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산수화의 현대적 계승과 그 계보에 관하여 - 한국전통산수화전을 중심으로 -

장 영 준

      Ⅰ. 서 언
      Ⅱ. 한국전통산수화의 전개
      Ⅲ. 한국전통산수회전의 개최에 따른 6대가 계보
      Ⅳ. 결언

   Ⅲ. 한국전통산수화전의 개최에 따른 6대가 계보
우리 미술관에서 95년에 개최하였던 <한국전통산수화전(韓國傳統山水畵展)>놓고 볼때 대 다수 출품작가들의 회화양식은 그 뿌리가 멀리는 조선시대 후기 정선의 동국진경산수화풍과 심사정의 조선남종화풍에 연결되어 있지만 가깝게는 구한말과 근대기에 활동하였던 안중식과 조석진에게, 그 후로는 변관식과 노수현, 이상범 등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10년이후 일제의 강점기가 시작되면서 한때 중국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남화 가 일본에서 건너온 선전(蘚展)을 중심으로 우리 화단에 크게 영향을 끼친 바 있었으나 조선 시대 말엽까지는 청나라에서 건너와 남종산수화 등과 우리의 진경산수화 등이 함께 성행하였 던 것이다.

한국최초의 서양화가로 불리는 고희동(高羲東) 역시 처음에는 심전과 소림의 화실에서 한 국화 수업을 받기도 하였는데 비록 중국의 산수화풍에 영향을 받기는 하였지만 심전과 소림 은 구한말과 근대기에 우리 화단의 두 기둥이었으며 우리 한국화단이 근대기에서 현대기를 이행하는데 있어 디딤돌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소림과 심전 문하에서 근대 한국화단의 대 명사로 불리는 심산(心汕) 노수현(盧壽絃),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 소정(小亭) 변관식(卞 寬植),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등이 배출되었으며 심향(深香) 박승무(朴勝武), 의재(毅齎) 허백련(許百練)과 함께 근대 6대가로 불리우는 이들은 한국전통신수화의 본류를 계승하는 중 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95년에 개최된 신수화전에 출품한 작가들 중 현초 이유태, 청재 장철야, 심정 박세원, 혜촌 김학수, 석성 김형수, 창석 이억영, 춘정 유명렬 등은 이들 6대가에게서 수학한 제자들이며 이 번 <한국전통산수화전 소장작가전(韓國傳統山水畵 少壯作家展)>의 여러 작가들 역시 이들 <한 국전통산수화전>에 출품하였던 작가들에게서 사사했던 관계로 우리 전통산수화의 계보가 현 재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각각 다양한 작품을 출품하고 있지만 그 흐름은 우리 전통회화의 정통양식 에 이어져 있으며 각 작가들의 개성있는 필법으로 소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전통산수화전>과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전>은 우리 전통 회화의 맥을 되살리고 전통 에 바탕을 둔 현대성의 재창조를 위해 한국화단 및 미술교육계에 전통산수화의 중요성을 부 각시켜 그 생명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전시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올해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전>은 작년 미술의 해를 맞이하여 중견 및 원로작가들을 대 상으로 한 <한국전통산수화전>을 개최하였을 때, 이 전시가 한국회화의 정통성 유지와 한국미 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도 이런 성격의 전시가 지속적으로 유지 개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95년 전시(원로 중견작가들을 대상으로 함)에 이어 만 45세 이하의 청장년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이유태, 박세원, 구창서, 김학수, 김형수, 유명렬, 이억영, 장철야 등의 70세 이상의 원로작가 들과 이건걸, 김옥진, 김원 신영복, 임송희, 강지주, 정하경, 하태진, 정승섭 등을 비롯한 47명 의 중견작가들이 참여한 <한국전통산수화전>은 우리 전통 산수화의 조선시대 말기와 근대화 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을 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심정 박세원, 석성 김형수 등은 심산 노수현에게서 사사한 작가들로 평소 심산이 즐겨 그렸 던 암벽 산수화의 호방한 필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견고하고 안정된 구도를 바탕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먹과 담채의 효과에 부감법(俯橄法)에 의한 바위와 고목의 형태가 잘 어울리고 있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주었다.

심산은 황해도 곡산 태생으로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였으며 서화미술협회를 조직하 여 이용우,. 오일영, 김은호, 이상범, 최우석 등과 함께 활동하였는데 그의 밑에서 석성 김형수, 심정 박세원, 지목 이영찬, 이석 임송희, 백계 정탁영 등 훌륭한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것 이다.

<청하> <하경> 등 한여름의 평범한 한국의 농촌풍경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을 출품한 청재 장철야, 지호 이건걸 등은 청전 이상범에게서 수학한 작가들로 청전의 고졸하고 담백한 화풍을 이어받는 한편 독특한 갈필기법을 통하여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의 정취를 느 낄 수 있게 해주었다.

현초 이유태, 혜촌 김학수, 소강 김정묵 등은 근대 6대가 중 인물화와 산수화에 능통했던 이당 김은호에게 사사한 작가들이다. 김은호는 미인도, 신선도, 화조도 등을 화려하고 세밀한 전통화법에 일본의 채색 기법, 서양화의 기법까지 두루 섭렵하여 구륵법을 이용한 채색화에 있어 당대에 따를 자가 없었다.

이당은 심전 안중식에게서 수묵담채의 산수화와 문인화를 사
사하였으나 무엇보다도 세필(細筆)채색화와 공필(工筆)채색화에 뛰어났던 화가였다. 장식적인 색채와 간명한 필선, 안정된 구도의 묘미가 돋보이는 작가의 제자로는 백윤문, 한 유동, 장운봉, 김기창, 장우성, 조중현, 이유태, 정홍거, 김화경, 정완섭, 안동숙, 이규옥, 이남호, 배정례, 김학수 등이 주축을 이루었는데 <한국전통산수화전>에는 이유태, 김학수, 김정묵 등이 출품하였다.

남강 김원, 출정 유명렬, 윤재 노영준 등은 소정 변관식에게서 수학한 작가들이다. 소정은 둔중한 필선의 변화와 먹색의 중첩으로 인한 적묵(積墨)을 힘있게 이용한 적묵법과 파선법을 사용했던 작가로 복잡한 구도를 단숨에 풀어가듯이 그리는 실경산수화풍의 정형산수화를 지 향했던 육대가 중의 한사람이었다.

김원이나 유명렬, 노영준 역시 실경산수 경향의 표현양식 과 강한 적묵법과 파묵법이 돋보이는 작가들로 <한국전통산수화전>에는 금강산의 만물상 풍 경이나 주왕산, 전북에 있는 마이산, 농촌지방의 전원풍경 등의 실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을 출품하여 소정의 회화 계보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전통산수화전>에 참여했던 작가들 중 벽촌 나상목과 나기환은 부자(父子)가 함께 참여 한 특이한 경우로 나상목은 묵로 이용우에게서 사사하였다. 묵로 이용우는 간결하고 강한 먹 색에 단순하고 짜임새 있는 구도로 재당 배렴과 함께 우리 근대 화단에서 6대가 못지않은 비 중을 차지했던 작가였는데 그의 제자인 나상목은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지 역미술의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고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므로써 한국전통회화의 맥을 계승하 는데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엷은 담채에 운치있고 간결한 구도와 부드럽고 습윤한 감각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 세계는 남도지역 특유의 온화한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구창서와 이인실은 재당 배렴의 제자 로 설악산 실경을 바탕으로 한 장대하면서도 간결한 구도에 엷은 미점준이 빈복적으로 사용 된 적묵법이나 마치 화강암 표현에서 볼 수 있는 거친 질감의 갈필기법을 사용하여 한여름의 설악산 풍경을 산뜻하게 묘사한 회화세계를 보여주거나 눈덮인 겨울산하를 실사(實寫)를 통 한 사실적인 기법과 담채와 먹선이 잘 조화된 묵필법을 통하여 현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호남지역 특히 전남지역을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촌 신영복과 전정 박항환, 임농 하철 경은 남농 허건의 제자이고 옥산 김옥진, 희재 문장호, 매정 이창주는 의재 허백련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작가들이다.

허건은 추사 김정희에게서 남종 문인화의 전통을 이어받는 한편 그 정신을 계승했던 소치 허유의 손자로서 진도에서 출생했는데 문기 넘치는 필법을 바탕으로 자연 사물을 현실적 감
각으로 재현하거나 거친듯한 파선과 개성있는 담묵을 사용하여 소나무가 어우러진 산수를 잘 그렸던 작가였다.

전라남도 진도에 있는 소치의 당호를 딴 운림산방(雲林山房)의 계보는 소치 허유 - 미산 허 형 - 남농 허건 - 임전 허문 -허진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허건의 제자인 신영복이나 박항환, 하철경 역시 남종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문기있는 필법에 사의적(思意的) 산수의 세계를 그려 내거나 전통산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경산수의 화풍을 견지하고 있다.

의재 허백련은 광주 무등산에 칩거하며 전통회화를 지켜온 한국 남화에 있어 이 시대 최 후의 거봉으로 거친 먹선과 태점, 끊어질듯 이어지는 필선을 이용한 산수화와 화조화, 사군자 등에 능통하였으며 의도인(毅道人)으로 불리우기도 하였다.

의재는 일본에서 남화풍의 그림을 연구하고 돌아온 초기에는 선전(鮮展)을 중심으로 활발 하게 활동하기도 했으나 나중에는 올바른 한국산수화의 정형을 찾기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작 가였다.

또한 연진회(鍊眞會)를 창립하여 많은 후학들을 배출하였으며 민족정신을 고취하여 한국화 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작년 전시에서 그의 제자들 중 문장호는 무등산의 서석대를 사생하여 그린 실경산수화풍의 그림을 김옥진은 화면에 태점이 두드러지며 담채와 먹색이 잘 어우러진 남종화풍의 산수화를, 이창주는 청량한 기운이 넘쳐 흐르는 설악산 풍취를 묘사한 산수화를 출품하였다.

이들은 광주화단에서 허백련 이후의 전통산수화의 맥을 잇고있는 제 1새대 작가들로서 전 통 남종화의 사의정신을 계승하며 그 본질미의 중진에 노력하고 있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향 박승무는 서울태생으로 서화미술회에서 안중식, 조석진에게 사사한 후 선전 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남종산수화의 대가였다.

그의 작품은 미점을 구사하되 그 미점이 커 지고 힘차게 된것이 특징이라 하겠으며 더우기 집의 표현에 있어서는 한결같이 원형의 창을 뚫어 놓은 공통된 특징을 보여주었다. 특히 설정은 그의 예술세계의 깊은 맛을 보여주는 것으 로 무르익어가는 심향예술의 결정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는 그의 제자라 할만한 작가의 작품은 출품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한국전통산수화전>에 출품하였던 47명의 작가들 중 위주 최종걸을 비롯하여 정 승섭, 윤명호, 권기윤, 노경상, 최종인, 이용휘, 이윤영, 이정신, 손기종, 이원좌, 양창보, 오용길, 박주영, 김천일, 김대원(金大源), 김대원(金大原), 김인선 등의 여러작가들은 이유태, 박세원 장 철야, 김형수 등에 이어 한국전통회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작가들로서 우리 고유의 민족우화 정신과 정통기법을 이어받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소중한 작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전>의 작가들 또한 우리 전통화단의 제1, 2 세대들을 뒷받 침하고 있는 3 - 4새대 작가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과거의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의 전통의 재 창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가들로 현대 한국의 전통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누구보다도 가슴깊이 느끼고 있는 작가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중 강상복, 김봉빈, 김성환, 김영순, 김현승, 김호중, 박봉길, 백범영, 백종집, 신옥균, 신 창선, 안석준, 이관성, 이선우, 이승연, 장재운, 정형렬, 주영옥, 채환채, 홍소안 등은 서울을 중 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며 성장경, 강장하, 김종길, 김학곤, 송관엽, 조영훈, 서일석 등 은 대전·전북지역에서, 민병도는 대구 지역에서, 양동언은 수원에서, 국경하, 김광옥, 김상호, 박병락, 박종석, 박주생, 백현호, 정명돈, 조광섭, 채관병 등은 광주·목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작가들이다.

현재 상황에서 각 작가들의 분포도나 작품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분석해 볼때 서울경기지역 은 주로 진경산수화풍의 사경산수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호남지역은 추사·소치 이후의 조 선 남종화풍의 정형산수화가 실경산수화풍보다는 더 폭넓게 전파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사이의 대다수의 중견·청년작가들은 처음부터 사의적인 관념산수를 지향하기 보 다는 자연의 실사를 바탕으로 한 실경산수화풍을 선호하여 실험적 자세를 잃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전>은 이런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하여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우 리 자연이 지니고 있는 참모습을 표현하려는 진취적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회라 할 것이다.

이들은 대다수가 도제교육을 통해서 또는 대학에서 장기간의 전문적 교육과정을 이수한 작 가들로서 끊임없는 자기모색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지방미술의 활성화를 위해서 중앙 과 지역화단과의 문화적 발전성이나 괴리감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에 상주하여 전통회화의 뿌 리를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韓國傳統山水畵展>과 <韓國傳統山水畵 少壯作家展>이 한국 전통산수화의 뿌리를 지속 시키는데 있어 절대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두 전시회를 통한 전시효과와 관람객에 대한 교육, 홍보, 우리 한국화에 대한 관심의 제고 등에서 보면 전시회의 기획의도 가 우리 전통회화의 발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화단이 추구해야할 전통회화 의 전승과 보존에 있어 큰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문화적 흔동 속에서도 우리의 전통을 숭상하고 그 정신을 보존하 려는 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문화적 유산을 잃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갈구라고 말할 수 있 다.

옛 선조의 숨결이 스며있는 생활양식이나 정신문화가 아무런 가치도 없이 사라져가는 오늘 의 현실에 비추어 볼때 원로와 중견작가들이 참여했던 <한국전통산수화전>과 청장련작가들이 출품한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전>은 우리 전통회화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려는 우리 미 술관이 지니고 있는 사명감의 발로인 동시에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