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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1971- )는 국가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번영과 발전, 즉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도시의 풍경 이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붉은 십자가로 뒤덮인 서울의 야경, 쇠락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풍경, 한때는 서양식 삶의 표본으로 추앙받았으니 철거될 위기에 처한 1960~70년대의 시범 아파트 단지 등을 통해 근대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왔다. 작가는 <<올해의 작가상 2018>>을 계기로 개발도상국의 국민으로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뤄낼 밝은 미래를 모두가 꿈꾸도록 ‘권장’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난장이의 공>(2018)은 산업화시대의 한국 사회의 살풍경한 모습을 그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으로, 1970년대 경제 성장기 근대화된 복합상가, 유토피아로서의 공간이었던 세운 상가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멀리 두산타워가 보이며, 청계천과 동대문 주변 건물들의 남루한 옥상 풍경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 작품에서는 중간 상단에 비현실적인 ‘로켓’이 떠 있다. 로켓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사실적으로 2018년 서울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난데없이 하늘 가운데 등장한 로켓이 지극히 사실적인 풍경을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이 풍경이 재현하는 것은 단순히 서울의 거리 풍경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욕이나 호기심이 사라진 2018년의 한국 사회, 더 이상 미래에 대한 발전과 희망이 작동하지 않는 정체된 사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