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1963–) 은 드로잉,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1990년대 한국 개념미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여러 실험적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는 종이나 캔버스 조각, 돌, 찰흙 등 일상의 사소한 사물을 활용하면서 예술 작품에 대한 개념, 대상에 대한 지각과 인식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끌어낸다.
〈“노란비명” 그리기〉는 강의 형식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유를 유머러스하게 제시하는 작업이다. 1990년대 미국의 유명 화가 밥 로스(Bob Ross)의 그림 강좌 형식을 빌려 그림 그리는 과정을 가르치는 이 영상에서, 화면 속 강사는 다양한 미술 재료와 사용법을 진지하게 설명한 후 노란 비명을 그리는 과정을 시연한다. ‘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감정을 담아 화면 위에 노란색 선을 긋는 황당한 상황은 강사의 진지한 태도와 대비되어 웃음을 유발한다. 강사는 고통, 슬픔, 분노, 희열 등 다양한 감정에 따라 소리를 외치며 붓질의 강약을 조절해 그림을 완성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미술교육 형식뿐 아니라 예술 창작에 대해서도 유머러스한 태도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