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에어 (왼쪽부터 박주영, 이우경, 박민주, 이다영)
ⓒ 이명은
로스트에어는 전자 음악 파티를 통해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활동을 지속하며
서로 다른 전문성을 기반으로 예술과 기술의 흥미로운 교차점을 찾고
하위문화 공동체의 확장가능성을 모색하는 여성 기획자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독특한 팀 이름에는 언더그라운드 이면에 ‘분실된 대기(Lost Air)’ 속을 쉼 없이 부유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겠다는 기획자들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
이들은 ‘파티’를 공간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로 상정하고, 각각의 시공간에 맞는 방법을 찾아
파티를 여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전자음악 #공간 #하위문화 #공동체를 ‘해시태그’해 선보이는 로스트에어의 세계를 함께 부유해보자.
로스트에어(이우경, 이다영, 박주영, 박민주)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에서 선보이는 ‘레이브 지오메트리(Rave Geometry)’는 국내 언더그라운드 공연계에서 이뤄지는 파티 공간의 지정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명은 전자음악을 다루는 파티 ‘레이브(Rave)’와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를 이용한 기록물을 암시하는 ‘지형도(Geometry)’의 조합어이다. 로스트에어는 라이다 센서를 통해 파티 현장을 포착하고, 더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공간 수집을 시도한다. 프로젝트는 7월부터 9월까지 을지로, 홍대, 이태원, 성수에서 열린 4번의 사전 파티를 비롯, 전시 종료 직전인 2023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애프터 파티로 완결된다. 4명의 기획자는 사전 파티를 진행하며 프로젝트 콘셉트 수립, 외부 아티스트와의 소통, 영상 편집, 라이다 센서 데이터 관리 등의 방면에서 협업을 이루면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기반으로 예술과 기술의 흥미로운 교차점을 찾고, 하위문화 공동체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의 프로젝트인 ‘레이브 지오메트리(Rave Geometry)’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로스트에어’ 전시 및 작품 전경
ⓒ 박수환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로스트에어’ 전시 및 작품 전경
ⓒ 작가 제공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로스트에어’ 전시 및 작품 전경
ⓒ 작가 제공
‘레이브 지오메트리(Rave Geometry)’는 국내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 공연계와 파티 문화(Rave) 공간의 지정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소외되거나 혹은 운영에 어려움을 느꼈던 동시대 언더그라운드 신(scene)의 생태계를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조명하고자 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 너머의 현실을 포착하여 공연 속 부유하는 관객들의 움직임과 치열하게 생존해온 파티 공간을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대중들의 시선 속에서 ‘파티’라는 단어를 재정의 내리고자 했습니다.
여러분은 ‘파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희는 대한민국에서 ‘파티’라는 말의 주도권은 수도권의 상업 클럽이 쥐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회 기저에 깔린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2010년대 후반부터 근래까지 코로나, 지역 내 발생한 여러 사건 사고들로 덧씌워진 파티라는 단어는 문란함, 비위생적, 비행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더그라운드 신에서는 여전히 파티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 안의 구성원들에게 ‘파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파티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로스트에어는 여러 대중매체 속에서 다루는 파티의 인식을 부정하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하기보다, ‘파티’라는 단어가 보다 열린 의미를 지닌 단어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그렇기에 저희 프로젝트로 언더그라운드 신이 말하고자 하는 파티에 대해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파티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합니다.
로스트에어가 ‘언더그라운드 신(scene)’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전 리서치 단계에서 진행된 파티 스틸컷
ⓒ 진여름
융합 예술을 지향하는 파티를 기획하는 것이 저희의 첫 출발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언더그라운드 신(scene)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전자음악 뮤지션, 디제이들과의 교류가 잦았습니다. 또한 로스트에어의 두 팀원인 이다영, 박민주가 디제이로 활동하면서 파티와 클럽 문화를 좋아하는 여러 관객들이 저희 공연에 유입되기도 했고요.
사실 로스트에어가 주변 언더그라운드 신에 대해 탐구하고자 다짐했던 시기는 그로부터 더 시간이 지난 이후입니다. 저희가 활동을 시작한 당시 콜렉티브 주변 언더그라운드 신의 생태는 서로의 작업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교류하는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3월 이후 공연예술문화계는 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클럽 공간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신은 파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클럽 상권이 연달아 문을 닫으면서 한순간에 공연 공간과 관객 유입 창구를 모두 잃은 이들은 새로운 생존 방식을 강구해야했습니다.
이에 로스트에어를 포함한 창작자들은 떠돌아다니며 공간을 모색하는 형태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고, 무너질 듯한 폐허를 찾거나,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형태의 공연들이 활발해졌습니다. 이처럼 언더그라운드 신의 새로운 시도가 잦아지면서 더 과감하고 개성 있는 기획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경향 속에서 창작자와 향유자의 결속은 이전보다 더 끈끈해졌습니다. 어둠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던 단골 관객의 얼굴도 점점 낯익게 되면서, 파티의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서로 각자 살아나갈 방도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친 것이, 결과적으로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도우면서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로스트에어는 더 많은 이들에게 고군분투하며 생존하고자 하는 이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파티 문화가 유약해질 때 구성원들이 뭉쳐 이겨나가는 모습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라이다(LiDAR) 센서로 ‘지정학적 의미를 탐구’한다는 뜻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라이다(LiDAR) 센서로 파티 공간을 기록하는 모습
ⓒ 진여름
언더그라운드 신(scene)은 하나의 생태계처럼 생동감 있게 계속 움직이는 공동체입니다. 이를 기록하는 데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익숙한 형태의 파티 기록 방식을 지양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춤추는 모습의 신체일부를 확대하여 자극적인 이미지를 노출하는 촬영방식을 최대한 기피하는 것이 첫 목표였습니다. 당시 이우경과 박민주는 각자 다른 분야에서 라이다(LiDAR)라는 기술을 접하고 있었는데요. 이우경은 공간을 기록하여 이를 예술에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라이다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고, 박민주는 공기 중 성분을 관측해내는 도구로써 라이다를 접하고 있었습니다. 이 둘은 창작자들이 새롭게 개척하는 공간이나, 여전히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장소를 이 기술을 통해 기록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희는 공간을 기록하는 테스트 과정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파티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공간을 온전하게 기록하는 것이 계속해서 좌절되었던 것이었는데요. 라이다 센서가 발산하는 전자기파의 파장이 공간 내벽에 반사되기 이전에, 격렬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를 분산시키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현상 역시 생태계를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을 단순히 3D로 재현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고, 파티 참여자들의 격렬한 움직임과 뒤섞여 덩어리가 된 위치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 원형 보존이 이미 불가능한 참여자들의 춤사위를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피사체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파티의 분위기와 현장성을 담아내는 것. 그 속에서 파티를 형성하는 관객과 뮤지션, 공간 운영자가 한데 모여 서로 교류하는 장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계획 중인 ‘애프터 파티’는 어떤 모습일지 뮤클리 독자분들에게 미리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스트에어가 진행한 ‘사전 파티’ 현장
ⓒ 진여름
2023년 4월에 계획 중인 MMCA 애프터 파티는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알리는 클로징 파티입니다. 저희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가 개최되기 전, 리서치 단계에서 총 5번의 사전 파티를 거쳤습니다. 여기서 기록한 데이터들은 작품 형태로 보여드리고 있지만, 파티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 미술관에서 열리는 파티는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한 관객들을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습니다. 로스트에어는 이 파티를 통해 전시 중 기록된 작업물로만 파티를 감상한 관객들도 직접 언더그라운드 신(scene)을 체화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5번의 사전 파티만큼 언더그라운드 신을 구성하는 다양한 뮤지션들과 DJ를 섭외할 예정이니, 전시를 관람하고 파티에 호기심을 갖게 된 분들, 평소 어두운 클럽거리를 가는 게 망설여지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들러서 파티를 경험해보고 가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에 참여하셨던 소감과 작가로서의 지향점, 혹은 계획 중인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기 프로젝트로 이정도 규모의 관객 앞에서 작업을 선보이는 게 처음이라 저희 모두가 전시 전날 엄청 긴장 했습니다. 미술과 음악활동의 경계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몇 해 동안 노력해왔는데, 저희의 고민들이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태원에서 일어난 가슴 아픈 일로 인해 국민들은 물론이고, 업계 종사자 대다수가 실의와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상태인데요. 그분들 중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 저희 전시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의견을 전해주었습니다. 늘 그래왔듯 건강하게, 잘 회복하고 이겨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해 4개월 간 5번의 사전 파티 및 여러 일정들을 소화해나가면서, 사실상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꾸준하게 많은 쇼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미술관계자 분들이 저희를 눈여겨 본 모양인지 종종 오프닝 파티나 클로징 파티를 기획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로스트에어 팀 결성 초반에 우스갯소리로 “미술과 파티의 경계에서, 모든 전시 오프닝 파티를 우리가 점유하자!”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웃음) 방향성이 잘 맞고, 팀원 모두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언제나 저희는 환영입니다. 앞으로도 로스트에어의 파티를 다양한 공간에서 활발하게 선보일 수 있기를, 또 더 많은 분들이 건강한 의미의 파티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