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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뉴페이스! 고양레지던시 입주 작가들

전시정보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는 매년 국·내외 현대 미술 작가 이십여 명에게 문을 열어 약 1년 간 예술의 요람이 되어 준다.
그래서일까, 한적한 교외에 자리한 이곳은 마치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 고고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안에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중 다섯 작가를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와 고양에서 지낼 동안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더 넓은 세상으로 비상하기 위한 시간, 고양레지던시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는 2004년 개관한 이래 국내외 작가 500여명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며 ‘창작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매년 25세 이상 국내 동시대미술 작가를 대상으로 입주 공모를 진행해 국내작가를 선발한다. 또한 해외 4개국 5개 협약 기관의 공모와 고양레지던시의 선발을 통해 독일, 대만, 캐나다, 싱가포르 등 여러 국적의 작가들에게 장·단기로 머물 공간을 내어준다.

이렇게 입주한 작가들에게는 창작 공간 제공은 물론, 대외적인 홍보 및 단체전과 오픈스튜디오 참여 기회, 창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지원 특강 등을 지원한다. 특히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은 한국 작가에게는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해외작가에게는 문화예술 상호교환의 장을 열어주어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진행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각자의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2022 고양레지던시에 입주한 국내작가는 총 14명. 그 중에서 문서진, 안가영, 요한한, 이은희, 장진승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물리적 세계와 몸으로 부딪혀 풀어내는 삶의 단상에 대하여, 문서진 작가

문서진 작가 문서진 작가는 어떤 것의 ‘표면을 만지고 무게를 들어 나르는’ 일을 한다. 물리적 세계와 몸으로 씨름하는 조각적 과정에 주목하여 삶에 대한 단상을 풀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작업실 밖의 장소에서 무언가를 들거나 끄는 등의 상황을 만들고, 작업실 안에서 바깥에서의 시간을 복기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개인전으로는 《살아있는 섬》(CICA 미술관, 김포, 2020)이 있으며, 《낙관주의자들》(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1) 등의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여했다.
문서진, 《엄마의 엄마의》(2019)
옷가지들로 만든 종이, 책을 위한 가변설치. 문서진, 《엄마의 엄마의》(2019)
옷가지들로 만든 종이, 책을 위한 가변설치.
문서진, 《살아있는 섬》(2020)
한 달 가량 진행한 퍼포먼스. 문서진, 《살아있는 섬》(2020)
한 달 가량 진행한 퍼포먼스.

“고양레지던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기대됐던 것 중 하나는 다른 작가들을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미술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 작가들을 만나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친분을 쌓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한 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이곳에서 예술 작업과 일상생활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연습을 할 예정입니다.

고양레지던시에서는 올해 주어진 전시들을 잘 준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시 결과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깨어있는 상태로 즐겁게 작업하는 순간이 많기를 바랍니다.”

SF세계관에 기반하여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해 상상하다, 안가영 작가

문서진 작가 안가영 작가는 온·오프라인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화, 게임을 비롯한 가상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다매체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캐릭터 해킹과 SF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안적 서사를 만들고, 쓸모가 없어져서 버려진 가상 신체들을 현재의 기술 문화와 젠더 이슈 담론에 재연결(맥락화)하려 한다. 다수의 아트 게임 프로젝트와 머시니마 영화를 감독했으며 최근 개인전 《이리듐에이지: 새 친족 만들기》(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서울, 2021)와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1)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안가영, <KIN거운 생활 온라인>(2020~21)
머시니마, 컬러, 20분. 13초. 안가영, 〈KIN거운 생활 온라인〉(2020~21)
머시니마, 컬러, 20분. 13초.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1) 전시 전경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1) 전시 전경

“고양레지던시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꼭 입주해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그렇지만 레지던시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될 순 없겠죠. 이곳에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며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제 작업 루틴에 자극을 받기도 하며 함께 성장하길 희망합니다. 저는 주로 가상공간의 디지털 객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작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팬데믹 기간 동안 집이라는 ‘한계가 있는 공간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작업을 해왔는데요. 입주 이후에는 장거리 이동도 잦아지고 제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졌어요.

이에 데이터의 효율적인 운용에 대한 규칙을 스스로 정비하고, 모션 트래킹을 이용한 퍼포먼스의 방법론도 확장하며, 온·오프라인을 이동하는 기술적 신체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싶어요. 오는 연말 오픈스튜디오 및 기획전에서는 데이터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서 표류하는 캐릭터의 여정을 다양한 매체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에요. Vtuber 캐릭터 만들기와 실시간 방송하기, 워크숍 ‘캐릭터 해킹’과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한 아바타 움직임에 대한 연구 등. 이 작업의 과정과 결과물로서의 영상 또는 게임 설치를 준비할 예정이니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신체적 표면의 소환과 그 가능성을 탐구하다, 요한한 작가

요한한 작가 요한한 작가는 디지털 환경과 스마트 체제로 인한 몸의 거시적 변화를 체감하며 근원적 주체성에 대한 고찰적 지점을 피부, 몸짓, 춤, 촉각적 감각과 같은 신체적 요소를 통해 주목한다. 특히 셰이프드 캔버스와 북(鼓)메우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 시리즈는 타악기와 고대적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기반으로, 또 다른 신체적 표면의 소환과 그 가능성에 대하여 탐구한다. 소통, 관계, 상황, 그리고 라이브 요소들은 퍼포먼스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장치들로서 작가는 이러한 연출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면서 ‘함께 체감하기의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
요한한, <쓰레드 볼륨 투- 또 다른 동작을 위한 플로어>(2019)
퍼포먼스, 180min. 요한한, <쓰레드 볼륨 투- 또 다른 동작을 위한 플로어>(2019)
퍼포먼스, 180min.
《젊은모색 40주년, 20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1) 전시 전경 《젊은모색 40주년, 20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1) 전시 전경

“고양레지던시라는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할 때도 있습니다.(웃음) 올해는 고대의 사건 중 하나였던 ‘MENE MENE TEKEL UPHARSIN’에 대한 리서치와 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동물의 외피를 활용한 조형작품의 매체적 연구와 퍼포먼스의 다양한 장치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이 전시라는 맥락 안에서 어떻게 유효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동시대 사회적 문제 현상을 연구하고 고민하다, 이은희 작가

이은희 작가 이은희 작가는 동시대를 이루고 있는 기술 환경과 개인, 그리고 이미지의 관계를 관찰하며, 인간의 사회적인 문제를 기술 메커니즘에 빗대어 탐구한다. 또한 수집된 이미지와 사례를 결합한 영상을 만들며 ‘스크린’의 특성을 고민해왔다. 근래에는 한 개인이 다중의 이미지로 변형되거나 기술 산업 시스템의 일부로 치환되는 현상을 포착하고 이를 사유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레퍼런스(2021), 씨알콜렉티브(2020)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SeMA 벙커(202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2021), 부산현대미술관(2019)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은희, <HOT/STUCK/DEAD>(2021)
단채널 비디오, 20분 34초. 이은희, 〈HOT/STUCK/DEAD〉(2021)
단채널 비디오, 20분 34초.
《회생비용》(씨알 콜렉티브, 2020) 전시 전경 《회생비용》(씨알 콜렉티브, 2020) 전시 전경

“저는 기술과 기계 그 자체보다는 기술이 자리한 산업 구조와 그 주변을 이루는 노동 환경을 바라보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으며, 무빙-이미지의 매체적 특성을 작업 내에 계속 적용하고 실험하는 것에도 흥미를 느낍니다. 제가 작품을 통해 어떠한 문제의식을 전달했을 때, 관객에게 공감을 받거나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생기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실 올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롯이 창작에만 집중하며, 새로운 일상 안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입주 기간 동안 현장 답사나 인터뷰와 같이 특정 주제에 맞는 필드 연구와 영상 매체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주제 면에서는 ‘만질 수 있는 사물의 관점으로 디지털 이미지와 정보를 이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기능을 다 한 기계가 이후에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떠한 가치 기준을 바탕으로 분류되어 재사용되거나 폐기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사물, 기술의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사유해보고자 합니다.”

인간의 인식과 편견, 그리고 미래 사회를 바라보다, 장진승 작가

장진승 작가 장진승 작가는 인간 안에 내재하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상호 이해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플랫폼 ZER01NE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월간 퍼블릭 아트의 ‘2020 퍼블릭 아트 뉴 히어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되었으며, 최근 개인전으로는 《리얼리티 시뮬레이션》(온수공간, 서울, 2021)을 개최했다.
장진승, <SCELETALOS SERIES FUTURAE HOMO PLASTICUS #J002-M-A-0>(2021)
 혼합 매체(ABSPLA 필라멘트.,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가변 크기. 장진승, 〈SCELETALOS SERIES FUTURAE HOMO PLASTICUS J002-M-A-0〉(2021)
혼합 매체(ABSPLA 필라멘트.,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가변 크기.
장진승, <망상현실>(2021)
단채널영상,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3분 25초. 장진승, <망상현실>(2021)
단채널영상,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3분 25초.

“저는 현재를 토대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고 일종의 서사를 통해 현재의 왜곡된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데이터 시각화, 시청각 아카이브 시스템, 영상, 조각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해 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각각의 작업을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보고,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인간의 인식 및 인지 구조를 실험하는 것이죠.

현재는 고양에서 재미있게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올해 준비 중인 전시들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하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오픈스튜디오 및 기획전에서는 제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제작했던 각각의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통합적으로 구성해보고자 방법을 모색 중에 있습니다. 꼭 오셔서 흥미 가득한 눈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렇듯 2022년의 고양레지던시는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가득 찰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한 작가들 외에도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는 하반기, 고양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양레지던시 국내작가 입주 공모와 해외작가 전시는 매년 7~8월, 전체 입주 작가가 참여하는 오픈스튜디오와 단체 기획전은 11월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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