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의 신사가 된 색채의 마법사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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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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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26.8.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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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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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년 화업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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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술에 대한 오랜 연구에서 새롭게 바라본 이대원의 밝은 화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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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나전·목기 등의 색과 빛, 동양화의 운필과 기법을 유화로 풀어낸 독자적 회화 세계
푸른 녹음을 보며 싱그러움을 발견하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며 따스함을 느끼는 것처럼 색은 우리의 마음에 저마다의 감정을 피워낸다. 마음이 무거울 때 하늘을 보라는 말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슬픔을 어루만져줄 다채로운 색들이 한자리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색채의 마법사’라 불리는 작가 이대원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회화뿐 아니라 한국의 공예와 동양화의 조형 감각을 서양화로 구현하며, 같은 풍경도 다양한 색과 분위기로 표현해 온 그의 작품을 만나보자.
색채에 담아낸 70년의 예술
풍경 너머의 이대원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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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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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작가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대원의 최초 대규모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8월 6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 중이다. 이대원은 ‘화단의 신사’, ‘색채의 마법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 등의 수식어로 잘 알려져 있다. 과수원과 산, 연못을 원색의 점과 선으로 채운 그의 밝은 작품 세계는 작가의 타고난 낙천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전시 제목인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고고미술사학자 김원룡 박사의 그림평에서 차용한 표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동감 넘치고 명랑한 색채가 작가의 기질 때문이라는 해석을 넘어, 한국의 전통 공예와 동양화의 조형 원리를 오랜 시간 연구하고, 이를 화면 안에서 변용해 온 작가의 회화적 성취를 조명한다. 총 4부에 걸쳐 작가의 학창 시절 초기 작품부터 말년의 대형 ‘농원’ 연작을 전시하며,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 작가가 수집한 고미술품 및 자료 등을 통해 그의 화업 70여 년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전시가 이대원을 단순한 풍경 화가가 아니라 한국 미술계를 만든 문화적 지식인이자 현대의 지식인 화가로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에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실제로 슬픔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연구와 수행, 절제와 축적을 통해 삶의 무게를 예술로 승화했기 때문임을 전한다.
배우고, 이어가고, 쌓아 올린
이대원의 독자적 회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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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북한산› (1938)
캔버스에 유화 물감, 80x100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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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구니오, ‹설정(雪庭)› (연도 미상)
캔버스에 유화 물감, 90x130cm, 홋카이도립근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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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반닫이› (1965)
캔버스에 유화 물감, 92x73cm
국립현대미술관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전시의 1부 ‘배우되 갇히지 않다’에서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이대원이 화가로 성장해 간 시기를 살펴본다. 청운공립보통학교 때 처음 유화를 접한 그는 경성제2고등보통학교에서 미술교사 사토 구니오를 만나 서양미술과 조선 공예를 함께 배웠다. 조선미술전람회에서는 공예부와 서양화부 모두에서 입선하며 양쪽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1부에서는 이대원의 스승 사토 구니오의 희귀 회화 ‹설정(雪庭)›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이를 통해 이대원과의 사제지간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전까지 ‹북한산›으로 알려졌던 초기작의 원제가 ‹가을 산›이었음을 새롭게 밝히고, 1957년 미국과 유럽의 미술 현장을 경험한 뒤 제작한 작품을 통해 서구 모더니즘을 직접 마주한 작가의 치열한 예술적 고민을 조망한다.
2부 ‘이어가되 휩쓸리지 않다’에서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앵포르멜이 확산하던 시기에도 이대원이 유행에 편입되지 않고 자신만의 한국적인 조형 언어를 모색한 과정을 살펴본다. 1959년부터 약 8년간 이대원이 운영했던 반도화랑과 관련된 희귀 자료를 통해 경영자이자 미술계의 매개자로서 한국 미술을 국내외에 소개했던 그의 활동을 조명한다. 반도화랑 운영 당시 이대원은 한국 미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전시실에 비치된 반도화랑 운영 약정서와 활동 보고서, 사진 자료 등은 그가 한국 미술의 전시와 유통, 국제 교류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작가가 소장했던 자수, 나전, 화각, 목가구 등을 통해 그가 전통미술에서 발견한 조형 원리가 자신의 회화로 이어지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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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농원› (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150x230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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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농원›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90x194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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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농원›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2.1x162.2cm, 가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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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인왕산› (200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00x500cm, 개인 소장
3부 ‘쌓아 올리니 자유롭다’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대원이 색점·색선·색면을 거듭 쌓아 올리며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완성해 가는 여정을 담았다. 1970년대, 파주 농원에 작업실을 마련한 이후 그는 수십 년 동안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그렸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같은 풍경을 그리지 않았다. 계절과 빛, 시간과 기억이 달라질 때마다 화면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냈다. 이 시기에 그는 전통 회화의 준법과 수지법, 태점과 적묵법을 연구하고 이를 유화의 붓질 안에서 새롭게 변용했다. 3부에서는 파주 농원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제작한 ‹농원›, ‹산›, ‹나무›를 통해 ‘산수에서 풍경으로’가 아니라 ‘풍경에서 다시 산수로’ 나아간 이대원의 회화 세계를 조명한다.
4부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에서는 평생 축적한 색과 빛의 언어가 대형 회화로 완성되는 말년의 작품을 선보인다. 5미터가 넘는 대작 속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과수원›, ‘사계절’ 연작, ‹인왕산› 등을 통해 풍경에서 산수로 확장된 작가의 회화 세계를 살펴본다. 이 시기 작품에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말마다 파주 농원 한가운데 앉아 그림을 그렸던 화가 자신이 이미 그 풍경 속에 있었고, 이제 그 자리는 관람객에게 이어진다. 4부의 전시 공간은 대형 작품들이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되고, 바닥의 반사면을 통해 화면 속 농원이 관람객의 발밑으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그림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풍경 속 한 사람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를 심화하는 전시 연계 국제학술대회
전시를 통해 만나는 이대원의 회화 세계를 미술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자리도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9월 10일 전시 연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홍선표 한국미술연구소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정무정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이민수 한국미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우치 가쓰에 홋카이도립 미기시 고타로 미술관 큐레이터, 최경현 천안시립미술관장 등 국내외 연구자들이 참여해 이대원의 회화 세계와 미술사적 위상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다. 참가 신청 및 상세 안내는 추후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정을 겪는다는 것은 그것을 다루는 매뉴얼이 추가되는 일이다. 슬픔의 매뉴얼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슬픔을 헤아리는 위로를 전할 수 있다. 이대원의 작품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빛깔도 작가가 세상의 모든 슬픔에 전하는 그만의 매뉴얼은 아니었을까? 색채의 향연 속에서 일렁이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대원의 전시를 관람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