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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충현(盧忠鉉, 1971- )은 회화를 전공했으며 2000년대 이후 디지털카메라의 보편화에 따라 사진과 회화의 관계를 탐구하며 풍경을 그려왔다. 그는 2004년부터 한강시민공원, 서울대공원 등의 장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살풍경’과 ‘자리’ 연작을 그렸다. 작가는 이 연작에서 사진의 객관적 시각에 기초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그 장소에서 경험한 심리적 반응을 투영하여 서울의 풍경을 재현한다. 그는 2005년 관훈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대안공간 풀, 국제갤러리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했다.
<장마>는 한강시민공원을 그린 ‘살풍경’ 연작 중 하나로, 2006년 7월 17일 비 오는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을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풍경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살풍경’이란 쓸쓸하고 보잘것없는 풍경이라는 뜻으로, 화면 속의 인적 없는 수영장의 모습이 비 오는 날의 황량한 한강공원의 인상을 더욱 강조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화면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수영장의 경계선들을 따라 하단의 로프에서 수영장 계단과 안전요원용 의자, 그늘 천막 등을 배치했다. 그는 이 작품이 애초의 사진과 달리 “부정확한 투시로 장소를 포착하면서, 물감은 되도록 얇게 발라서 뿌연 흙탕물의 인상을 포착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그림은 화면에 물감을 바른 뒤 바탕을 칠할 때 쓰는 넓적한 붓을 사용해 반대 방향으로 긁어나가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물감을 얇게 칠하면서도 화면의 밀도를 높이고자 했으며, 때 끼고 먼지 낀 지저분한 질감이나 흙바람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