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관과 디스플레이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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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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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머릿말 최근 수십년 동안 전시 일반에 관한 연구와 함께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아직도 미술작품이 전시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감이 있으며, 현대 미술사 전반에서 전시디자인 부문이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미술사학자들은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과 전시의 의미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시각에서 분석을 해왔으나 정작 작품들이 전시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시 디자인에 대한 기록들은 전통적인 미술사에서보다는 건축사나 디자인사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발견되며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논문들에서 디스플레이에 관한 주제를 종종 다뤄왔다.1) 기본적으로 전시는 작품들 사이의 다층적(多層的)인 관계들을 설정하는 것에 의해 고안되고, 디스플레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의 기획자가 의도한 메시지를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디스플레이의 개념이 미술작품이 해석되는 방식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즉, 설치 방식이 전시와 전시된 작품의 의미 관계를 설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제고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 글에서는 현대미술 분야에 집중하여 작품수집과 전시를 한 최초의 미술관인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의 형성기와 그 이후에 이루어진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법들을 중심으로, 그것들이 MoMA라는 현대미술관의 전형을 창조하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했는가를 고찰해 보겠다. 또한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법들을 통해서 작품들이 전시로 보여질 때 발생되는 상이한 맥락들과 의미들, 디스플레이가 전시의 주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창조하는 메시지들이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경험들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고자 한다. MoMA의 디스플레이의 여러 측면들은 현대 미술의 한 양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현대미술관들이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제도적 위치를 공고히 해나가는 방식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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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 디스플레이의 제요소들과 초기 디스플레이 1. 디스플레이의 제(諸)요소들 디스플레이의 유형을 좌우하는 요소들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전시 종류, 전시 성격, 전시 장소, 전시기획팀의 구성, 관람객 유형 등이 있다. 그 프로젝트가 상설전, 기획전, 혹은 순회전인가. 특별한 기획전인가 아니면 기존의 소장품을 재해석하여 구성하는 전시인가. 작품은 평면인가 입체인가. 그 외에 작품의 가격이나 재질, 특별한 보존 환경, 보안 문제에 따라 전시장의 조성과 디자인에서 사용되는 재료의 유형이 달라진다. 미술관 건물과 갤러리의 물리적 요건 즉 바닥이 작품의 하중을 견디는 정도, 조명, 냉온방 조건, 전시작품의 반출입 방법, 관람객의 동선 등은 또한 고려되어야할 요소들이다. 전시 디자인은 큐레이터가 전시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바, 전시의 목적을 드러내는 것으로, 좋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기 위해 큐레이터와 전시 디자이너와의 긴밀한 협동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술작품들을 전시하고 해석하는 데는 특별한 디자인 기술을 요구한다. 전시 디자이너는 기술과 생물공학적, 심리학적 지식, 창조적 사고로 디자인의 복잡한 과정을 해결한다. 전시는 하나의 공동작업으로 그밖에 교육 담당자, 보존과학 담당자, 홍보 담당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전시 디자이너는 이들과의 협의를 거쳐 전시 디자인을 완성시킨다. 전시의 교육적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교육 담당자들이 필요하며, 보존과학 부서는 작품이 배열되는 방식과 보존환경 조건, 또한 디스플레이를 위한 보존처리 작업을 계획, 수행하기 위해, 홍보 부서는 관람객의 유형과 기호에 대한 분석자료를 토대로 전시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전시팀에 합류한다. 예산은 실제적인 문제로, 전시 디자이너가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예산규모에 맞는 디스플레이로 어떠한 것들이 가능한지를 모색해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위해 큐레이터는 전시의 목적과 전시될 작품들에 대한 슬라이드, 사진, 그래픽 이미지, 텍스트, 설명판과 명제표, 각종 표지의 모든 정보들과 그밖의 요구사항들을 전시 디자이너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하며, 전시 디자이너는 큐레이터, 교육 담당자와의 협동작업을 통해 전시 개념을 실현시키는 일을 해낸다. 이러한 기본 작업을 바탕으로 전시 배치도와 모형안을 만들고 비용 견적을 낸 후 계획안에 대한 최종 검토를 거쳐 디자인이 결정된다.2) 미술관이 무엇을 수집하고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대한 고민은 결국 관람객의 시선과 흥미를 끌어 예술작품에 대한 경험 속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것으로 20세기에 미술관 인구를 증가시켜온 요인이 되어 왔다. 20세기 디스플레이의 혁신들 가운데 작품을 보는 방식과 작품이 보여지는 방식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준 기술적 변화는 조명이었다. 일광과 인공조명은 그림과 오브제가 걸리거나 놓이는 방식, 빛과 그림자의 관계,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집중 혹은 확산으로 다양하게 처리되었고, 빛의 강도의 효과와 작품과 관람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다.3) 전시 디자이너, 시청각 자료, 조명시설과 장비의 개발과 같은 기술적 진보의 디스플레이의 혁신들은 "전시는 사실상 관람객이 있어야 존재한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이 자신이 보는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 가이다."4)라는 신념으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관람객은 디스플레이의 유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대부분의 전시의 경우 여러 유형의 복합적인 관객 층을 대상으로 구성되나, 시각장애자를 위한 전시나 어린이를 위한 전시와 같이 경우에 따라 특별한 계층이나 새로운 계층을 위해 전시가 구성되기도 한다. 의도하는 관람객 층이 전문가인가 비전문가인가 혹은 특별한 학생단체인가 가족단위인가 등은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또한 관람객의 신체적 조건은 효과적인 전시 감상을 위해 디자인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요소이다. 2. 초기 디스플레이 후기 르네상스경 휴머니스트 사상은 디스플레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여 지배자의 위대성은 경이로운 물건들을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전시하는 것에서 입증되었다. 그리하여 16세기 말에 프라하에서 루돌프 2세(Rudolf Ⅱ)는 자신의 훌륭한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궁전을 재건축하도록 하였다. 한편 폴 게티(J. Paul Getty)나 폴 멜론(Paul Mellon) 같은 근대 미술관의 소장가들의 경우, 소유에 대한 환상과 그들에 대한 칭송보다는 걸작의 유일무이함과 시각적인 힘 등 작품들의 시장가치를 훨씬 더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작품들은 소유자의 위대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걸작의 카리스마 -경이를 일으키는 힘-를 고양시키고 예술적 천재를 증명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끄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되었다.5) 현대의 혁신적인 전시 디자인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프레더릭 키슬러, 엘 리시츠키, 허버트 바이어, 릴리 라이히, 주제페 테라그니(Giuseppe Teragni) 등의 미술가, 디자이너, 건축가들에 의해 유럽과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유럽에서 최초로 진보적인 설치 디자인의 기틀이 세워진 시기는 1920, 30년대로 대중매체의 기초가 세워진 시기와 바로 일치한다. 전시 디자이너들은 디스플레이를 현대인의 삶을 변화시킬 매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영역들 가운데 하나로 보았다. 장소성, 기술적 혁신, 대중매체, 관람자의 상호작용은 그들에게 특별한 관심사였다. 1924년 비엔나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제신(新)무대기법(International Exhibition of New Theater Technique; Internationale Ausstellung neuer Theatertechnik)>전(그림 1)에서 프레더릭 키슬러(Frederick Kiesler)는 현대 디스플레이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L/T(Leger and Trager) 구조'의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벽에 그림을 납작하게 붙여 배열하는 전통적인 설치 기법의 대안으로 생각한 'L/T 구조'는 수직 수평의 사각형의 패널로 지지된 수직 수평 빔으로 독립되어 있으며 분리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단위들로 구성되었다. 그 구조물은 작품들을 관람객과 분리된 별개의 공간이 아닌 관람객의 공간 속으로 위치시켰으며, 개별 혹은 그룹의 작품들에 처리된 집중 조명은 형태의 구조적 유연함을 강조함으로서 키슬러가 말한 "다양한 투명성"을 획득하였다.6) 'L/T 구조'의 통합된 양상과 드 슈틸(De Stijl)과의 제휴는 키슬러가 1925년 파리의 <국제현대장식산업미술(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 coratifs et Industriels Modernes)>전(오스트리아 무대 섹션)을 위해 <공간의 도시(City in Space)>(그림 2)를 제작했을 때 가장 잘 나타났다. 이 프로젝트에서 수직 수평비와 평면의 형식언어, 환원적인 색채구조, 확장되고 개방된 공간감이라는 키슬러의 형식에 대한 기본적 접근은 드 슈틸(De Stijl)의 형식과 공통점이 있다. 1920년대에 드 슈틸과 제휴한 국제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총체적 환경'을 표방하였다. 전시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통합된 내부로서 여겨지며 많은 경우에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오가면서 설치와 상호작용 한다. 이 시기에 미술관 전시공간은 미술가, 디자이너, 건축가의 창조적 영역이었다. 한편 1942년 뉴욕 금세기화랑의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의 요청에 따라 제작한 <초현실주의 갤러리(Surrealist Gallery)>에서 키슬러는 그림들을 올려놓기 위해 움직이는 지지대를 사용하였는데, 관람자가 보기 원하는 위치로 지지대를 경사지게 만듦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람객과 작품들과의 "관계연구(Correalism)"7)를 유도하였다. 엘 리시츠키(El Lissitzky)가 1927, 1928년 하노버의 란데스무제움(Landesmuseum)에 설치한 <추상적 전시실(Abstract Cabinet)>(그림 3)은 비록 그가 러시아 구성주의라는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나 키슬러의 드 슈틸과 유사한 관심을 탐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키슬러의 'L/T 구조'처럼 <추상적 전시실>은 갤러리의 건축적 세부와 이탈되어 움직이는 부분들과 혁신적인 조명의 다이내믹하고 인터액티브한 환경으로 고안되었다. 이러한 국제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전시에서 관람객의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해는 디스플레이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획득되었다.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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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I. 뉴욕현대미술관의 디스플레이 1. 미술관 형성기의 다양한 실험들 1) 초기 관장들의 시도들 1929년 MoMA의 초대관장이 된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Jr.)는 광범위한 콜렉션으로 MoMA의 소장품 형성에 기틀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안목을 보여 주었다. 그는 미술관 개관 전시인 <세잔느, 고갱, 쇠라, 반 고흐(Cezanne, Gauguin, Seurat, van Gogh)>전(그림 4)을 위해 작품선정을 하지는 않았으나 디스플레이를 담당하였다. 모더니즘 미술전으로 가장 유명한 1913년의 <아모리 쇼(Armory Show)>나 1915-16년 페트로그라드에서 열린 <마지막 미래주의 회화(The Last Futurist Exhibition of Paintings)>전(그림 5)의 설치와 이 전시의 설치를 비교해 보면, 유럽의 현대미술을 미국에 소개하는데 큰 기여를 한 젊은 관장의 디스플레이가 그림들을 크기와 형태에 따라 배치하는 전통적이고 대칭적인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살롱 스타일의 설치처럼 그림들을 방의 장식으로 다루거나 천장 가까이 높게 진열하는 것을 피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로선 평범해 보이는 이 회화전은 이후 수십년간 이루어진 MoMA의 혁신적인 전시 디자인의 시작이었다. 1920, 30년대에 국제 아방가르드 전시에서 개발된 새로운 설치 방식을 채택하여 바는 그림들에 간격을 여유있게 주고 눈 높이에 맞춰 걸며 중간 톤의 벽-회색(monk's color) 주조-으로 된 중성적이며 관념적인 공간을 창조했다.9) 키슬러, 리시츠키의 설치와 비교해 보면, 그들의 공간은 기본적으로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설정하여 인터액티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리시츠키의 <추상적 전시실>에서 관람객이 공간을 움직임에 따라 여기저기 마주치게 되는 벽들로 구성된 공간은 관람객과 작품간의 계속 변하는 상호작용 안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이것은 개개의 작품을 분리시켜 작품과 관람객간의 일대일 관계를 만듦으로서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관람객과 연루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바의 관념적인 시각과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20세기 미술관들에서 기준이 되어온 관람객 개인과 개개 작품의 틀을 만들고 고립시키는 설치 방식들은 자아에 대한 근대적 주관주의의 창조 즉, 관람객 개인의 감각적 경험을 확대시키려는 근대 미술관의 제도화 과정과 관련된다.10) 바의 또 다른 전시 기법의 특징은 설명자료로서 라벨(label)의 사용인데 1935-36년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전에서 작품명, 제작연도, 대여자 성명 등이 포함된 명제표 뿐만 아니라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부 작품에는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문을 부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라벨은 작품들을 사적(史的), 개념적으로 연결시키는 구성으로 모더니즘을 정당화시키는 장치로서 사용되었다. 바의 특별한 설명적 전시 중에 가장 실험적인 것은 국제적 아방가르드 운동들의 흐름을 짚어본 1936년의 <큐비즘과 추상미술(Cubism and Abstract Art)>전으로, 양식에 따라 제목이 붙여진 갤러리들에는 순서도와 벽 라벨들로 채워졌다. 1939-40년 <피카소: 40년의 예술(Picasso: Forty Years of His Art)>전의 부대전시로 키슬러와 시드니 재니스(Sidney Janis)가 전시 디자인한 <피카소 그림의 시각적 해석(Visual Analysis of the Paintings by Picasso)>전(그림 6)에서 바의 교육적 영역에 대한 관심은 독자적인 전시 형식을 띠었다. 바는 미술관의 관람객들을 사회적 집단, 행동 그룹, 학생 등 다양한 계층으로 나누고 그들을 위한 상이한 유형의 설치들과 출판물들을 제작하였다. MoMA는 설립 당시부터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정책을 표방하였고 바의 디스플레이 기법은 그러한 대의에 충실한 것이었다. MoMA의 교육 부서의 발전은 1930, 40년대 미국 미술관의 교육 영역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현대미술관들에서 강조되는 것이다. 한편, 바는 <큐비즘과 추상미술>전의 카탈로그와 전시 디자인에서 작품들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해석도 부정하였다. 그의 전시기법은 순수하게 미적, 형식적인 관점으로부터 모더니즘 미술을 초시간적,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마이어 샤피로(Meyer Schapiro)가 비난한 바의 이러한 비역사적인 접근은 MoMA 전시의 형식주의적, 미학적인 기틀을 세웠다. 알프레드 바에 이어 1949년 관장이 된 르네 다농쿠르(Ren d'Harnoncourt)도 전임관장에 이어 많은 창조적인 전시 디자인들을 실험했다. 다농쿠르는 디스플레이 기법을 전시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여 1945년에 지난 20년 동안의 미술관과 과학박물관의 설치 디자인의 중요성을 평가하였으며, 전시 디자인의 힘을 단순한 보고(寶庫)로부터 중요한 문화의 중심으로 미술관을 변형시키는 수단으로 보았다. 알프레드 바가 "순수하게 미적인 고립을 성취하였으며, 생물모형으로 이루어진 밀랍 세공품의 자연과학관 형식을 벗어난11)" 설치라는 찬사를 했던 1941년의 <미국 인디언 미술(Indian Art of the United States)>전에서는 바의 영향을 보여주는 설명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법들이 사용되었다. 1946년의 <남태평양 미술(Arts of the South Seas)>전에서 다농쿠르는 그의 디스플레이 기법의 전환점이 되는 '조망(Vistas; 원거리 시각)' 기법(그림 7)을 도입함으로서 전시 디자인이 독자적인 창조적 분야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이후 1948-49년 <모던 아트의 초시간적 양상들(Timeless Aspects of Modern Art)>전과 MoMA에서의 마지막 전시인 1968년의 <피카소 조각(Picasso Sculpture)>전까지 이어졌다. 다농쿠르는 전통적인 디스플레이는 하나의 오브제와 그룹 사이의 개념, 관계들을 시간적으로 분명히 밝히지 못하므로 캡션이나 가이드 북같은 문자자료에 의해 보충되어야만 하지만, 그같은 문자를 수단으로 한 방법들은 시각적 경험에 비하면 빈약한 대체물들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알프레드 바의 설치에서의 화살과 설명적인 자료들을 피하였다. 그는 '조망'이 시각적으로 강제성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시각적 표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적 해결방식이라고 보았다. 다농쿠르는 1950, 60년대에 현대 미술작품들을 전시하는 것 있어서, 그리고 역사적 과정으로부터 문화의 이념과 물질을 분리시키는 방법론에서 바와 유사하나, 바가 미술을 작품의 특별한 사적인 맥락으로부터 분리하여 자율적, 독립적인 전개를 하는 것으로 보는 한편, 다농쿠르의 경우, 예술 작품이나 수공품들은 때로 그들의 문화와 역사의 구체성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초시간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둘 사이의 차이는 설명적인 차트에서 불 수 있다. 바의 <큐비즘과 추상미술> 순서도는 1890년대부터 1935년까지 시간을 통한 문화의 연속성과 진보, 전진을 의미한다. 화살표들은 관람객을 미술사에 대한 선적(線的)인 표현을 통해 문자로 방향을 제시하면서 전시를 통과하도록 이끈다. <남태평양 미술>전 전시장 벽에 붙어있는 다농쿠르의 차트는 서로 다른 지역들의 유사성이 생물체의 형태로 표현되어 시대, 장소를 초월한 미술작품의 형식적 유사성을 보여준다.12) <남태평양 미술>전은 이전의 설명적이고 다양한 기법들 대신 '조망' 디스플레이의 유일한 기법으로 전시 전체의 유기적인 통일은 성취했으나, 과거의 오브제들이 현대미술관에서 재현될 때 발생하는 의미의 변형이라는 중요한 문제는 제기하지 못했다. 비서구 오브제들이 창조된 역사적 배경 즉 사회, 역사, 문화의 관점이 배제된 형식주의적 설치 기법은 예술 오브제와 비예술 오브제의 문제를 야기해왔다. 플렉시글라스관에 귀중한 보물처럼 진열되고 스포트라이트의 조명으로 부각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는 민족학적 오브제들은 보여지는 방식 즉, 디스플레이에 의해 원래의 창조된 맥락에서 벗어나 왜곡되어진 것이며, 전시를 만든 사람의 지식, 정책, 취향의 반영일 뿐이라는 사실이 많은 민족학적 오브제의 설치에서 간과되어온 것이다.13) 본질적으로 다농쿠르의 후계자였던 큐레이터 윌리엄 루빈(William Rubin)과 커크 버네도(Kirk Varnedoe)가 1984년 기획한 <20세기의 "원시주의": 부족미술과 현대미술의 유사성("Primitivism" in Twentieth Century Art: Affinity of the Tribal Art and the Modern)>전(그림 8)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부족미술과 현대미술을 형식적 유사성(affinity)이라는 단선적인 개념에 입각하여 구성한 전시였다. 전시에서 갤러리는 다양한 색들로 칠해졌고 대형 장들과 유리 케이스들이 배열되었다. 민족학적 오브제들은 현대미술 작품들과 혼합되었고 일부는 같은 공간에 함께 진열되었다. 이들 비서구 오브제들에 대한 서구문화적인 관점에서의 이해와 평가는 오브제들에 대한 다양한 맥락, 이를테면 인류학적 관점이나 콜로니얼리즘과의 연관과 같은 다양한 해석들의 가능성을 무시한 것이었다. 한편, 알프레드 바는 순수미술 뿐 아니라 실용적, 상업적인 응용미술 부문이 포함된 현대 미술문화 전체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의 MoMA의 입지를 세우고자 하였는데14), 그 방침에 따라 MoMA의 초기 수십년 동안에 많은 디자인전들이 개최되었으며, 그 전시들에서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법들의 탐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디자인전들은 미술관이 전시를 통해 현대 산업사회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서 미술관과 대중과의 간격을 좁혔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1934년의 <기계미술(Machine Art)>전, 1938-50년까지 연례전시 <10불이하의 유용한 물건들(Useful Objects of American Design under $10.00)>전, 1950-55년까지 열린 공모전인 <좋은 디자인(Good Design)>전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다농쿠르의 재임기간 동안 열렸으며 특히 물건들과 관람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환경을 창조하는 것으로서의 디스플레이를 강조했던 <좋은 디자인>전(그림 9)의 설치 방법들은 백화점들의 디스플레이에서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전반부 동안 미술관과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는 서로 연관된 변화를 겪게 되었다. 1930년대부터 50년대에 백화점 상점들의 실내는 자유롭게 유동적인 공간과 개방된 조망을 특색으로 하는데, 그러한 디스플레이는 다농쿠르와 허버트 바이어 등 다른 아방가르드 전시들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15) 2) 큐레이터와 전시 디자이너들에 의한 시도들 바우하우스의 멤버로서 월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라즐로 모홀리 나기(L zsl Moholy-Nagy)와 1935년 베를린의 <노동자 조합 건설(Building Workers' Unions Exhibition)>전을 공동작업한 허버트 바이어(Herbert Bayer)는 MoMA의 초기 실험적인 전시 디자인의 주역이었다. 1930년 이래 그의 모든 설치에서 기본이 된 것은 '시각의 장(場)(field-of-vision)'의 공식으로, 작품들은 벽에 납작하게 정렬되는 것이 아니라 눈 높이 위 아래로 기울어 진열되었다. 전시실의 물리적 한계를 거부하는 그의 디스플레이 기법은 관람자와 작품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다이내믹한 전시경험을 의도한다는 점에서 키슬러나 리시츠키의 전시기법과 유사하나, 그들의 경우와는 다르게 바이어는 관람자가 이상적인 신장이라는 것을 가정한다. 바이어의 설치 방법론에서 전시는 시간을 초월한 이상적 공간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공간사이로 움직이는 '시각의 장'을 가진 관람객이 경험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전시의 의미는 그들의 다이내믹한 상호관계를 통해 성립된다.16) 바이어는 알프레드 바의 가장 야심적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엄청난 예산을 할애했던 1938년의 <바우하우스(Bauhaus)>전(그림 10)을 그로피우스와 함께 큐레이팅하였다. 사진 자료들, 퍼포먼스들, 오브제들은 투명한 물질들, 기본색이 강조된 벽면들,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들, 관람자의 '시각의 장'을 맞추기 위해 경사지고 커브진 배열, 기계적 핍쇼(peep show), 팝 문화적인 것들로 구성된 전시 디자인으로 관람객과의 대화를 모색하였으나 결과는 불협화음의 혼란스런 전시라는 것이었다.17) 바이어는 <바우하우스>전에서의 실패를 에드워드 스타이헨(Edward Steichen)이 큐레이팅하고 그가 전시 디자인을 맡은 1942년의 <승리의 길(The Road to Victory)>전(그림 11)의 디스플레이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하였다. 전시는 승리를 향한 장엄한 서사시와 같은 형식으로 자연과 인간, 공동체의 삶, 수확과 건설의 이미지들이 파노라마 형식을 이루었다. 전체 설치는 그의 '시각의 장'의 기본 원칙들에 입각하여 벽과 바닥부터 활동적인 관람객의 신체적 조건, 움직임, 시각능력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었다. 대형사진(photomural)들과 소형사진들이 배열된 패턴들, 도해적 사인들, 인터액티브한 장치들은 관람자를 인도하고 전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이한 위치의 사진들의 모든 요소들은 스토리의 전체와 부분을 나타내기 위해 명확하게 배치되었고, 여기에서 모든 모호함은 없어지고 관람자의 움직임은 완전한 명료함으로 조절되었다. 미국의 예정된 승리라는 전시의 의제는 전시 디스플레이를 경험하는 관람객들에 의해 확신되었고, 그러므로 승리는 모든 미국인들이 함께 동참하여 완성하는 것이라는 선전적 목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 동안은 사진잡지의 전성기였다. <승리의 길>전에 포함된 모든 사진들의 출처는 정부기관이나 언론 혹은 뉴스사진으로부터였다. 바이어나 스타이헨은 새로운 매스미디어의 잠재력과 창조력을 깨달았다. 또한 대형사진들을 이용한 설치 디자인은 '대중' 혹은 '대중문화'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그들의 해석으로, 그들은 단순한 선전적 사진이 아니라 대중과 대화하고 대중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디스플레이를 창조한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받았고 그러므로 가장 큰 대중적 결속을 다졌던 전시는 역시 스타이헨이 기획하고 폴 루돌프(Paul Rudolph)가 전시 디자인을 맡았던 1955년의 <인간가족(Family of Man)>전(그림 12)이었다. 이 전시는 이차세계대전과 냉전시대의 기간 중에 MoMA가 기획한 일련의 프로파겐다적인 사진 전시들, <승리의 길>전, <평화의 항로(Airway to Peace)>전(1943), <태평양의 힘(Power in the Pacific)>전(1945)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전시였다. 전시는 애초에 68개국으로부터 수집된 503점의 사진으로 구성되었으며, MoMA는 소규모로 구성된 10개의 다른 버전들-전체적으로 거의 150개의 전시들-을 기획하여 1955년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의 박물관들과 84곳의 외국의 많은 전략적 지역들에 순회시켰다.18) <인간 가족>전의 외국 순회는 미국냉전의 의제들을 진전시키는 것을 의도하여 미정보국(USIA)의 후원 하에 이루어졌는데, MoMA의 미국정부와의 연루는 문화의 전략적 배치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양상이었다.19) 당대의 유명한 사진기자들로부터 수집한 사진들의 이미지들은 선사시대 자연부터 사랑, 결혼, 탄생, 아이들, 부모, 그리고 다세대 가족 단위, 즉 인간 가족의 모습이었다. 배열은 자연과 인류의 목가적인 사진을 도입한 다음 고독, 비통, 전쟁, 수소폭탄이라는 보다 복잡한 시나리오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관람자는 어두운 분위기의 갤러리에서 공포의 순간들을 통과하여 핑크색, 난색의 밝은 분위기의 갤러리로 들어가면서 부모, UN, 즐거운 어린이들의 완전히 해피앤딩의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마술'이라 불리우는 마지막 섹션은 어린이들의 모습과 거품이 이는 파도 사진이라는 자연으로의 상징적 회귀로 끝났다. 디자이너인 루돌프는 모두 37개의 주제별 섹션들을 이미지들이 시각적, 은유적으로 겹쳐지면서 나레이티브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하였다. 이 전시의 디스플레이를 위해 그가 1952년 MoMA에서 디자인한 <좋은 디자인>전의 설치를 변형시키고 그 공식들을 재작업하였는데, 벽면을 만들고 전시공간을 조성하면서 관람동선을 유도하기 위해 원, 반구, 직사각형, 정사각형의 기본적인 형태들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좋은 디자인>전에서처럼 <인간 가족>전의 디자인은 투명한 재료나 보이지 않는 깨지기 쉬운 구조들, 드라마틱한 조명, 명암있는 벽을 특징으로 하였다. 이 전시에서 디스플레이는 철저하게 전시의 컨셉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인류애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양한 인종과 나이의 아홉 개의 개별적인 초상들이 있는 어두운 벽 중앙에 원래 거울을 걸어 놓았었는데, 관람객은 거울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같은 인류라는 동질감과 그러므로 '세계는 하나'라는 주제를 체험하도록 의도한 것이었다.20) 전후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가 붕괴되고 청소년 범죄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들이 고개를 들던 시기에 열린 <인간 가족>전의 성공은 전통적인 미국가족제도에 대한 견고한 비전의 표현에 일부 힘있은 바였다. 그러나 원자력 시대의 현실을 외면하고 감상적 인도주의와 휴머니즘에 호소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21) 분명한 것은 이 전시가 표방한 보편적 인류애와 그것을 주도하는 강력한 국가 미국의 힘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효과적인 디스플레이에 의해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MoMA의 형성기 사진 전시 디자인의 실험적 예는 사진의 매체적 형성을 다양한 디스플레이로 보여준 1937년 버몬트 뉴홀(Beaumont Newhall)의 <사진: 1839-1937(Photography: 1839-1937)>전으로부터 시작하여 스타이헨, 바이어, 루돌프의 사진 전시들로 이어졌다. 그들은 갤러리를 미적인 이미지들과 오브제들이 배열된 중성적인 공간으로 보지 않았으며, 디스플레이 자체를 전시의 주제와 개념을 표현하는 하나의 창조적 활동으로 보았다. 그들의 디스플레이는 사진이라는 매체로 대중문화와 전시를 더욱 밀착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1962년 존 자르코우스키(John Szarkowski)가 스타이헨에 이어 사진부서 디렉터가 된 이후에 갤러리는 곧 프레임된 프린트의 흰색 벽이 되었고 사진 형식주의의 고수는 그의 후계자인 피터 갈라시(Peter Galassi)에게로 충실하게 이어졌다. 2. 형식화된 디스플레이와 그에 대한 도전 - 1960년대 이후 1) 디스플레이의 제도화 1958년 미술관 2층에 최초로 개관했던 MoMA의 상설전 갤러리들은 1960년대말 1970년대초 이래 회색 벽과 넓은 공간 배열의 디스플레이를 유지하였다. 복잡한 거리에서 특별히 구분되어 들어가지 않고 밀집한 주변 건물들 사이에 끼워 있는 MoMA 건물은 내부가 거리에서 아주 잘 보이며, 커다란 로비도 없고 모든 층들은 똑같은 비중으로 처리되어 갤러리 공간들 사이에 어떠한 건축적 위계도 없다.(그림 13) 갤러리 내부 천장들은 비교적 낮으며 거의 전적으로 인공조명이 사용된다. 갤러리들의 크기는 서로 다르며 중성적 성격을 띠고 있어 관람객들은 작품들이 보여지는 공간보다는 작품들의 흐름을 집중해서 보게 된다. MoMA는 이러한 중성적 공간에 현대 미술 걸작들의 미학적, 이상화된 설치로 모던아트의 자율성을 강조하였다.22) 1929년 최초의 현대미술관으로서 MoMA가 설립된 이래 수십년 동안의 미술관 형성기에 이루어진 전시 디자인은 관장과 큐레이터들의 모더니티 규정 방식에 대한 탐구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다양한 디스플레이 실험들은 미술관의 정책과 성격을 정립시켜 나가는 제도적 기틀의 형성 과정과도 관련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이후 거의 30년여 동안에 MoMA의 전시 디스플레이는 미술관 초기 수십년간에 이루어진 성과들에서 커다란 변화없이 획일화되었다. 이 시기의 MoMA 디스플레이의 기본 틀은 모더니즘의 제도화되고 정착된 양상과 관련되는 것으로 윌리엄 루빈에 의해 형성되었다. 초기 알프레드 바의 디스플레이에서의 보편적 특성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며, 순수한 미적 자율성을 내세우는 디스플레이라는 제한되고 보수적인 범위 설정으로, 디스플레이가 미적인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관심사를 표명하는 형식언어로 기능하는 방식이 무시되었다. 벤자민 부흐로흐(Benjamin H. D. Buchloch)는 MoMA가 모더니즘과 모더니즘에서의 아방가르드의 위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였으며, 그 결과가 전후 미국미술에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한다.23) MoMA는 초기 미술관 시절부터 현재까지 상설전에서 러시아 아방가르드, 뒤샹, 그리고 독일 표현주의, 다다 작가들의 비중을 적게 다루어 왔다. 이들 작품들의 급진적인 의미는 추상과 추상적 양식의 점진적인 발전의 형식주의로 규정되는 모더니즘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미술관에 의해 고의적으로 외면되었다. 루빈의 디스플레이는 1940년대 이전은 파리를 중점적으로 그 이후는 뉴욕-특히 추상표현주의-을 중점적으로 배열하였고 그 외의 지역은 비중을 적게 두었다. MoMA의 미술사적 편견을 보여주는 예로 마티스와 피카소의 큐비즘 전시에 특별한 비중을 두는 반면 뒤샹과 말레비치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은 계단이 있는 비좁은 공간에 배치함으로서 자의적인 미술사를 형성하는 것을 들 수 있다(그림 14). 더구나 이들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포스터들을 MoMA의 디자인 갤러리의 입구에 그것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받은 광고와 함께 나란히 배열함으로서 정치적 배경에서 분리하여 예술작품으로 보여주는 우를 범하였다.24) 2) 새로운 도전들 <승리의 길>전, <인간 가족>전의 직접적인 정치적 프로파겐다나 대중문화와의 관련을 강조하는 디스플레이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MoMA 갤러리들에서 추방당했다. MoMA는 현대미술관의 패러다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작가들의 전쟁, 인종주의, 민족주의, 정치적, 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발언에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큐레이터 키나스톤 맥샤인(Kynaston McShine)이 기획한 1970년의 <정보(Information)>전(그림 15)은 그 어느 전시보다 이 시기의 다양한 문제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전시에는 '미술과 언어(Art & Language)' 그룹이 카탈로그만으로 전시에 참가하였고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는 타임지에 나온 그의 작품의 리뷰를 벽 크기로 확대한 작품을 출품했다. 그밖에 아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 하네 다본(Hanne Darboven), 칼 안드레(Carl Andre), 에드 러샤(Ed Ruscha) 등이 참가하였다. 찰스 프룸(Charles Froom)이 전시 디자인을 맡은 이 전시에서 디스플레이와 미술관 정책과는 거의 연관이 없었다. 흰색 갤러리 벽들의 넓은 공간들은 대칭으로 각도를 잡으면서 거대한 벽 파티션들로 나뉘어져 중성적인 컨테이너와 같았다. 관람객을 위한 흰색의 공기의자와 테이블, 대좌들이 공간에 놓여졌다. 공간과 작가들의 설치, 공간과 관람객들에 의해 형성된 무정형의 미술관의 아이디어는 비전통적인 공기의자의 사용에서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여러 개의 단독 공간들과 설치들로 분산되었으며, 작가들의 요구에 따라 작품들이 배열되었다. 이 전시에서 개념미술 작가들은 미술 전시가 비정치적이며 자율적, 미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도전함으로서 디스플레이는 MoMA의 제도적 목적에 부합되도록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창조적 영역으로 통합되었다. 한스 하케(Hans Haacke)가 출품한 <모마 투표(MoMA Poll)>(1970)는 미술제도의 통계적 분석을 포함한 것이었다. 관람객들에겐 신분(미술관 회원, 입장료 전액지불자, 할인우대자....)에 따라 다른 색깔의 투표용지가 주어지고 특별히 미국과 MoMA의 1970년대의 특수한 정치적 맥락에서 질문이 던져진다. "질문: 주지사 록펠러가 닉슨대통령의 인도차이나 정책을 반대했다고 11월에 그에게 찬성표를 던지겠는가? 답: 만약 "그렇다"면 왼쪽 투표함에 "그렇지 않다면 오른쪽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으시오." 라는 문구가 벽에 인쇄되어 있다. 하케의 작품은 관람객을 미적경험이 아닌 정치적 현실에 직면하게 하였다.25) <정보>전은 <큐비즘과 추상미술>전, <승리의 길> 등 사진, 텍스트, 다이어그램, 통계기록으로 이루어진 실험적 시기의 설명적이고 기록적인 전시들과 흥미있는 관련성을 갖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디스플레이에서 MoMA의 초기 수십년 동안의 전시기법에서의 과다한 설명자료의 제공은 사라졌다. 그러나 <정보>전은 텍스트, 차트, 사진기록과 같은 일상생활의 반미학적 재료들을 사용함으로서 관람자에게 특별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개념미술의 다큐멘타리적 정보의 유형들과 단순히 이러한 재료들을 반미학적 매체로 사용했던 작업들이 <정보>전에 출품되었다. 전시에서 작가들의 작업은 사진(Bernhard와 Hilla Becher), 벽 드로잉(Mel Bochner), 성명과 사진(Lawrence Weiner), 0과 1사이의 모든 디지트들을 컴퓨터 출력한 기둥(Siah Armajani) 등 관람객과 인터액티브 하는 다양한 설치들이 있었다. 또한 <정보>전에는 MoMA 제도권의 경계를 벗어나 미술관 외부에 설치되었던 작품들이 포함되었다. 스틱 브뢰거(Stig Broegger)는 덴마크의 여러 장소와 뉴욕시에 여덟 개의 나무 플랫폼(Platform)들을 설치했으며, 다니엘 뷔렌(Daniel Buren)은 그의 줄무늬 포스터를 뉴욕시 버스에 전시했다.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전치(轉置; Displaced)-대치(代置; Replaced)>의 사진 다큐멘타리들과 로버트 스미드슨(Robert Smithson)의 <나선형 방파제(Spiral Jetty)>와 같은 대지미술 작업 또한 이 전시에 포함되었다. 디스플레이를 작가의 창조적인 개인적 영역으로 실현시킨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는 1992년의 <전위(轉位; Dislocations)>전이다. <정보>전 이래 이 전시는 아마도 초기 수십년간의 MoMA가 시도하였던 자유롭고 실험적인 개혁에 가장 근접하는 것으로, MoMA라는 한정된 제도적 경계 내에서 가장 야심에 찬 디스플레이였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크리스 버든(Chris Burden), 일리야 카바코프(Ilya Kabakov), 브루스 노먼(Bruce Nauman), 소피 칼레(Sophie Calle), 아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 데이비드 해몬스(David Hammons)의 7명의 작가들이 보는 것에 대한 일상적이고 전통적인 경험에 도전하고 미술관 내에 어떤 환경을 창조하기 위해 전시에 초청되었다. 크리스 버든은 베트남 기념비로 기둥을 설치했고, 소피 칼레는 수복이나 대여로 전시되지 않은 전시장 빈 공간 여기저기에 걸작 대신 사진들을 걸었고, 아프리칸 아메리칸인 아드리안 파이퍼는 거의 전적으로 백인 남성들의 영역으로 독점되는 MoMA의 모던 아트에 대한 기준을 반박하면서 설치된 모더니스트 기둥 속의 모니터에 흑인의 영상을 배치하였다(그림 16). 카바코프, 버든의 정치적 이슈부터 파이퍼, 해몬스의 젠더와 인종문제, 부르주아의 사이코섹슈얼한 관심에 이르기까지 이 전시에는 다양한 반제도적, 정치적 이슈들이 공존하였다. 1980년대 후반이래 미술계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뚜렷한 관심의 증가를 보였다. 디스플레이는 더욱 혁신적으로 되었고 큐레이터와 디자이너는 더욱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설치미술(Installation)이나 테크놀로지 미술과 같이 관람객의 작품에 대한 경험과 참여가 작품을 완성시키는 요소가 되는 새로운 미술형태들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 특히 설치미술에서 설치물, 공간, 관람객간의 관계는 작품의 의미를 결정하는 주요소가 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된 전시 디자인의 담론이 지난 십년여 동안 미술계에서 증가하였더라도 MoMA는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지도 그러한 움직임에 편승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MoMA의 건축·디자인 부서의 큐레이터인 마틸다 매퀘이드(Matilda McQuaid)에 의해 조직되고 디스플레이된 1996년의 <릴리 라이히(Lilly Reich)>전은 예외였다. 라이히는 디스플레이 자체를 주된 작업으로 하는 작가 중 MoMA에서 전시한 유일한 작가였다. 회고전의 목적은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와 함께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탁월한 의복, 가구, 전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라이히의 탁월함을 재평가하는 것이었다.26) 1927년의 <주거(Die Wohnung)>전(슈투트가르트), 1931년 <우리 시대의 주거(The Dwelling in Our Time)>전(베를린) 등이 이 전시에 포함되었는데, 관람객은 전시장의 입구에 <주거>전의 중앙홀을 위해 라이히가 만들었던 사진 벽 설치를 보게된다. 적, 흑, 백의 리놀레늄으로 된 갤러리 바닥에 라이히의 설치작업을 보여주는 커다란 사진 패널 4개와 <우리 시대의 주거>전을 위해 라이히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제작한 아파트 모형, 재제작된 의자, 테이블, 많은 드로잉들과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포함되었다. MoMA의 현대적인 전시디자인의 합류이자 혁신적인 사진 전시의 디스플레이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을 초청하는 소장품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도록 하는 '작가들의 선택 시리즈(Artists' Choices Series)'에서 이루어졌다. 이 시리즈는 사진부 큐레이터 수잔 키스마릭(Susan Kismaric)이 1987년에 소장품 재배치를 위해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를 초청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크루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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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 맺음말 MoMA의 초기 형성기 수십년간은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성격의 미술관 형성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알프레드 바나 다농쿠르 같은 관장들, 그리고 바이어, 스타이헨 등 창조적 사고의 큐레이터와 전시 디자이너들의 야심적인 프로젝트들은 모더니티의 확립이라는 미학적 측면을 다룬 전시들 뿐 아니라, 현대 산업사회와 대중 소비문화와의 관계를 모색한 디자인전들, 비서구 미술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킨 전시들, 그리고 전후 정치적 상황을 다룬 전시 등 다양한 개념과 주제의 전시들에서 디스플레이의 모든 가능성들을 탐구하였다. 그러나 1960년말 1970년대에 이르러 다양한 실험 끝에 MoMA 전시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된 것은 그들이 세운 모더니티의 기틀을 고수하는 순수한 미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디스플레이였다. 그런 가운데에 <정보>전이나 <전위>전, '작가들의 선택 시리즈' 등에서 MoMA의 제도적 관행의 틀에 도전하고 새로운 개념의 전시 공간을 창조하려는 시도들도 있었으나 MoMA의 아성(牙城)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MoMA의 형성기에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시에서 성취하고자 했던 것은 관람객과의 인터액티브한 교감이었다. 전시와 관람객과의 관계는 20세기 디스플레이 역사에서 새로이 자각되고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문제였다. 유럽과 미국에서 최초로 혁신적인 디스플레이의 기틀이 세워진 1920, 30년대는 바로 대중매체의 기초가 세워진 시기와 일치하였다. 키슬러나 리시츠키로 시작된 현대 디스플레이의 역사는 전시와 대중 즉, 관람객들과의 관계 속에서 탐구되어졌다. 바의 교육적 전시나 바이어의 '시각의 장'의 원리를 이용한 전시, <승리의 길>전이나 <인간 가족>전 등은 디스플레이가 작품과 전시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서 주제와 개념을 표현하며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미학적 문제를 함축하는 하나의 창조행위라는 믿음과 그것을 완성시키는 요소로서 관람객의 존재를 인식한 결과였다. 현대미술관들이 관람객들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많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방법론들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것은 대중의 참여를 주임무로 보는 미국의 미술관들 뿐 아니라 유럽의 미술관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초에 유럽의 미술관에서 광범위한 문화의 스펙트럼에서 전시를 의식적으로 변형시키려는 시도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오르세이 미술관(Mus e d'Orsay)은 가구, 장식미술, 사진, 조각, 회화의 분야가 혼합된 전시 구성과 비전통적인 작가들의 선택에서 기존의 프랑스 미술의 황금기를 전시했던 기준을 거부하였다. 본(Bonn)의 쿤스트무제움(Kunstmuseum)은 가장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의 원칙인 미술사의 유파나 양식에 따른 전시의 기준을 거부하고 한 작가당 하나의 전시실을 배치하였다. 대규모의 관람객 유인을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애호되었던 것은 더욱 쉽고 덜 전문화된 블록버스터 전시였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관심의 저하는 정기적으로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만족시키는 방안 즉, 상설전의 모색으로 이어졌다. MoMA의 '작가들의 선택 시리즈'와 같이 기존의 상설전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모색은 다른 미국이나 유럽 미술관들에서도 볼 수 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의 다양한 상설전들 가운데 작가들과 명사들이 미술관 콜렉션에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전시를 하도록 하고, 관람객들에게 작품들이 선택된 이유와 선택한 그들에게 그 작품들이 개인적으로 왜 중요한가를 설명하는 전시와, 누드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를 재평가하고, 회화와 사진의 연관을 보여주는 전시는 그러한 예가 된다.28) 주제별 전시의 개발은 이미 친숙한 작품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하며 기획 예산을 적게 들이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시의 유형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대안이 된다. 기존의 전통적인 상설전 디스플레이는 관람객들에게 주요 작가, 양식, 시기, 유파의 미술사적 지식을 숙지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 탄생의 배경이나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가 없다면 어떠할까. 20세기 마르셀 뒤샹의 변기는 어떠한가. 주입된 개념의 기본적 지식이 없다면 많은 전시의 주제는 어렵고 난해하다. 관람객에 대한 교만하고 엘리트적인 태도로 공격을 받았던 구박물관학은 확실히 지난 십년여간 쇠퇴해 왔다. 특히 피터 버고(Peter Vergo)의 1989년 논문 「신박물관학(The New Museology)」이 출판된 이후 대안적 전시전략으로서 이러한 주제별 전시의 개발은 일반화되었다. '집,' '어린이,' '가족,' '자화상'과 같은 다양한 주제별 전시는 작품의 병치, 분석, 해석과 같은 전통적인 미술관의 원칙을 거부하고, 일상적 경험에 우선하므로 관람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새로운 세기에도 참신한 전시 디스플레이를 통해 관람객과 다각도의 소통을 모색하는 시도들이 현대미술관들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러한 모색들 속에서 21세기 새로운 현대미술관의 전형이 탄생할 것이며, 20세기에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이었던 MoMA의 위치가 계속 확고할지는 의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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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키슬러,<국제신무대기법>전,1924,오페라하우스 | 그림 2.프레더릭 키슬러,<공간의 도시>,<국제현대장식산업미술>전,1925,파리/td> | 그림 3.엘 리시츠키,<추상적 전시실>,1927-28,런데스무제움, 하노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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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알프레드 바,<세잔느, 고갱,쇠라,반고흐>전,1929,MoMA | 그림 5.<마지막 미래주의 회화>전,1915-16,페트로그라드 | 그림 6.키슬러와 재니스,<피카소 그림의 시각적 해석>전,1939-40,M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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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1. 르네 디농쿠르,<남태평양 미술>전,1946 | 그림 7-2. <남태평양 미술>전,폴리네시아 섹션부터 이스터아일랜드 섹션까지(비스타 다이어그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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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8. 루빈과 버네도,<20세기의 "원시주의":부족미술과 현대미술의 유사성>,1984,MoMA | 그림 9. 찰스 프롬과 레이 임스,<좋은 디자인>전,1950-51,MoM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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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0. 허버트바이어,<바우하우스>전,1938-39,MoMA | 그림 11-1. 바이어(디자이너)와 스타이헨(큐레이터),<승리의 길>전,1942,MoMA | 그림 11-2. 바이어(디자이너)와 스타이헨(큐레이터),<승리의 길>전,1942,M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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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2-1. 푸돌프(디자이너)와 스타이헨(큐레이터),<인간가족>전,1955,MoMA | 그림 12-2. 푸돌프(디자이너)와 스타이헨(큐레이터),<인간가족>전,1955,MoMA | 그림 13. MoMA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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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4. 상설전,1984,MoMA | 그림 15. 프롬(디자이너)와 맥샤인(큐레이터),<정보>전,1970,MoM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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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6. 아드리안 파이퍼, <전위>전,1991-92 | 그림 17. 바바라 크루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