 틈), 탈출(우회, 자유, 회피, 모면), 다음(이후, 옆, 나중, 뒤이은) 등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처럼 둥글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관람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문명의 주요 측면 8가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섹션별 주요 작품을 들여다보자.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실 맵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실 맵

Section #1
벌집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광역 멕시코시티에는 카메라의 시선이 닿는 구석구석까지 인간의 물결이 가득하다. 우리가 발전시키고 확장해 가는 도시 유기체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수동적인 벌집을 넘어서서, 배우고 생산하고 사고하는 능동적인 벌집과도 같다.

파블로 로페스 루스, <공중에서 본 멕시코시티 XIII>(2006)

파블로 로페스 루스, <공중에서 본 멕시코시티 XIII>(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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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2
따로 또 같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죽을 때 인간은 혼자이지만, 사는 동안은 무리를 짓는다. 사진 속 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보며 영상 통화 중이다. 그런데도 사진 속에는 이상한 단절감이 존재한다. 혼자이면서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인간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애덤 퍼거슨 <스카이프하는 군인 2>, <스카이프하는 군인 3>, <스카이프하는 군인 4>(2011)

애덤 퍼거슨 <스카이프하는 군인 2>, <스카이프하는 군인 3>, <스카이프하는 군인 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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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3
흐름

21세기 문명의 주된 윤활제인 돈(자본)은 ‘파이프라인’을 따라 움직인다. 이 사진은 중국의 대규모 닭 가공 공장이다. 십억 이상 인구의 급속 성장 국가에서 현대적인 식품 생산이 얼마나 집단적 성격을 띠는지를 잘 보여 준다. 똑같은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 집단에서 개인성은 무시된다.

에드워드 버틴스키, <제조 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2005)

에드워드 버틴스키, <제조 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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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4
설득

마케터, 정치인, 프로파간다 제작자…. 그들은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의 욕망이나 공포, 허영심과 자존심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작가는 강렬한 집단적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내보내는 진원지로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지목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이 설득의 무대에 일조하는 공모자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로버트 워커, <뉴욕 타임 스퀘어>(2009)

로버트 워커, <뉴욕 타임 스퀘어>(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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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5
통제

통제는 지배를 뜻하는 권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영상은 군사 기밀 시설인 더그웨이 성능 시험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곳은 생화학 무기와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곳이다. 영상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이미지는 군대가 유해 물질을 살포하는 사막의 시험장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연을 파괴의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다.

데이비드 메이셀, <키디모스: 전쟁의 소란>(2017)

데이비드 메이셀, <키디모스: 전쟁의 소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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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6
파열

사진가들은 자연 파괴, 인권 유린, 산업의 몰락 등 21세기 문명의 맹점과 실패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싱단원은 중국 남부 해안 지역, 열악한 조건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산더미처럼 쌓인 전자 폐기물을 분해하는 일을 해왔다고 고발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부와 소비주의의 증가가 초래한 결과인데, 이 사진은 지구 차원의 문제를 보여 주는 강렬한 기록이다.

싱단원, <단절 B12>(2002~2003)

싱단원, <단절 B12>(2002~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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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7
탈출

이 사진은 브라질 해변의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단순한 형태의 일상 탈출을 즐긴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런 휴가의 모습 뒤에는, 휴가의 관습에 무의식적으로 휩쓸려서 상품화된 가짜 여가를 즐기는 현대 사람들의 모습이 숨어 있다.

마시모 비탈리, <하무스 수영장>(2012)

마시모 비탈리, <하무스 수영장>(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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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8
다음

동물 보호 운동가 로버트 자오 런후이는 인류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한다. 그는 미래적인 유전자 조작 생물을 담아냈다. 현대의 유통 체계와 미의 기준에 맞도록 디자인된 물고기는 미적, 유전적, 진화론적, 생태적으로 조작된 것이다. 사진가는 배경색을 배제해서 이 생물이 단지 우리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음을 드러낸다.

로버트 자오 런후이, <색을 입힌 몰리, 변종 ‘레인보우 스타 워리어’>(2013)

로버트 자오 런후이, <색을 입힌 몰리, 변종 ‘레인보우 스타 워리어’>(2013)

‘그 다음은 뭐지?’ 우리는 일상적으로 스스로 묻는다. 우리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과 변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2100년 우리의 세상이, 도시와 기계가 어떤 모습일지 누가 감히 예측할까? 분명한 한 가지는 신세계란 집단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의 사진가들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 세상의 징후를 세계 전역에서 찾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당신은 지금 어떠한가. 현재와 미래는 또 어떠할까?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은 마음에 품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당신의 렌즈는 지금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