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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18114

마감임박! 1월 놓치지 말아야 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1.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3부. 2019 전시실 전경
2. <김순기: 게으른 구름> 전시실 전경   3.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실 전경  
4.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1부. 1900-1950 전시실 전경

1.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3부. 2019 전시실 전경
2. <김순기: 게으른 구름> 전시실 전경   3.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실 전경
4.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1부. 1900-1950 전시실 전경

꼭 보고 싶은 전시가 있더라도
할 일이 산더미거나, 넉넉한 개최 기간만 믿고
미술관 방문을 잠시 미뤄두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버스가 떠난 뒤 후회하면 늦는 법.
놓치기 아까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들을 소개한다.

<김순기 : 게으른 구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08.31~2020.01.27

김순기, <시간과 공간>(2019) 퍼포먼스 현장 모습 김순기, <시간과 공간>(2019) 퍼포먼스 현장 모습 <김순기: 게으른 구름> 전시실 전경 <김순기: 게으른 구름> 전시실 전경 김순기, <오늘>(1975) 김순기, <오늘>(1975)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김순기의 삶과 예술, 자연이 조화된 작품 세계를 조명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김순기 : 게으른 구름>이 오는 1월 27일에 그 막을 내린다.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게으른 구름’이라는 제목은 작가가 프랑스에서 출간한 동명 시집의 제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으름’이란 불성실과 나태함의 상징으로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작가는 이 단어에서 창조적이고 철학적인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울러 1980년대부터 파리 교외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동서양의 철학, 시간과 공간 개념에 관한 탐구를 바탕으로 영상, 설치, 소묘, 회화를 통해 정형화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해왔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예술에 담았으며,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희와 놀라운 발견의 순간들을 포착해 작품으로 제작했다.

그중 하나가 <오늘>이라는 작품이다. 김순기는 1975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김순기 미술제’라는 개인전을 개최했다. 당시 그는 전시 기간 중 매일 종이 위에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 작품은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언어가 갖는 의미와 함께 종이 위에 기록되고 또 지나가 버린 시간의 이동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오늘’이라는 글씨를 썼던 시간은 어제로 흘러가 버렸고, ‘내일’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오늘’을 거쳐 ‘어제’로 기록되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예술을 별도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 캔버스 내에 만들어낸 사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찰나, 곧 사라질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 속에 온전히 머물면서 존재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는 ‘분주함이 오히려 인생을 사는 목적인 즐거움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변화하며 하늘에 스스로 길을 만들어 흐르는 구름’처럼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1월이 가기 전에 ‘게으르고 유연한 태도’로 김순기의 세계를 여행해보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1~3부
1부. 1900-1950: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19.10.17.~2020.2.9
2부. 1950-2019: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10.17~2020.3.29
3부.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9.7~2020.2.9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격동의 한국 역사를 되돌아보며 20세기 이후 한국의 근·현대 및 동시대 미술을 조망하고,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최초의 3관 공동 기획전을 과천, 서울, 덕수궁에 선보였다. 현재까지 약 28만 7백여 관람객의 호응을 얻으며 인기리에 개최 중인 이 전시는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 을 모티브로 하여 한국의 역사와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별 미술의 역할과 작가의 창작 활동을 1~3부로 나눠 조망한다.

1부. 1900-1950 전시실 전경 1부. 1900-1950 전시실 전경 1부. 1900-1950 전시실 전경 1부. 1900-1950 전시실 전경 이인성, <해당화>(1944) 이인성, <해당화>(1944)

먼저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1부. 1900-1950 전은 19세기 말 개화기에서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해방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 한가운데에서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유산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해방 과정의 대서사를 따라가며 시대의 흐름에서 미술과 문화운동의 양상이 변화하는 방식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오래도록 후세에 기억되어야 할 올곧은 인물들의 유묵에서부터, 망국의 시대에도 한국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조선 고유의 미학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고자 했던 일련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이쾌대, 최재덕, 김환기, 이중섭, 이인성 등 한국 근대미술사를 빛낸 대표적인 예술가들은 일본에서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으며 세계의 조류를 파악하는 한편, 조선의 전통 미학을 어떻게 서양의 흐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이인성의 <해당화>는 같은 해에 숨진 만해 한용운의 시 ‘해당화’를 떠올리게 한다. 봄은 지나갔으나 오지 않은 ‘님’을 기다리는 애잔한 심사를 그린 한용운의 시와 이인성의 그림은, 식민지 말기 한국 상황을 대변한다. 바닷가 모래밭에 피는 해당화, 바다 위 조각배, 나뒹구는 조개 껍데기 등은 어딘가를 바라보는 여인의 처연한 표정과 함께 그 무엇에 대한 갈망과 희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2부. 1950-2019 전은 1950년부터 2019년까지의 한국미술사를 사회와 예술, 삶과 연계한다. 소장품을 중심으로 각 시대별 주요 작품들과 디자인, 공예 및 생활 오브제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으며 전시실은 이념과 시대를 뛰어넘고 개인과 공동체를 포괄하는 공간을 상징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또한 전쟁, 자유, 여성 등 각 시대별로 도출된 주제어를 새롭게 해석해 조명하며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과 공동 자료를 발굴해 선보이고 있다.

2부. 1950-2019 전시실 전경 2부. 1950-2019 전시실 전경 2부. 1950-2019 전시실 전경 2부. 1950-2019 전시실 전경
3부. 2019 전시실 전경 3부. 2019 전시실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내부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내부 전경 신승백·김용훈, <마음>(2019) 신승백·김용훈, <마음>(2019)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3부. 2019 전은 ‘광장’을 공동체적 연대감이 극대화되는 공간이자 시간으로 해석했다. 동시대 미술에서 드러나는 사회 주요 이슈를 통해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가는 개인이 직면한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다. 더불어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을 움직인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와 상황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대안적 광장’ 즉, 공공장소로서의 미술관은 개인에게 어떤 곳이 되어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 전시의 참여 작가들 중에서 신승백과 김용훈은 인공지능 등의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동시대 및 미래 사회에서의 기술의 역할에 대해 질문해 온 작가 그룹이다. 이들은 광장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바다로 해석해, 관람객의 표정을 수집한 데이터를 파도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관에 모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그들이 이루는 우연하고 일시적인 공동체는 시시각각 소리와 형태를 달리하는 파도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입장이 공존했던 역동적인 한국 미술의 역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모임 Gathering>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10.26~2020.02.23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실 전경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실 전경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실 전경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실 전경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여섯 번째 전시인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박찬경 작가는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 한국의 분단과 냉전 등의 현상을 정치 심리적 관심 속에서 다뤄왔으며 이를 주제로 한 영상, 설치, 사진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모임 Gathering’을 제목으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제도로서의 미술(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박찬경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작가는 미술관이 단지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모임이나 유대,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장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경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사는 이 시대를 돌아보고, 잠시 잊고 있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11.28~2020.05.31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실 전경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실 전경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전시실 전경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는 시간성·행위·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을 다룬 1980~90년대,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1990년대 후반 싱글채널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세대별 특성과 변화를 아우른다. 한국의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 매체와 관계하는 다양한 예술 실천’으로서 실험과 새로움, 그리고 기존 예술에 대한 ‘대안’의 의미를 가지며 1970년대 한국미술계에 등장했다. 이후 당대 현대미술의 지형 변화뿐 아니라 TV, VCR, 비디오카메라, 컴퓨터 등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모해 왔다. 이처럼 다양한 영상으로 전개된 한국 비디오 아트는 단편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 내·외부의 환경 및 매체의 변화 속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김두진, <잔인한 장식장>(1998)

김두진, <잔인한 장식장>(1998)

그중 최근 주요 담론 중 하나인 ‘젠더 이슈’나 정체성, 여성주의 담론은 1990년대 중후반에도 ‘신체’를 매개로 한국 미술계의 주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이 시기에는 신체미술과 퍼포먼스에 기반을 둔 비디오 퍼포먼스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김두진의 영상 설치 작품 <잔인한 장식장>은 장식장 속 여러 개의 접시 표면에 분절된 신체를 영상으로 투사한 작업이다. 물리적인 ‘신체’나 생물학적 ‘성’ 등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조건이기에 개인의 원천적 본질로 여겨지기 쉽다. 작가는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신체를 분절하고 파편화하여 그것에 부여된 사회적 의미를 제거하는 한편, 제한적 시선과 판단에 제동을 건다. 접시 위 파편과 같이 놓인 육체를 장식장에 진열하는 이 작업은 대중 미디어에서 소비되고 수단으로 전락한 ‘성’과 ‘신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전시를 통해 시대와 조응해온 비디오 아트를 살펴보고 미래에 펼쳐질 다양한 예술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울, 2019.09.05~2020.04.05

스페이스 파퓰러, <밝은 빛들의 문>(2019) 스페이스 파퓰러, <밝은 빛들의 문>(2019) CL3,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2019) CL3,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2019) 뷰로 스펙타큘러, <미래의 고고학자>(2019) 뷰로 스펙타큘러, <미래의 고고학자>(2019)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관리소와 함께한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 전은 덕수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야외 공간이 지닌 역사적 배경 및 특성을 바탕으로 한 작업으로 우리나라 근대 유산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자리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항과 근대화라는 격변기의 역사를 지닌 현대 건축가 5팀이 참가해 더욱 뜻 깊다. 이들은 근대의 태동을 알렸던 대한제국 시기에 새 시대를 염원했던 사람들이 가졌을 법한 ‘미래 도시를 향한 꿈’을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작품을 제작했다.

OBBA, <대한연향(大韓宴享)>(2019) OBBA, <대한연향(大韓宴享)>(2019) 오브라 아키텍츠, <영원한 봄>(2019) 오브라 아키텍츠, <영원한 봄>(2019)

그중 덕수궁의 법전인 중화전 앞에서는 OBBA(곽상준, 이소정)의 <대한연향(大韓宴享)>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1902년 열린 대한제국의 마지막 전통 연회 ‘연향’에서 사용된 만인산과 천인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햇빛과 바람 등을 막아주는 가리개인 만인산과 천인산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나 기능에 따라 공간이 창출되는 변화의 가능성을 포착한 것이다. 오색 반사필름을 재료로 작품을 제작한 덕분에, 낮과 밤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인증샷’ 장소로도 애용될 만큼 포토제닉한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미술관마당에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제니퍼 리, 파블로 카스트로)의 초대형 파빌리온, <영원한 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가을과 겨울 전시기간 동안 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파빌리온이다. 특히 ‘세계적 기후와 환경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시각적 장치’를 설치해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 작품 외에도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들의 유연한 건축 정신과 생동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주는 새로운 미적 경험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시간은 쏜 화살처럼 빨리 흐르기 때문에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어느 유명 소설가의 말처럼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채워 넣어야’한다. 작년 한 해를 의미 없게 보냈다며 자책하고 있다면, 올 한 해를 예술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인생 전시’가 될지도 모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가 끝나기 전 발걸음을 재촉해 미술관에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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