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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재호(1971~)는 2001년 개인전부터 대도시의 풍경을 작품의 주제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2003년 인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도시의 이면에 감추어진 숨겨진 풍경들을 찾아낸 이후 그의 작업은 다큐적인 관찰의 시선과 이에 대한 기록의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이후, 그가 찾아낸 풍경은 대도시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신축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청운시민아파트>(2004)와 <오래된 아파트(2005)> 였다. 그는 오래된 건물들과 이곳에서 삶을 이어간 일반 서민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건물이 가진 쇠락한 외양과 그 속에 감춰진 여러 군상들의 소중한 일상의 역사를 찾아내고, 이를 기록하듯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의 작품 속 건물들은 초상화의 인물들처럼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세밀하고 정교한 표현은 건물의 외양은 물론 감춰진 역사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에게 있어 쇠락한 낡은 건물들은 도시의 역사와 이곳에서 삶을 이어간 인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생명력 있는 존재인 것이다.
<황홀의 건축-청계타워, 현대오락장, 종로빌딩, 용산병원>은 2007년 개인전에 출품된 대작이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서울의 근대화시기 지어진 수십 년 된 낡은 '정동의 빌딩'들이 주제였다. 그는 이제는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의 건물이 보여주는 외양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낡은 건물이 갖고 있는 감춰진 역사 외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빌딩의 외양에서 느낀 황홀함을 표현하였다. <황홀한 건축>이 보여주는 4곳의 빌딩은 현실의 건물을 토대로 정교하게 다시 세워진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산병원'은 현실의 층수를 넘게 다시 그려졌고, 건물 전면을 꽉 채운 '현대오락장'의 화려한 땡땡이 무늬 또한 작가에 의해 임의로 채워진 것이다. 이처럼 정재호는 도시 속 건물과의 '인연'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표현해내고 있고, 이러한 관계의 전개 양상에 따라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변모해갈 것이다.
최근 젊은 한국 화가들의 작업이 두드러지고 있는 경향 속에서 작업성과와 활동에서 선두에 속하는 정재호의 작업은 한국현대 한국화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