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문제점
문예진흥원의 조형예술분야의 지원제도와 그 내용에 대하여 살펴본 바에 의하면, 지원사업
의 내용이 너무 단순하며, 소액다건주의 등과 같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원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변화된 예술계와 사회여건에 부합되는 다각적인 지원프로그램의 개발이 미
흡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조형예술분야의 제반 여건 등을 감안할 매, 지원방식과 내용 면에
서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문화예술환경의 변화에 따른 다각적인 지원 방식미비를 들 수 있겠다. 80년대 후반에
들어 국제화,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문화환경이 급변하고있다. 전시활동의 규모도 커졌을 뿐
만 아니라 작품제작의 내용도 다양해졌다. 장르가 해체되면서 복합적인 작업형태가 일반화 되
고 있다. 첨단 멀티미디어가 동원되는가 하면 키네틱 아트나 대규모의 환경조형과 관련한 대
형 프로젝트들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장여건도 상업화랑의 시스템이 제대
로 구축되어 작품의 소화가 원활한 실정도 아직은 되지 못한다.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작가들에게는 여러가지 여건이 공공의 지원이 없이는 견뎌내기 힘들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작가들의 경우 제작 여건이나 환경이 크게 변화되었다. 과거 70년대 조그마한 개인 작업실에서 캔버스 작업이 가능하던 여건과는 사뭇 다르다. 작가들에게는 넓은 작업공간도 필요하고 작업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시설과 설비 등도 다양해 졌다.
전시의 장소나
형태도 실내만을 고집하는 과거와는 달리 자연과 일상공간 등 다채롭고 전시의 형태도 매우
자유로와졌다. 작가들은 작업공간을 찾아 시외의 공간을 찾아 나서고 있다. 대형작업공간을
도심에 확보할 만한 경제적 여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대형작업의 경우 그 제작
비가 만만치 않은 사정으로 기업이나 공공단체의 지원이 없으면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창작기반 여건이나 제작태도 등이 크게 변화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문
예진흥원의 지원방식은 70년대 지원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가들에게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그룹이나 단체가 개최하는 전시개최정비 일부지원이 아닐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한 지원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차라리 넓은 작업공간을 저렴한 경비로 사용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는 일, 또는 그리고 대형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이
에 상응하는 정비를 지원하거나 아니면 기업이나 스폰서를 효율적으로 연계시켜 주거나 하는
일 등이 더 시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둘째, 지원에 있어 사업내용보다는 외적요건이 중시되는 경향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지
원 조건에 있어, 일반적으로 형식요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원사업의 결정은 대개 사
업의 내용보다는 지원신청 단체의 실적이나 구성원들의 경력 등 외적요인이 더 중시되는 경
향이 있다.
따라서 이미 체계가 잡히고 다수의 회원을 가진 단체들이 단체활동의 경력을 배경
으로 참신성이나 열정없이 기획하는 관행적인 연례회원전과 같은 전시나 사업들이 정작 경
제적 여건이 열악하지만 의욕을 가진 참신한 단체나 그들의 사업을 축출해 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러한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일정기간 이상 수혜를 받은 경
우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든지, 일정기간 동안 몇 번 이상 수혜된 단체를 제외한다든지 사
업취지나 본령과 부합되지 않는 기준으로 심의를 거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사업만을 가지고 평가가 곤란하다면, 단체의 능력을 단순히 연륜이나 성원들의 경력 인지도
등이 아니라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 등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
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쨋든 무엇보다 지원의 기준은 사업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원사업의 유형이 너무 단조롭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
예진흥원의 지원사업은 몇 개의 유형이 있기는 하지만 전시활동지원이라는 유형 속에 모두
통합된다고 할 수 있다. 조형예술활동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물론 전시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시의 경우도 여러가지 목적과 성격을 가진다.
문예진흥원의 사업유형을 대별할 때
살펴보았듯이 창조자 중심의 전시도 있을 수 있고, 향수자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는 전
시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촉매자 중심의 전시도 가능하다. 실험적인 기획과 전시의 개념을 중
시하는 전시도 있을 수 있고, 회원들의 친목과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도 있을 수 있다.
그
러나 문예진흥원의 전시활동 지원은 사업유형에 대한 세부적인 구분 없이 모두가 전시활동으
로 뭉뚱그려져 있다. 이렇듯 지원사업의 유형이 단순할 진데 어떻게 새로운 예술행위를 조장
시킬 수 있으며 다변화된 예술현상을 담을 수 있겠는가.
단체활동지원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유형을 개발하여 좀더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데, 미술분야 학술활동지원 전문이론지 발간지원, 워크샵 개최지원 등등 유형을 목적에
맞게 얼마든지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형예술분야의 기조는 단순히 창작행위와 그 결과
를 전시회를 통해 발표하는 일만이 아니다. 이에 못지 않게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전시를 기
획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우수 기획전과 우수 기획자를 지원하는 방법도
개발 되어야할 사업유형 중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넷째, 지원금액의 비현실성의 문제이다. 문예진흥원의 지원금은 물론 부분 지원이다. 그러나
문제점의 서두에 지적했듯이 작품의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가고 있으며, 매체도 복합적인 양상
을 띄고있다. 작가개인이 부담하는 경비가 증가되는 만큼 지원금도 증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
러나 무조건적인 증가는 의미가 없으며 외부 스폰서 등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가 되었을 때,
NEA의 Matching Fund 시스템과 같이 그에 상응하는 지원금의 증액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소액다건주의의 효과와 다액소건주의의 실효도 다각도로 함께 검토되어야할 섣불리 어느 한
쪽이 효과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히 제한된 예산으로 단순하게 수혜가 돌아가
게 한다는 산술적인 발상으로의 접근은 지양되어야 한다. 문화향수를 제고하는 입장에서의 소
액다건주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격적인 작품발표와 실험적인 야심찬 기획에 이러
한 잣대는 부적합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