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삶의 깊이를 조각하다 «론 뮤익»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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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론 뮤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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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25.4.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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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 6 전시실
금방이라도 생생하게 걸어나올 것 같은, 크고 존재감이 넘치는 조각 작품을 좋아하는 구독자라면 주목!
벌써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 «론 뮤익»이 개최 중이다.
현대 조각의 거장이라 불리는 론 뮤익은 인간의 몸, 얼굴, 발, 손 등 외면을 섬세하게 빚어내면서도,
동시에 삶의 내면과 철학적 통찰을 담아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금부터 크기로도 깊이로도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전시인 «론 뮤익»을 소개한다.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
론 뮤익(Ron Mueck / 1958- )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론 뮤익은 현대 인물 조각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마네킹과 소품을 제작하던 그는 1996년 조각 ‹피노키오›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고, 1997년에는 ‹죽은 아버지›가 런던 왕립미술원 전시에서 주목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30여 년 동안 제작한 작품은 총 48점으로 극도의 기술적 완성도와 정교한 예술적 표현이 조화로우며, 재료, 기법, 표현 방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각 장르의 확장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테크닉과 표현력으로 현대인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취약함,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과 존재론적 성찰을 담아낸다.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
-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은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전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선보인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주최한 이 전시는, 론 뮤익의 시기별 주요 작품을 총망라한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며, 이를 통해 현대 조각의 흐름과 궤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어 한층 뜻깊다. 론 뮤익의 다양한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다큐멘터리 필름 2편 등 총 24점을 소개해 작품을 보다 집중도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우선 5전시실에서는 ‹유령› 및 그간 보기 어려웠던 ‹젊은 연인›을 비롯해, 실제 크기의 약 4배를 이루는 작가의 자화상 ‹마스크II›, 보는 것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치킨 / 맨›, 가로 6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인 ‹침대에서›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매스›는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오늘날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자연재해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으며, 작가가 직접 국립현대미술관의 건축적 특징을 고려한 뒤 설치 방식을 제안했다. 6전시실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론 뮤익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고티에 드블롱드의 작업실 사진 연작, 그리고 다큐멘터리 두 편을 소개하며 전체적인 감상을 돕는다. 자신보다는 조각 작품이 드러나길 바랐던 예술가의 순수한 시선이 느껴지는 희귀하고 친밀한 기록이다.
론 뮤익은 인간의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생생하다 못해 금방이라도 걸어나 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사실적인데, 관람객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조각을 통해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시대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되며, 자기 자신이 현실 세계에 실재한다는 감각을 깨닫게 한다. 이제 «론 뮤익»의 대표적인 작품을 만나보며 그의 작품 세계로 깊이 빠져들어 보자.
인간의 삶을 정교하게 드러내다
‹마스크 II›(2002)
혼합 재료, 77×118×85cm, 개인 소장
실제 크기의 4배에 가까운 크기로 제작된 론 뮤익의 자화상이다. 받침대 위에서 고요히 잠든 얼굴은 묘한 생명력과 론 뮤익 특유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압도적인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절로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사실적인 이 작품은 작품을 뒤에서 보면, 이 얼굴이 가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텅 빈 머리 안쪽을 마주하면서 정면에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느꼈던 실체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단순히 이것이 껍데기라는 사실을 가리키거나, 혹은 작가가 자신의 얼굴을 내보이되 자의식을 배제한 상태임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침대에서›(2005)
혼합 재료, 162×650×395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침대에서›는 세부적인 부분을 정교하게 조각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인물의 정신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론 뮤익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은 마치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처럼 보이며, 그 존재감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오래 머물게 한다. 거대한 인물, 이부자리와 베개까지 포함해 대형 조각이 된 이 작품은 처음에는 커다란 크기에 압도당하며, 그 다음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 사실적인 표현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관람객은 이 인물을 천천히 보면서 그녀의 생각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녀는 마치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보며 우리의 존재가 그녀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매스›(2016–2017)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 가변 크기,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펠턴 유증, 2018
‹매스›는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00개의 거대한 인간 두개골로 구성됐으며, 전시 공간에 맞춰 그 배치를 새롭게 바꾼 뒤 관람객에게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적 의미와 독특한 건축적 특징을 고려한 뒤 설치했기에 다른 공간에서 만나볼 수 없는 시각적 재미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작품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데, ‘Mass’라는 단어는 더미, 무더기, 군중을 의미할 수도 있고 종교의식을 뜻하기도 한다. 두개골은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는 것과 동시에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 또는 고고학적인 발견을 떠올리게 만든다. ‹매스›는 론 뮤익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으로, 대상의 고립된 개별성에 집중한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특히 일부 두개골의 색감과 세부 표현에서 개별성이 보이기는 하나 각자의 정체성을 파악할 단서가 없고, ‘집단’으로서의 존재감만이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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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 맨›(2019)
2019, 혼합 재료, 86×140×80cm,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훼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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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1998/2014)
혼합 재료, 202×65×99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한편 «론 뮤익»은 전시를 감상한 뒤 관람객 스스로 삶의 의미를 질문하고 예술적 성찰에 이르도록 돕는 연계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작가의 작품세계와 연결되는 키워드로 진행하는 워크숍,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간에게 가장 은밀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표정과 몸짓이다. 상대의 표정은 볼 수 있지만 표정을 짓고 있는 나 자신은 거울이 없다면 마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론 뮤익은 조각을 통해 마치 거울, 혹은 자화상처럼 우리의 삶을 가만히 바라보게 만들며 관람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사유할 틈을 주지 않는 이 사회 속, 론 뮤익의 작품을 바라보며 내면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론 뮤익»을 통해 각자의 자화상을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