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이미지는 저작권법에 따라 복제뿐만 아니라 전송, 배포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무단 이용할 수 없으며,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원작자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함을 알려드립니다.
백정기(白丁基, 1981- )는 조소를 전공하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교(University of Glasgow)에서 수학했다. 그는 어렸을 때 화상 부위에 보습효과가 있는 바셀린을 바른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경험을 토대로 백정기는 초기 작업에서 바셀린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했다. 2007년에 바셀린으로 갑옷과 헬멧을 제작했고, 이후 자연스럽게 치유, 물, 기우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우제: 마하미드〉는 작가가 모로코 마하미드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것을 영상을 담은 작품이다. 마하미드는 사하라 사막이 시작되는 곳으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작가는 다양한 문화의 기우제를 참고하여 제의(祭儀)를 만드는데, 이 작품에서는 조선시대의 기우제와 서양의 연금술을 섞었다. 그는 조선시대 기우제에 쓰였다고 전해지는 도롱뇽의 형상을 바셀린으로 만들어 돌이나 땅에 발랐다. 또한 서양의 연금술에서 사용되는 네 가지 원소(물, 불, 공기, 대지)와 삼각형을 차용하여 그 모형을 물의 방향으로 놓은 뒤 땅속에 묻어 의식(儀式)을 진행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물이 부족한 지역이 역사적으로 겪어온 사회정치적 갈등을 치유하고 해소하는 그만의 기우제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