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포스터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이중섭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중섭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시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화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지난해 문화 예술계를 강타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의 두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연필화와 엽서화, 은지화와 편지화 등 이중섭의 대표작들 외에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까지 포함돼 앞으로도 치열한 예매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람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함께 살펴보자.

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다시 바라본 그 이름, 이중섭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8월 12일부터 2023년 4월 2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에게 지난해 기증받은 1,488점 중 이중섭의 작품 8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0점을 모은 ‘이중섭 개인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중섭(1916~1956)은 힘들고 어려웠던 삶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정직한 화공이자 일제강점기에도 예술혼을 불태우며 희망을 상징하는 ‘소’를 그려낸 인물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이중섭에 관한 전시, 영화, 연극, 소설 등이 꾸준히 제작되면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화가이기도 하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이중섭의 작품 세계를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누어 바라본다. 1940년대는 이중섭이 일본 유학시기와 원산에서 작업한 연필화와 엽서화를 소개하며, 1950년대 통영, 서울, 대구에서 그린 전성기의 작품 및 은지화, 편지화 등으로 구성했다. 총 90여 점의 출품작 중에는 ‹닭과 병아리›(1950년대 전반)처럼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뿐만 아니라 1980년대 전시 이후 오랜만에 공개되는 ‹춤추는 가족›(1950년대 전반)과 ‹손과 새들›(1950년대 전반)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이중섭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이중섭을 다시 보는 시도로서, 그간 축적해온 미술품 수집과 연구 기능을 전시로 풀어낸 것이다. 특히 재료와 연대를 조합해 이중섭의 면면을 보여주려 했다. 이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미술연구센터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자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이중섭 전작도록 사업팀의 연구 성과물, 유족의 사진 자료 등도 적극 활용하여 그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힘썼다. 희소가치 높은 이중섭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와 출품작은 어떤 모습인지 주요 작품을 미리 감상해보자.

소, 가족, 아이들… 이중섭이 아끼고 사랑한 대상들

이중섭, ‹소와 여인›(1942)
종이에 연필, 41×29.7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이중섭의 1940년대 작품들은 일본 유학 시기와 1943년~1950년 원산 시기 제작되었는데, 한국전쟁 발발 이후 작가가 1950년 12월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피란하면서 이때의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소와 여인›은 1943년 «제7회 미술창작가협회전»(일본미술협회, 3.25.~4.1.)에 회우 자격으로 출품한 9점 중 하나로 이중섭의 초기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작가의 아호였던 ‘대향’이라는 이름으로 출품했으며, 여러 번의 스케치 흔적이 남아 있는 종이 위에 소와 여인의 사랑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이중섭이 즐겨 그린 소재이기도 한 소는 작가 자신을, 그림 속 여인은 당시 그의 연인이었던 야마모토 마사코로 이해할 수 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역동적으로 배를 드러낸 소와 허공을 응시한 채 입술을 다물고 있는 여인의 관능적인 모습에서 소와 여인의 정서적 교감과 사랑의 기쁨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중섭,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1940)
종이에 먹지그림, 채색, 9×14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1937년 일본 문화학원에 입학한 이중섭은 1940년부터 1943년까지 후일 아내가 되는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다수의 그림엽서를 그려 보냈는데 9×14cm의 관제엽서 앞면에는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는 주소를 남겼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엽서화는 총 88점이며, 이를 연도별로 구분하면 1940년에 1점, 1941년에 75점, 1942년 9점, 1943년에 보낸 것이 3점이다. 이 그림들은 1979년 열린 «이중섭 작품전»(미도파백화점 화랑, 4.15.~5.15.)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일본 유학 시절 김환기, 문학수, 유영국 등과 함께 활동하던 자유미술가협회의 추상 및 초현실주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자유로운 공간 구성, 단순화한 형태, 원색의 사용, 정제된 선묘 등 1950년대 완성된 이중섭 작품의 특징을 선취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은 엽서화 중 가장 빠른 1940년 12월 25일 자에 보내진 것으로, 작가는 먹지를 사용해 선을 베껴 낸 뒤 채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중섭, ‹가족을 그리는 화가›(1950년대 전반)
은지에 새김, 유채, 15.2×8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은지화는 광택 있는 알루미늄 속지에 철필 또는 못을 사용해 윤곽선을 눌러 그리고 그 위에 물감, 먹물 등을 문질러 완성한 작품들을 일컫는다. 이중섭은 담배갑 속 은박지를 다방이나 술집 심지어는 길바닥과 쓰레기통에서 주워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은지화들은 처음부터 접히고, 꾸겨지고 찢어진 상태를 그대로 두고 그림으로써 화면의 우연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중섭이 1952년 6월 가족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후 그리기 시작한 수많은 은지화에는 주로 가족과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이중섭은 그 가운데 70여 점을 1953년 도쿄에 있는 아내에게 건네주며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대작으로 완성하려고 그려본 스케치이니,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중섭만의 독특한 재료와 기법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1956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기도 했다. ‹가족을 그리는 화가›는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가 자신이 그려져 있다. 화면 주변부로 물고기와 게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952년 가족들과 헤어진 이후 서귀포 시절을 추억하며 그린 은지화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중섭, ‹춤추는 가족›(1950년대 전반)
종이에 유채, 22×29.7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소와 더불어 한국전쟁 이후 더욱 많이 제작된 소재는 가족과 아이들이다. 가족과 아이들 소재 작품이 증가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족에 대한 이중섭의 그리움이 더욱 짙어 갔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춤추는 가족›은 푸른 공간을 배경으로 나체의 가족이 춤을 추면서 원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두꺼운 선으로 면을 표현하여 원을 이루는 네 사람이 마치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데, 긴 얼굴과 콧수염을 한 인물은 이중섭이고 옆의 여인과 아이들은 그의 가족임을 유추할 수 있다. 서로 손을 잡고 원을 그리는 형태는 앙리 마티스의 ‹춤›을 연상케 하는데 춤을 추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가족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작가의 염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이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 재능기부에 참여해 특별함을 더한다. 제주는 작가가 1951년 정착하여 가족들과 1년 간 지낸 곳으로, 이중섭의 작품 세계가 완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의미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친근한 목소리로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할 고두심 배우의 음성은 AI 성우 ‘타입캐스트’가 실제 목소리뿐만 아니라 해설까지도 인공지능 방식으로 습(딥러닝)해 전시 설명 전반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중섭은 195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부산, 제주도, 통영, 대구, 서울 등지를 옮겨 다니며 작업을 지속했다. 특히 공예가 유강열의 초청을 받아 옮겨간 통영에서 1953년 11월부터 마산, 진주 등지에서 이듬해 6월까지 머물며 소 연작 등 대표작들을 제작했고, «이중섭 작품전»(1955)을 앞두고는 매일 작품을 그려낼 만큼 열성적이었다. 기사에서는 전부 소개하지 못한 이중섭의 예술과 삶은 전시에서 깊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이중섭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