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적묘사에서 심상의 표현으로

1950-70년대는 주로 정확한 인체 데생을 중심으로 대상의 외적묘사에 집중하다가 점차 작가의 심상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 코너에는 수업기의 인물데생과 국전출품작들이 출품되며 여인, 소년, 말 등 작가의 대표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특히 70년대 초기에 소년이 피리를 불거나 먼 곳을 응시하는 단독상으로 나타나 세상을 관조하는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작가의 심상에 의해 표현된 <산정도(山精圖)>(1960)와 <수렵도(狩獵圖)>(1961)에서는 활달한 필치와 기백 넘치는 표현으로 인간이 자연에 동화된, 자연 합일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표현방식으로는 50년대에 주로 여백을 살려 중심소재를 부각시켰다면, 60년대에는 여백 없이 화면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 월하(月下)의 허(虛)

‘달빛아래 잡념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이 명제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1960-70년대에 작가는 산수화를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모색하였다. 60년대 초 <월하(月下)의 허(虛)>(1962)의 경우 거대한 산수를 배경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을 묘사하여 설화적인 세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70년경에는 동양화의 삼단구도를 택하여 중경의 산을 강조하고, 여백으로 ‘연운(煙雲)’을 표현함으로써 아득한 공간감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70년대 초에는 풍경의 일부를 확대하여 대담한 붓질에 의한 시원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전 시기보다 설명적 요소가 줄어들고 강한 색채가 눈에 띈다. 작품경향이 채색과 선을 적절히 활용하여 작가의 주관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모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명산유감(名山有感)

'산을 사랑한다'는 작가의 언급처럼, 작가는 산수화를 많이 제작했다. 이 코너에서는 1970년대 중반이후 작가의 개성적인 산수화들과 그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드로잉들, 그리고 작가의 폭넓은 화업을 확인할 수 있는 미공개 소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에 있어서는 동양화의 화제(畵題)를 선택하였고 여백의 사용 등 전통화법을 기본으로 하였지만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현대적인 감각을 수용하였다. 우선 예리한 선묘방식으로 형태를 생략, 재구성하였고, 주관적인 색채를 택하였으며 산의 전면을 단색으로 칠하는 등 전통적인 동양화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군청색은 마치 큰 폭포가 힘차게 흘러내리는 것 같은 힘의 상태를 나타내며, 흰 종이 위에 담묵처리는 서서히 잦아드는 여운을 남긴다.



4. 선과 여백

‘선과 여백’이다. 작가는 “선이란 그림의 생명이요 영원한 세계가 열리는 길, 무한의 공간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선은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것 이상의,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은 채색과의 만남을 통해 독자적인 양식이 성립된다. “원래 남빛을 좋아하다가 군청색을 쓰기 시작했던 건... 주변의 어떤 사물이나 다른 색과 조화되기 힘든 점 때문에 모두들 기피하는 것을 보고서였지요... 남들이 어려워서 하지 않은 것을 내가 해서 극복하고 싶다는 고집 같은 것이었지요... (색조는) 젊을 때의 객기가 줄어들면서 조금씩 맑아져가는 거겠지요” 작가의 대표색으로 자리잡은 군청색의 선명함은 단지 색만으로 획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백과의 대조를 통해 작품은 한층 긴장감을 갖는다. 그 여백은 작품의 깊이감을 더하며 감상자를 사색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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