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의 전개와 국립현대미술관 비디오작품 소장현황|
Ⅰ.연구 배경
II.비디오 아트의 전개 | III. 국립현대미술관 비디오 작품 소장 현황
IV. 앞으로의 과제 |
미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술가들의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새로운 형식을 낳고 새로운 양식으로 변모해온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아방가르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전자매체의 시대, 뉴 미디어 시대의 아방가르드들이 탄생시킨 다양한 양식 가운데서도 비디오 아트는 급속히 수용되어 어느덧 유수한 미술관들이 다투어 수용하는 부문이 되었다.
비디오 아트의 역사는 아무리 길게 보아도 40년이 채 못되는 짧은 기간이고 더욱이 하나의 미술형식으로 수용되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30여 년 정도이다. 이에 비해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비디오 작품2)의 소장은 1990년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작품 분류에 있어서도 비디오 아트에 대한 분류기준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이며 또한 비디오 아트의 수집에 관한 정책이나 연구도 일천한 상황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비디오 아트의 전개과정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비디오 작품 소장 현황을 검토해보고 향후 수집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II. 비디오 아트의 전개 비디오 아트의 기원 비디오 아트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엇갈리지만 일반적으로 백남준의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전시회와 1965년 포타백(portapak)이 등장한 시기를 시점으로 삼고 있다.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다루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언급하는 1963년 부퍼탈의 파르나스 화랑에서 열린 '음악의 전람회 : 전자 텔레비젼'展은 백남준의 첫 개인전이자 비디오 아트의 효시가 되는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에서 그는 피아노를 도끼로 부수는 개막 퍼포먼스와 함께 3대의 피아노와 13대의 TV를 선보였다. 13대의 텔레비젼에는 왜곡된 방송 이미지나 순수 추상이미지가 나타도록 조작되어있었는데 이 작품은 모니터를 사용한 최초의 비디오 작품인 동시에 전자 영상예술에 첫발을 내딘 셈이 되었다. 또한 휴대용 포타팩이 등장한 해인 1965을 계기로 비디오 아트는 오브제 개념의 비디오 아트는 소프트웨어에 의한 비디오테이프미술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백남준이 시판 첫날 구입하여 당일 저녘 '카페 아고고'에서 발표하였다는 일화나 같은 해 레스 레빈이 뉴욕의 우범지대의 거리 부랑자와 알콜 중독자를 인터뷰하여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1965년설을 뒷받침한다. 한편, 볼프 보스텔과 조지 브레히트 역시 비디오의 기원을 논의할 때 예외없이 거론되는 작가들이다. 백남준과 동갑인 보스텔은 1963년 백남준의 부퍼탈에서의 전시회가 있은 두 달 후에 뉴욕의 스몰린 화랑에서 'TV 데콜라지전'을 열어 비디오 예술의 다른 기원을 제공하였다. 브레히트 역시 1959년 TV를 사지 못해 계획에 그쳤지만 TV모니터를 이용하여 카드놀이를 하는 플럭서스 양식의 해프닝을 기획하여 비디오 아트의 출발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비디오 아트의 기원을 주장하는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면 백남준을 시조로 보는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비디오의 시조로 거론되는 작가들이 모두 플럭서스 예술가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바로 비디오 아트와 플럭서스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인데 비디오 아트가 플럭서스의 연장이며, 플럭서스와 마찬가지로 삶과 소통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텔레비젼의 오브제성에 입각한 이들의 작업을 통해 비디오 아트는 근원적으로 조각적 오브제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많은 비디오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비디오 아트의 경향은 조각적인 성격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비디오 아트의 구분 비디오 아트의 전개과정을 보면 비디오 작품은 비디오테이프 예술 즉 비디오그래피, 비디오 설치, 비디오 조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디오그래피란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 편집하여 제작한 다큐멘터리 이미지 혹은 실험적 이미지를 위주로 하는 비디오테이프를 말하며, 비디오 조각은 조각물에 비디오 카메라, 모니터 등을 부착하거나 조각물과 함께 놓여 있는 작품을 말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품 중에는 백남준의 <라디오데이>나 부키 슈와르츠의 <비디오 시소>를 비디오 조각의 예로 살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비디오 조각작품은 비디오테이프를 제거한다면 조각작품으로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비디오 설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다다익선>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비디오 장비를 이용한 설치물, 특히 TV수상기를 이용한 설치물을 말한다. 비디오 조각의 경우 모니터를 제거해도 조각의 형태가 남고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비디오 설치의 경우 모니터를 제거하면 골조물만 남거나 혹은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특징이 있다. 비디오 아트의 전개 ① 제 1기 : 1960년대 미술가들이 비디오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송신이 일방적으로 수신을 지배하는 텔레비젼의 비민주적, 비대칭적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상호적인 소통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디오 아트는 그 시발부터 예술위주의 비디오와 정치적 비디오가 별개로 발전하였다.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인 <음악의 전람회-전자 텔레비젼>에서 소개된 장치된 TV - TV는 정상으로 전시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영사막을 꺼꾸로 뒤집어 놓거나 관객이 발로 밟아야 기능을 하도록 조작된 것이었다 - 는 텔레비젼 내부회로를 변경시켜 방송이미지를 왜곡하거나 브라운관을 조작하여 스크린에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 선묘를 창출하였는데 관객의 참여를 요구하는 이 전시회의 기본적 개념은 60년대 대중문화의 우상이던 텔레비젼을 공격하고 해체시키는 것이었다. 즉 텔레비젼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 방송국에 적합한 편집을 통해 각색하지만 이 전시를 통해서 오히려 그 기능을 제어당하였던 것이다. 관객이 직접 브라운관의 이미지를 변형시킬 수 있게 제작된 백남준의 <자석 TV>는 순수 예술형식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한편, 대중매체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외된 영역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와 개인적인 이미지를 채집하고 직접적이며 소통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정치적 비디오 아트가 등장하여 순수예술형식으로서의 비디오 아트와 대결양상에 접어들었다. 예를 들면 1969년 보스턴 WGBH-TV의 '매체는 매체다'와 같은 해 뉴욕 하워드 와이즈화랑의 '창조적 매체로서의 TV'는 미학과 정치의 분리가 가시화된 다큐멘터리 비디오와 순수 예술 위주의 비디오 아트간의 분열이 표면화된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② 제 2기 : 1970년대초 - 1980년대초 1970년대는 시라큐스의 에버슨미술관이 최초로 비디오부를 설립(1970년)하는가 하면 1969년 '창조적 매체로서의 TV전'을 개최하였던 하워드 와이즈가 전문적인 비디오테이프 배급회사를 설립하는 등 비디오 아트가 정착되었던 시기이다. 특히 1982년에는 휘트니 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을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하였는데 이는 백남준을 비디오 예술의 시조로 전세계에 공인해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비디오 아트가 미술계에 당당히 뿌리내렸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나르시시즘의 미학을 도출시킨 폐쇄회로를 이용한 작업, 전자매체로서 비디오의 속성에 주목하고 전자이미지의 특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영상을 창조한 비디오그래피 제작작업, 60년대 지하 비디오를 계승하여 비디오를 상업방송의 대안으로 간주하는 대리TV 등의 양상이 두드러졌다. 전자시그널자체를 조형적 매체로 취급하고 전자매체 특유의 언어를 발굴한 우디와 스타이나 바슐카 부부의 이미지프로세싱과 백남준과 아베의 비디오 신디사이저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였다. 또한 빌 비올라는 신비주의와 선사상을 비디오와 결합시켜 은유적이고 환각적인 비디오 시의 세계를 창출하였다. 특히 백남준의 <글로벌 그루브>에서 이미지들은 합성기에 의해 조작되어 회화적인 이미지 가공이 실현되었던 작품으로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디오와 구별된다. 즉, 정치적 비디오 작가들이 소홀히 하였던 비디오기술의 도입과 적용을 통해 예술적 이미지를 창조하여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전자문화의 선구로 지구촌 정보교환과 소통장치의 시대를 예고한 작품이기도하다. 한편 70년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60년대 지하 비디오를 계승하여 비디오를 상업방송의 대안으로 간주하는 대리 TV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고 이는 커뮤니티 비디오와 게릴라 텔레비젼으로 분화되었다. 게릴라 텔레비젼의 활동은 1972년 TVTV가 결성되면서 미국의 정당집회를 갖고 비디오의 역사 등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것으로 표면화되었는데 이들은 방송의 권위주의적 보도와 담화를 배제하고 비관례적 인터뷰와 영상을 도입하면서 대리 비디오로서 혁신을 도모하였다. 한편 커뮤니티 비디오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변혁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대화와 민주적 소통을 통하여 여성, 동성연애자, 흑인, 아시아인 등 복합문화 공동체와 함께 소수 집단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이와 함께 비디오와 퍼포먼스가 결합되어 퍼포먼스장면을 녹화하거나 비디오를 위해 퍼포먼스가 행해지기도 하였다. 비토 아콘치, 브루스 노만, 리차드 세라 등은 대표적인 개념미술가이자 비디오미술가로 시간성 그리고 거울반영의 원리과 같은 비디오 특유의 속성을 행위와 결합하여 독특한 양식을 펼쳤다. 국내의 비디오 아트는 텔레비젼이라는 매체와 그 기능에 대한 관심이 비디오 아트를 출현시켰던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초기부터 조형적 실험정신에서 출발하였다. 국내에서 보여준 다양한 미술의 흐름 속에서 시간을 매체로 등장시킨 작품으로 1969년 김구림의 16㎜영화인 <24분 1초의 의미>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비디오 아트라 하면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순기가 1976년 비디오작업을 시도하였고, 1977년에는 박현기가 대구현대미술제에 물에 반영되는 램프이미지를 담은 <비디오 설치>를 출발로 폐쇄회로를 이용하여 거울반영의 원리를 담은 작품들을 발표함으로써 국내 비디오 아트의 출범을 알렸다. ③ 제 3기 : 1980년대 ∼ 1990년대 제 2기가 비디오 아트의 조형적인 가능성을 확장시켰던 시기라면 제 3기는 초기 비디오 작업에서 등장하였던 비디오 조각이나 비디오 설치작업보다 상대적으로 비디오그래피작업에 치중한 시기였다. 재현과 성별의 문제에 주목하고, 디지털 편집기술로 몽타쥬가 성행하면서 해체주의적 비디오가 등장하였던 것도 바로 시기이다. 특히 뮤직비디오와 비디오그래피 제작자였던 존 샌본과 백남준의 몽타쥬는 새로운 이미지 창출을 가져왔는데 백남준의 인공위성예술 3부작은 이 시기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예이다. 70년대부터 몽타쥬 테이프를 제작하였던 백남준은 80년대에는 인공위성을 사용하는 생방송 중계작업에서 복수적 차원의 몽타쥬를 사용하여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바이 바이 키플링>, <손에 손잡고> 등 우주오페라 3부작을 제작하여 마침내 자신의 참여 TV의 이상이었던 전 지구적 소통을 이룩하였다. 한편 인간에 대한 사색과 문화 상황을 다루는 부르스 노만, 게리 힐의 작업도 주목을 끌었고 몽타쥬와 내러티브 그리고 미학과 정치를 결합시킨 절충주의적 양식도 등장하였다. 사실과 허구, 텍스트와 이미지를 병치시킨 90년대 비디오의 양상은 디지털편집을 거쳐 실시간을 와해시켰으며 혼성적 특성이 두드러졌고, 다큐멘터리, 실험적 내러티브, 시적인 혹은 연극적 구성, 자전적 수필 등 다양한 양식을 통해 정체성과 성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도출하였다. 또한 영화, 드라마, 소설, 광고 등에서 모티프와 주제를 변용시키는 차용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도 하였다. 90년대에 이르러 디지털 비디오가 출범하고 비디오가 인터넷, 가상현실과 접목되자 인터액티브 미술을 성취하는 등 비디오 아트의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었으며 백남준을 비롯한 다수의 비디오 작가들이 아날로그로 제작된 싱글채널 테이프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며 홈페이지 개설을 통하여 멀티미디어 시대에 보조를 맞추었다. 국내에서도 대중매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예술 형식을 체계적으로 소화할 만한 충분한 토양은 부족하였지만 비디오 아트는 급격히 파급되어 많은 작가들을 배출하였다. 서양 비디오가 반-TV라는 구호아래 정치적, 다큐멘터리형식 비디오가 다수 등장하였던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예술적 양상이 앞서 두드러졌고 비디오 아트가 정착되면서 정치적 양상이 등장하여 예술적 양상과 혼재된 것이 특징이다. 1983년 수화랑에서 열렸던 박현기의 <오디오, 비디오전>에 이어 1987년 이원곤의 비디오 설치전인 <돌의 비디오전>, 그리고 1988년 오경화 비디오전이 열리면서 비디오 아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육근병, 전수천, 김수자, 문주 등은 카셀 도큐멘타, 상파울로 비엔날레, 리용 비엔날레 등에 비디오 작업을 소개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였다. 천수보살상, 포르노테이프이미지, 동·식물문양, 산스크리트문자 등을 컴퓨터에서 합성, 성과 속이 섞인 명상적 분위기 연출하는 박현기, 현대사회 속에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보여주는 권순환, 정치나 성에 관한 고발적인 내용을 담은 오경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관람자를 공격하는 오상길에 이어 공성훈, 육태진 등도 활동을 펼쳤다. III.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비디오 작품 현황 비디오 작품 소장의 필요성 국립현대미술관이 비디오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한 것은 <다다익선>이 설치된 1990년부터이다.3) 주지하다시피 최근 미술의 경향은 전통적 타블로의 개념에서 확연히 벗어나 있다. 물론 20세기 미술이 과학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고 비디오와 미디어가 단순 매체(재료의 의미)로 사용되기보다는 본질적인 접근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고 이같은 양상이 현대의 문화양상을 반영하고 있기에 많은 이론가들이 이를 주시하였다. 프레드릭 제이미슨도 후기 산업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정신보다는 물질을 추구하는 문화로 규정하고, 비디오가 시각적, 음악적, 신체적, 공간적인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이러한 물질문화에 가장 적합한 매체이며 '원작없는 복제'로만 존재하는 방식으로 인하여 포스트모던적 매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4) 결국 비디오는 예술과 삶의 통합이라는 전위미술가들의 이상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시간성이라는 존재론적 조건으로 인하여 심리적 소통을 위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이 점이 바로 모더니즘 미술과의 확연한 구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당수의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따라서 당대의 미술을 해석하고 이를 보존해야할 현대미술관으로서 20세기 후반부를 대표하는 미술양식인 비디오 아트에 대한 향후 미술관의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비디오 작품 소장현황 비디오 아트에 대한 관심의 결여는 자연히 관리상의 난점까지 수반하였다. 1999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의 작가위주의 분류방식으로 인하여 비디오 작품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부문상 양화, 조각에 포함시켜 분류하고 있다. 1999년 소장품 정보표준화와 분류체계 정립을 위한 연구사업에서 비디오 아트를 미디어 아트라는 범주에 포함시켜 별도의 부문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국립현재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디어 형태의 작품이 모두 비디오 작품으로, 용어상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비디오 아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한다. 구체적인 소장품을 보면, 1999년 9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비디오 작가는 백남준, 전수천, 박현기, 육근병, 이준목, 그리고 기탁관리되고 있는 부키 슈와르츠로 작가 수는 6명(국내작가5/국외작가1)이다. 더구나 소장품은 23점에 그쳐 박현기 3점, 전수천 1점, 육근병 1점, 이준목 1점 그리고 부키 슈와르츠 1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16점은 모두 백남준의 작품이다. 보다 상세한 소장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분 | 한국화 | 양화 | 조각 | 공예 | 사진 | 서예 | 건축 | 비디오 | 합계 |
작품수 | 375 | 2106 | 375 | 165 | 524 | 372 | 5 | 23 | 3945 |
비율(%) | 9.5 | 53.3 | 9.5 | 4.18 | 13.2 | 9.4 | 0.12 | 0.55 | 100 |
구 분 | 구 입 | 기 증 |
작 품 수 | 15 | 8 |
연도별 소장작품 현황
주지하다시피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비롯한 국립현대미술관 비디오 작품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이다. 더욱이 백남준의 <다다익선>, 박현기의 <무제>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1990년대 작품으로 초창기 비디오 작품의 소장이 요구된다. 일례로 16점이 소장되어있는 백남준의 경우마저 그의 격렬한 아방가르드정신이 반영되어 있고 미술사적으로도 의미있는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시기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지 않다. 비디오 아트의 시조이며 세계적인 한국 작가의 작품에 대한 소장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같은 사실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비디오 작품에 대한 소장이 미술사적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편,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이나 뉴욕현대미술관의 경우 일찍이 비디오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하여 미술사적으로 주요한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의 경우 1997년 현재 소장된 비디오 작품 수는 비디오그래피 700점, 비디오 설치작품 35점이며 이와 별도로 영화부에서는 예술영화(1919년부터 1997년까지) 730편을 소장하고 있다. 이는 단지 수적으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보다 이 분야에 대한 미술관의 연구성과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 일컬어지는 백남준의 경우도 15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근대 현대 드로잉 사진 뉴미디어 예술/실험영화 건축 디자인 총작품수 5,933 1,571 18,000 12,500 735 730 2,577 1,554 43,600 13.6% 3.65% 41.2% 28.6% 1.68% 1.67% 5.91% 3.56% 100 또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경우 1970년 비디오부를 설립한 이래 비디오그래피 800점을 소장하고 1998년 7월부터 1999년 6월 1년간 새로이 소장한 작품 중에만도 16점(구입 11점)이 비디오 작품이었다. 이 중에는 리차드 세라의 비디오 퍼포먼스는 물론 최근 각종 국제전을 통해 각광받고 있는 36세의 젊은 작가 피피로티 리스트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6점의 작품들은 비디오그래피가 대부분으로 프랑스 근대미술관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각 미술관들이 현재 비디오그래피 소장이 대폭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디오 아트 중에서도 비디오그래피와 비디오 조각보다 상대적으로 전시나 관리상 어려움을 수반하는 것이 비디오 설치이다. 비디오 설치의 경우 작품이 상당부분 장소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보면 비디오 설치의 특성이 비디오 아트를 정치적 성향보다는 예술적 양상으로 나아가게 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비디오 설치는 비디오테이프는 물론 아이디어스케치, 드로잉, 혹은 설치도면 그리고 작품 설치에 관한 세부사항이 함께 관리되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램프 코어에 설치되어 있는 <다다익선>은 1003개의 모니터로 탑의 형상을 만들고 각각의 모니터에 각기 다른 4종의 비디오테이프가 일군을 이루어 동시에 상영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소장작품으로 등록된 것은 거대한 탑 모양의 <다다익선> 구조물이 아닌 각각의 비디오테이프들뿐이다. 사실 1003개에 달하는 개별 모니터를 작품으로 분류·관리할 필요는 없지만 작품의 구성이나 설치에 필요한 세부사항 및 아이디어까지는 반드시 관리되어져야만 한다. IV. 앞으로의 과제 오늘날의 발달된 테크놀로지와 각종 첨단 매체들은 예술의 영역 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하고 폭넓은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미술사적으로도 현대문화현상을 반영하는 의미있는 양식으로 공인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993년 제 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비디오 작가인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인 최고상을 수상한데 이어 1995년 제 46회 베니스 비엔날레서는 또다시 비디오 작가 게리 힐이 동일한 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많은 미술관들이 일찌기 비디오 작품 소장을 시작하였던 것은 이를 증명한다. 이에 비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의 비디오 작품 소장 현황은 그간 이 부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였으며 소장정책 또한 부재하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부문에 대한 체계적인 소장정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우선 미술사적 연구를 토대로 사적으로 주요 작가들이 그들의 주 활동시기에 제작한 의미있는 작품에 대한 소장이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미술품의 소장에 있어 세계 미술의 흐름에 대한 폐쇄적인 소장정책은 지양하여야할 것이다. 더구나 비디오 아트가 서구의 대중매체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단계적인 양상을 보여왔음에 비해 국내 비디오 아트의 변천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선 90년대 제작된 작품에 치중하고 있는 현재의 소장방식에서 탈피하여 초창기 비디오 작품을 비롯한 비디오 아트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수집방식을 채택한다면 향후 상설전시를 통한 일반인의 이해를 도모하는 한편 교육적으로도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비디오 아트 소장품 내용의 다변화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살펴보면 비디오조각, 비디오 설치, 비디오그래피가 각각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비디오 작품은 대부분이 비디오 조각, 비디오 설치에 치중하여 있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의 비디오 작가들이 비디오그래피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려할 때 비디오그래피를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사적으로 의미있고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소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비디오 아트 특히 비디오그래피의 경우 이를 전문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 혹은 상영실이 마련되어야한다. 기본적으로 관람에 시간을 필요로 하고 타 부문에 비해 독립적인 공간이 요구되는 이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상영실의 마련은 비디오 작품의 수집과 함께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작품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소장정책을 수립하고 작품을 새로이 수집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수집된 작품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비디오그래피, 비디오 조각, 비디오 설치 등 각각의 존재 방식에 따른 세심한 보존이 필요하며 특히 비디오 설치의 경우 비디오테이프 자체와 함께 드로잉이나 설치에 관한 세부사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하여야한다. 또한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비디오테이프 역시 일괄적으로 관리하여야하며 별도의 수장시설은 물론 보관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디오디스크의 경우 온도나 습도에 민감하지 않아 열대지방서도 환경조건을 조절할 필요는 없지만 비디오테이프의 경우는 실내온도 18∼22℃, 상대습도 50% -특히 습도 60%를 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장 중에는 급격한 열변화나 진동이 피하여야 한다. 국가의 유일한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 창작지원의 역할까지 담당해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고가인 비디오 등 매체작업에 필요한 기기들을 제공하여 편집 등의 편의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스테델릭 미술관 등 유수한 미술관들이 웹 아트 지원활동 등을 펼치며 당대의 미술을 수용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예술형식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주 석 1) 본고는 필자가 1999년 9월 27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학예연구직 정기연구발표회를 위해 작성한 발표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2) 본고에서는 비디오를 매체로 사용한 비디오 아트 작품을 비디오 작품으로 명명하기로 한다. 3) 시라큐스의 에버슨 미술관이 최초로 비디오 전문 부서를 설립한데 이어 뉴욕의 현대미술관(1970), 파리의 퐁피두센터-국립근대미술관(1986) 등이 비디오 아트를 포함, 뉴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를 설립하였고, 이 분야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미술관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또한 비디오 아트를 미술관의 주요 소장부문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2000년 예정인 휘트니 비엔날레에 디지털 작품 10편이 행사에 포함되는 등 미디어 아트 분야가 팽창하면서 미래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비디오 아트 나아가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대체로 1905년∼1997년에 제작된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경우 회화, 조각, 설치(비디오 설치 제외), 섬유, 오브제 포함하고 있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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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