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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이면을 바라보다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정보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은 동시대 미술계 거장들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올해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작가’ 중 한 명인 히토 슈타이얼의 대규모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큐멘터리적 성격의 초기 영상 작품부터, 커미션 신작 <야성적 충동> 등 작가의 대표작 23점을 선보인다.
히토 슈타이얼에게서 흘러나온 사유의 물결이 굽이치는 ‘데이터의 바다’로 떠나보자.

디지털 사회를 전방위적으로 탐구해온 히토 슈타이얼, 국립현대미술관에 착륙하다

히토 슈타이얼

히토 슈타이얼

국립현대미술관은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를 4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다. 히토 슈타이얼은 디지털 기술, 글로벌 자본주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가장 첨예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영상 작업과 저술 활동을 통해 심도 있게 탐구해오고 있는 미디어 작가이다. 또한 철학, 예술, 정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미디어, 이미지, 기술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던지는 시각 예술가이자 영화감독, 비평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하다.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실 전경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는 디지털 사회의 이면과 그 속에서 생산되는 이미지의 새로운 문법을 추적하고 기술, 자본, 예술, 사회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비평적 통찰을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전시이다. 슈타이얼의 논문에서 인용한 전시 부제 ‘데이터의 바다’는 오늘날 또 하나의 현실로 재편된 데이터 사회를 성찰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전시의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전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조정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환하는 정보, 이미지 생산과 이러한 데이터 재현 배후의 기술, 자본, 권력, 정치의 맥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최근 영상 작업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아울러 전시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각종 재난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내전, 불평등의 증가, 독점 디지털 기술로 명명되는 지금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디지털 시각 체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작가가 빈곤한 이미지라 명명한 저화질 디지털 이미지는 우리 삶의 양식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폭넓은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할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들을 함께 확인해보자.

1998년부터 2022년까지, 히토 슈타이얼의 세계를 전천후로 살피다

히토 슈타이얼, <소셜심>(2020)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8분 19초,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댄싱 마니아, 가변 시간.
≪Hito Steyerl. I Will Survive≫ 전시 전경, K21, 뒤셀도르프, 2020. 작가, 앤드류 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 Achim Kukulies, Düsseldorf

히토 슈타이얼, <소셜심>(2020)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8분 19초,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댄싱 마니아, 가변 시간.
≪Hito Steyerl. I Will Survive≫ 전시 전경, K21, 뒤셀도르프, 2020. 작가, 앤드류 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 Achim Kukulies, Düsseldorf

<소셜심>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가상공간이 현실 세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팬데믹 기간 동안,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과 예술 창작의 조건,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관의 위상을 탐구한 5채널 영상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소셜 시뮬레이션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단순화한 모델이다. 긴급 대피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실험하기 위해 아바타나 비디오 게임의 형식을 빌어 작은 출입구를 통과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 등이 소셜 시뮬레이션의 대표적인 예이다. 총 5채널 영상으로 구성된 <소셜심>의 첫 번째 방에는 쉬지 않고 춤을 추는 경찰 아바타가 4채널에 등장하는데, 그들의 춤은 팬데믹 이후 퍼지기 시작한 대중들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 및 군인들의 행위를 번안한 일종의 사회적 안무이다. 이들의 신체 움직임은 2020년 팬데믹 기간 중 일어난 시위 현장의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수와 같은 데이터의 추이와 인공지능의 논평에 따라 달라진다. 두 번째 방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짐작되는 도난 작품 <살바도르 문디>를 찾는 테스크 포스를 중심으로 한 싱글 채널 영상 작품이 전시된다. 여기서 <살바도르 문디>는 인공지능이 다스리는 자유무역항으로 끌려가는, ‘실제’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뮬레이션된 미술로 등장한다. 슈타이얼은 ‘인공 우둔함’이라는 용어를 통해 팬데믹 시기에 더욱 자동화되고 폐쇄된 미술관, 가상현실 지도로 대체된 미술관에 대해 비평적 논평을 제시한다.

히토 슈타이얼, <야성적 충동>(2022)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24분,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변 시간,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이미지 CC 4.0 히토 슈타이얼. 작가, 앤드류 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히토 슈타이얼, <야성적 충동>(2022)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24분,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변 시간,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이미지 CC 4.0 히토 슈타이얼. 작가, 앤드류 크랩스 갤러리, 뉴욕 및 에스더 쉬퍼, 베를린 제공.

<야성적 충동>은 총 4채널 비디오 설치로 구성되어 있다. 단채널 내러티브 비디오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3채널 영상은 특수 센서가 감지한 식물 환경의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라이브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록되어 영상으로 전환된다. 단채널 영상의 내용은 양치기가 등장하는 내용을 배경으로 팬데믹으로 가속화 된 메타버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적자생존 경쟁, 블록체인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 제목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한 ‘야성적 충동’에서 인용한 것이다. ‘야성적 충동’은 시장이 통제 불능이 되고 미친 듯이 날뛰는 현상을 야기하는 탐욕, 야망, 두려움 등 인간의 비이성적 요소를 의미한다. 작가는 케인스의 목소리를 경유해 오늘날 비트코인, NFT 등과 연동된 야생 자본주의 시장을 언급한다.

히토 슈타이얼,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2013)
단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15분 52초.

히토 슈타이얼,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2013)
단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15분 52초.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에서 슈타이얼은 5장으로 구성된 게릴라 매뉴얼의 형식을 빌려, 디지털 기반의 감시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가시성의 장에서 ‘안 보일 수 있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카메라에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시야에서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이미지가 되는 방법,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계에 병합됨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안 보여주기’는 1970년대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시리즈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 중 동명의 에피소드에서 인용했으며, 작품 전체에는 디지털 시각 체제를 둘러싼 날카로운 통찰과 유머가 공존한다.

히토 슈타이얼, <비어 있는 중심>(1998)
16 mm 필름(비디오로 재생), 컬러, 사운드, 62분. 작가 소장.
아카데미 데어 쿤스테 베를린 전시 전경, 베를린, 2019. 작가 제공.

히토 슈타이얼, <비어 있는 중심>(1998)
16 mm 필름(비디오로 재생), 컬러, 사운드, 62분. 작가 소장.
아카데미 데어 쿤스테 베를린 전시 전경, 베를린, 2019. 작가 제공.

<비어 있는 중심>은 독일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과 국회의사당 사이의 공간, 즉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는 공간을 ‘비어 있는 중심’으로 바라보면서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도시 모습과 새로운 경계가 중첩되는 과정을 8년에 걸쳐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작가는 이 공간의 의미를 추적하기 위해 이곳에 쌓여있는 오래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동·서베를린을 나누는 경계의 끝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자 검문소와 감시탑, 지뢰로 대변되는 이 공간은 누구도 살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텅 빈 국경의 가장자리가 되었다. 장벽의 붕괴를 통해 ‘공간’은 다시 베를린의 중심지가 되었지만, 초국가적인 기업과 거대 자본에 의해 재건된 이 공간에서는 여전히 인종 차별과 외국인 노동자 반대 시위가 일어나곤 한다.결국, 이곳에 세워졌던 경계선은 형태와 외관을 바꾼 채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히토 슈타이얼은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삶의 표현들은 데이터의 흔적에 반영되어 있고 정보와 생명, 정치가 이를 관리하며 경작하고 채굴하며, 구글 맵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세상에 대한 인식은 시각보다는 데이터를 해독하고 처리하는 패턴에 달려있다’고. 또한 인공지능을 풍자해 ‘인공 우둔함’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재편된 세계상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성찰적으로 재사유할 것을 권유한다. 이러한 그의 목소리를 한데 모은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를 관람하며, 기술과 예술이 얽힌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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