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92204

당신의 삶에 물음표를 던진 하룬 파로키의 영화들

하룬 파로키, <마오쩌뚱 어록>(1967)

하룬 파로키, <마오쩌뚱 어록>(1967)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비디오아티스트인 하룬 파로키의 전시작품과 극장용 영화들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하룬 파로키는 인간 실존의 조건을 탐구하고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이미지의 작용을 분석하여 시대에 대한
날 선 시선으로 사람들을 일깨운 예술가였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계의 진실을 알리는 하룬 파로키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하룬 파로키, 그가 영화를 통해 던진 질문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연계 특별상영 프로그램 <하룬 파로키 회고전>을 2018년 11월 14일부터 2019년 2월 24일까지 MMCA 서울, 필름앤비디오에서 개최한다.

현대 독일 영화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독이자 비디오 아티스트 중 한 명인 하룬 파로키는 장편 영화, 에세이 영화, 다큐멘터리, 비디오 설치 등 100여 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다루고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역할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드러낸다. 테크놀로지와 산업, 전쟁과 산업 등 문화의 보이지 않는 관계들이 남아있는 각종 이미지들의 자료를 찾아내고 분석한다. 그리하여 세계가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파로키의 작품은 ‘세심한 들여다보기’를 요구하고, 관객들은 파로키의 작품을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감춰진 진실한 면모가 무엇인지 사유하게 된다. MMCA필름앤비디오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 48편을 선정해 <하룬 파로키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 프로그램은 하룬 파로키의 영화와 설치작품을 포괄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연계하여 그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미술관에서 만나보는 하룬 파로키의 영화들

하룬 파로키, <꺼지지 않는 불꽃>(1969) 하룬 파로키, <꺼지지 않는 불꽃>(1969) 하룬 파로키, <당신이 보는 대로>(1986) 하룬 파로키, <당신이 보는 대로>(1986)

<꺼지지 않는 불꽃>(1969)
상황주의, 누벨바그(주제와 기술상의 혁신을 추구했던 경향), 다이렉트 시네마의 영향을 받은 하룬 파로키는 저예산 영화 <꺼지지 않는 불꽃>(1969)을 제작한다. 베트남전쟁에 사용된 화염 무기 네이팜탄에 희생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유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작품이다. 하룬 파로키는 자신의 팔에 담뱃불로 화상을 입히며 네이팜탄과 담뱃불의 뜨거움을 비교한다. 이미지의 비교를 통해 진정한 공유가 불가능한 세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이후의 하룬 파로키 영화들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당신이 보는 대로>(1986)
<당신이 보는 대로>는 내러티브가 없이 구성된 작품이다. 하룬 파로키는 이 영화를 통해 전쟁 무기의 개발과 산업 기술의 상호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미디어 산업에 동원되는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 등을 분석하면서 이미지와 노동의 기술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하룬 파로키는 이 영화를 통해 설계도면,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 기계의 설비도면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지닌 자료 이미지들과 대중 잡지의 이미지들을 배열한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 이미지들을 곱씹고, 삶의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하룬 파로키, <잠자리 동화: 기찻길> <잠자리 동화: 다리> <잠자리 동화: 배>(1978) 하룬 파로키, <잠자리 동화: 기찻길> <잠자리 동화: 다리> <잠자리 동화: 배>(1978) 하룬 파로키, <잠자리 동화: 기찻길> <잠자리 동화: 다리> <잠자리 동화: 배>(1978)
하룬 파로키, <잠자리 동화: 기찻길> <잠자리 동화: 다리> <잠자리 동화: 배>(1978)

<잠자리 동화 연작>(1978)
1970년대에 만든 다섯 편의 <잠자리 동화> 연작은 아이들을 재우기 위한 이야기로 단순한 대상을 활용해 영화적인 방식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는 잠들기 전 낮과 밤, 그 사이를 끝없이 이야기로 채워 넣는 게임을 하는 두 소녀가 등장한다. 이야기에는 길을 건너기 위한 다리, 케이블카, 배가 나오는데 영화 말미에 다다를수록 두 소녀가 잠에 빠져들면서 게임을 차츰차츰 멈추게 된다. 그리하여 이를 보는 관객에게 ‘이중에서는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 작품 속 두 소녀는 파로키의 딸 라라와 안나가 연기했다.

하룬 파로키, <소비생활>(1993)
하룬 파로키, <소비생활>(1993)

<소비생활>(1993)
파로키는 지난 40년간의 광고를 가져와서 ‘전형적인 소비자의 삶 24시’를 구성했다. 광고 속 다양한 색, 방영된 시기, 웰빙 이데올로기를 섞은 영상을 통해 그는 우리의 시대, 가치, 걱정, 희망을 단편적으로 비추어 보여주었다. 이 유쾌하고도 혼란스러운 이미지들의 콜라주는 우리의 일상에 끼어드는 참조점, 즉 외부적 요인인 광고 등에 의해 매겨진 삶의 우선순위들을 해체한다. 이는 개인이 자신과 문제, 감정과 사고, 현실과 이상 등의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여 바라보는 현상인 ‘거리 두기’를 떠올리게 하며 하룬 파로키만의 ‘유머’를 보여준다.


이처럼 하룬 파로키가 평생을 바쳐 추적한 이미지와 세계와의 관계는 우리의 주목을 기다리며 그의 모든 영화 속에 포진되어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은 과연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파로키가 던진 질문에 대답하고 싶다면 미술관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하룬 파로키 회고전> 11월 상영표

<하룬 파로키 회고전> 11월 상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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