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51400

비하인드사진으로 써내려간 300개의 역사,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MMCA 토크 앤 토크

사진으로 써내려간 300개의 역사,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MMCA 토크 앤 토크

문명(文明)을 문명(問名)하는 전시,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18일 개막한 이 전시는 전 세계 포토그래퍼들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인류의 문명을 다양하게 포착해 낸
300여 개의 작품을 총망라하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실체는 무엇인지 그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오늘의 이 전시 또한 ‘문명’이라는 이름의 타임캡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의 기획자와 작가들이
‘문명’을 써내려 간 이유를 직접 들어보자.

라운드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의견 나눈 ‘문명’ 전 토크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10월 18일 MMCA과천 소강당에서 사진·미술 전공자 및 문화 예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 MMCA 토크 앤 토크’를 열었다. 이번 전시의 공동 기획자인 바르토메우 마리 MMCA관장과 윌리엄 유잉(전 스위스 로잔 엘리제 미술관장, FEP 큐레이터)을 비롯해 홀리 루셀(사진재단 FEP큐레이터), 도나 슈와츠, 미하엘 나자르, 왕칭송, 올리보 비르비에리, 김도균(KDK) 등 5명의 참여 작가가 함께한 이번 행사는 전시 기획의도와 준비과정,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

이날 토크는 전시의 출품 작가들이 작품에 대한 설명과 기획자들의 전시의도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라운드테이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작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먼저 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 MMCA 토크 앤 토크’에 참가한 전시 기획자 및 큐레이터, 참여작가들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 MMCA 토크 앤 토크’에 참가한 전시 기획자 및 큐레이터, 참여작가들

가족·우주·산업화·도시 등 우리 문명의 한 지층을 보여 준 전시

도나 슈와츠 작가
도나 슈와츠 작가

<장래의 부모들>과 <빈 둥지의 부모들> 등 두 연작을 통해 동시대 가족의 모습을 담은 도나 슈와츠 작가는 “문명은 가족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문명의 형성이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결국엔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비 부모들이 아이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만든 방과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간 방을 상반되게 보여주면서 가족 안의 스토리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사진가이자, 우주 비행사 훈련을 받고 있는 미하엘 나자르 작가는 자신이 우주탐사와 관련된 기술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가장 큰 천문 전파망원경을 담은 그의 작품 <빠.르.게>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지구 밖 다른 행성에 주거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왕칭송 작가
왕칭송 작가

왕칭송 작가는 먼저 전시 공간이 작품과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것 같다는 평가를 전한 뒤, 작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그 빠른 흐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정신병동에 있는 사람들처럼 희화화해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만일 지금 우리가 땅속에 파묻히고 2천 년 후 사람들이 발견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며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한 김도균 작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처럼 자신도 2050~2100년에 사람들이 살아갈 공간을 상상하면서 작업했다고 소개한 뒤 서울인지 베를린인지, 베이징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우리 문명의 한 지층, 그 한 단편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올리보 바르비에리 작가
올리보 바르비에리 작가

<특정 장소_멕시코 시티 11> 등의 작품을 통해 고속으로 성장하는 거대 도시의 초고층 콘크리트 타워를 작품으로 담아낸 올리보 바르비에리 작가는 지난 10년간 헬리콥터를 이용해 전 세계 다양한 도시의 변화를 촬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문명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전시 기획자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명을 다양한 접근방식과 여러 관점으로 담아낸 작품들로 기획

이어 마리 관장은 기획자, 큐레이터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홀리 루셀(사진재단 FEP큐레이터)은 “이 전시는 문명에 관한 전시이자 현대 사진에 대한 전시로도 볼 수 있다”며 140여 명의 작가를 선정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고자 했고,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예술 작품뿐 아니라 상업적 작품도 포함시켰으며, 다큐멘터리적 혹은 과학적인 작품, 글로벌한 관점을 가지고 작업한 작품,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스토리를 담아낸 작품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전시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유잉(사진재단 FEP큐레이터, 공동기획자)은 사진을 하나의 ‘필터’로 표현했다. 그는 “사진전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사는 곳을 보여주거나 우리가 이동하는 방식, 경로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며, "문명화된 사회 속 부패나 정치적인 영역의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 등을 어떻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홀리 루셀(사진재단 FEP큐레이터),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 윌리엄 유잉(전 스위스 로잔 엘리제 미술관장, FEP 큐레이터)
홀리 루셀(사진재단 FEP큐레이터),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 윌리엄 유잉(전 스위스 로잔 엘리제 미술관장, FEP 큐레이터)

이어진 질문과 답변의 시간, 참여 작가들과 기획자들은 인스타그램 시대에 사진작가는 일반 대중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으로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일찍 시작했다는 김도균 작가는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추려 전시한 뒤 책을 만들고 있는데, 책 발간 소식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전시까지 하는 분들을 보면 아티스트이자 큐레이터이면서 스스로 전시관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박물관이나 전시관도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도나 슈와츠 작가는 전문 사진작가들과 인스타그래머들이 다른 점으로 △사진작가는 의도를 가지고 촬영하고 △사진이라는 도구의 역사적 전통이나 사진이 가진 힘을 잘 알고 있으며 △사진작가는 훈련된 눈을 가지고 있다는 세 가지 의견을 밝혔고, 큐레이터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 유수의 사진작가, 큐레이터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작품 및 전시의 기획 의도를 듣고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토크의 주제였던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은 관록 있는 큐레이터들이 무려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3년 이상 준비를 거쳐 세간에 공개된 프로젝트로, MMCA과천 전시 이후 중국, 호주, 프랑스 등 10여 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개최될 전 지구적 전시이기도 하다. 본 전시는 물론 향후 개최될 연계 프로그램 등을 반드시 챙겨봐야 할 이유는 이처럼 차고도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