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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에서 재탄생한 <카르마>, 함께 볼까요?

서도호, <카르마>
Artwork image © Do Ho Suh, all rights reserved.
기술의 발달은 시공간의 제약이라는 틀을 부수고 우리를 보다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있으며, 어느새 VR(가상현실)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MMCA VR에서 재현한 서도호의 <카르마> 역시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 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콘텐츠는 큰 호응을 얻으며 조회수 140만 회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3분의 영상으로 미처 담지 못한 작품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서도호, 그리고 <카르마>에 대하여
서도호, <카르마>
Artwork image © Do Ho Suh, all rights reserved.
국립현대미술관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MMCA VR 영상 시리즈, 즉 실감나는 한국미술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약 없는 ‘미술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360° VR 영상으로 만들어 전 세계 관람객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MMCA VR에서 등장하는 작품은 서도호 작가의 <카르마>이다. 서도호는 뉴욕과 런던,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설치미술가이자 동시대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여러 나라를 오가며 유학 생활을 했는데, 유학 초기 ‘공간’의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불편하고 낯선 감각을 ‘공간의 이동과 전치’의 개념으로 승화시켜 작품화 했다. 고정된 공간의 개념을 초월하여 시공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는 ‘유목적인 공간’의 개념을 탐구하며 <집 속의 집>이라는 대표작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장 입구의 <카르마>
사실 영상 속 <카르마>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설치된 <카르마>(2009)의 원형 틀을 활용한 작품(2021)으로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덕수궁, 2021.10.10. 전시 종료)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전시 조형물이다. 제목으로 쓰인 ‘카르마’는 불교 용어로 ‘업보’라는 의미를 뜻하는데, 작가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나’라는 존재가 있기까지 지나온 시간과 세대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나’의 정체성을 질문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론가 걸어가는 형상의 어깨 위로 인물들이 무한하게 뻗어나가 천장에 닿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바닥에서 시작되는 오름차순, 천장의 점에서부터 시작되는 내림차순으로 보이기도 한다.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 보면 ‘나’의 어깨에 앉아있는 나의 업보들, 혹은 무수히 많은 조상들의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있기까지 기여한 존재를 보여주며 지난 세대, 시간과 끊임없이 관계 맺고 있음을 드러낸다. 마치 나무의 뿌리, 가지, 잎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호 연결성을 ‘가계도(family tree)’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카르마>는 서로에 대한 의지, 존재의 기원 등을 보여준다.

VR 속의 <카르마>, 무엇에 주목할까
‘가계도(family tree)’를 형상화 한 모습
목마를 탄 아이가 성인의 눈을 가리는 모습
<카르마> VR 영상은 지구 반대편 런던에 있는 서도호 작가의 열정적인 참여와 자료 제공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이렇게 VR영상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카르마>는 실제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작품보다 훨씬 다채롭다. 특히 여러 그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영상 1분 54초를 보면 어떤 성인이 아이를 목마로 태워 걸어가면서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장면은 작가가 이 작품 제작에 영감을 준 ‘눈가리개(blindfold)’를 표현한 것이다.
서도호 작가는 종종 딸들에게 목마를 태워주곤 했는데 아이들이 그의 이마를 붙잡고 눈을 가렸을 때 ‘부모는 자식에게 업보임과 동시에 위태로운 순간을 잡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걸 느꼈다고 한다. 자식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나 출생 환경 등 부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지만, 부모의 보호 하에 자라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상의 백미는 ‘재생 중인 영상’을 360°로 돌려보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일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영상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TV와 같은 큰 화면으로 감상할 때는 다른 차원에 입장한 기분을 들게 할 정도이다. 설날 연휴, 온 가족과 함께 거실에 모여 ‘시각적 경험’의 진수를 맛보길 추천한다.
글: 홍보고객과 김민주 주무관
<카르마> VR 영상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