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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현대미술 그 경계에 서다 «게임사회»

전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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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현대미술 그 경계에 서다 «게임사회»

게임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창작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하여 참여자 스스로가
예술 경지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향유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 지점에서 탄생한 «게임사회»는 현대미술과 게임의 흥미로운 접점을 찾아보고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게임을 사유해보는 전시이다.
뉴욕현대미술관과 스미소니언미술관 게임 소장품 및 ‘게임의 예술성’에 영향을 주고받은
하룬 파로키, 로렌스 렉 등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과 게임 소장품 등을 감상하며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전시로 묻다, 게임은 미술관에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나

«게임사회»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은 ‘게임과 사회’를 주제로 한 기획전 «게임사회»를 5월 12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 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지금 우리는 사회의 가상현실화와 가상공간의 사실성이 일상이 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전시에서는 팬데믹이 촉발한 ‘사회와 게임의 강력한 동기화 과정’의 배경을 살피면서 기존의 게임적 경험을 새로운 접근과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예술게임, 게임예술’, ‘세계 너머의 세계’, ‘정체성 게임’ 등 주제를 나누어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동시에 미래적인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탐구한다. 또한 게임 매체를 통해 공동체가 느끼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 주목한다.

이를 위해 전시에서는 2010년 초반부터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 게임 소장품, 국내 작품을 포함한 9점의 작품과 게임 및 비디오 게임의 문법과 미학에 영향을 주고받은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도 선보인다. 서울박스에서는 김희천 작가의 대형 신작 ‹커터 3›(2023)도 함께 소개된다. ‘게임은 미술관에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예술로 답한 작가들의 출품작 중 일부를 미리 감상해보자.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게임을 마주하다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2021)
비디오 설치, 가변 크기, 작가 및 ZELDA 소장. Originally commissioned by Arebyte gallery, London.
«She Keeps Me Damn Alive» 설치 전경, 2021, arbyte Gallery, 런던, 영국, 사진: Dan Weill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는 흑인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경험과 상상력, 애니메이션, 사운드, 퍼포먼스, 비디오 게임의 형식으로 엮어내는 작가이다.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2021)는 인터랙티브 요소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흑인 트랜스 경험을 아카이빙하는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시작점으로, 행동, 비행동, 관계, 경험 아카이빙을 둘러싼 아이디어의 최전선에 게임을 배치한다. 브레이스웨이트 셜리는 이러한 방법론을 몰입형 포인트 앤 슛(point and shoot) 스타일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구체화하여 관람객에게 자신의 선택과 행동(또는 무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한다.

람한,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 하는 방법›(2023)
VR앱, 25분,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 람한 2023

람한은 팝·서브 문화와 미디어에서 영향받은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그의 신작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 하는 방법›(2023)은 VR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영상 설치 작품으로, 실제 쌍둥이인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안구의 기능 오류로 인해 불편을 겪는 여학생이며, 한 사기업에서 진행하는 임상 실험의 피실험자로 참여한다. VR 참여자들은 자신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치료를 받고 이야기를 따라가며 전시 공간과 게임 공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람한의 작업은 게임 속 세계관을 보고 자란 세대로서 체화된 기억과 감각을 VR 게임으로 옮겨 게임의 이야기를 쫓아가는 동시에 작가 개인의 실제 경험과 기억을 담아냈다. 쌍둥이 자매간의 심리와 관계를 통해 실제 이야기와 게임적 설정 사이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로렌스 렉, ‹노텔 (서울 에디션)›(2023)
멀티미디어 설치, 작가 및 Sadie Coles HQ 런던 소장.
이미지: Lawrence Lek, Nøtel, Courtesy of the artist and Sadie Coles HQ. Originally commissioned by arbyte and Stroom Den Haag.

로렌스 렉은 주로 중화미래주의(sinofuturism) 영화 세계를 배경으로 CGI 영화, 사운드트랙, 몰입형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타자의 관점을 기반으로 한 사변적 소설을 위해 역사적 요소와 상상적 요소를 결합하여 콜라주 형식으로 세계를 구축하고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노텔 (서울 에디션)›(2023)은 가상의 기업인 ‘노텔 코퍼레이션’(Nøtel Corporation)을 통해 완전 자동화된 미래의 특급 호텔을 그려낸다. 호텔의 홍보 영상과 게임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의 공간을 살펴보는 비디오 게임이 포함돼 있으며, 작품 안에 설치된 멀티미디어를 통해 플레이어는 CEO의 음성과 함께 ‘노텔’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노텔은 모든 것이 AI로 자동화된 미래의 생활방식을 제안하며 AI로 대체된 노동과 초호화 삶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그려낸다.


«게임사회»는 미술관과 같은 공공장소와 게임에서 현실 세계의 중요한 가치나 요소들이 누락되거나 배제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또 공동의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재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끌어내는 전시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 매체를 통해 예술 안에서 서로를 품고 느끼며, 감각의 공동체를 경험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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