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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1956- )은 자신이 경험하는 실제대상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생각과 그림>(1990)에서도 화가의 자화상과 화실의 정경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작가 자신의 삶의 현장으로서의 화실을, 단순한 의미에서의 자화상이라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의 자신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1988년부터 엿보이기 시작하였으며 이 작품은 미술행위와 개념에 대한 철저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에는 석고상과 이젤, 작은 나무의자, 정물, 탁자와 난로, 벽면에 있는 그림들이 가득 찬 화실풍경을 소재로 하여 실제의 화실 크기를 생생하게 느낄 만큼 큰 화면이 펼쳐지고 있다. 한 화가가 캔버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가의 실상은 한쪽 손만으로 암시되어 있다. 'ㄴ'자로 엇물린 캔버스에 울퉁불퉁하게 요동치는 붓 터치들은 화면전체에 활기를 부여하고 있는 반면 흑백으로 제한된 색조는 작가의 문제의식에 집중하게 해준다. 거의 겹쳐지지 않은 채 모든 터치가 하나하나 살아있게끔 빠른 필법으로 그려져 그림 그리기의 흔적들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이 터치들은, 사이사이 빈틈으로 시각적 진동을 일으키면서 캔버스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사방으로 당겨진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강화시킨다. 두 폭으로 이어진 캔버스 양쪽 끝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자신의 서로 다른 모습이 거울 속에 비춰진 상태로 마치 마주보고 있듯이 그려져 있다. 왼쪽의 모습은 뭔가 주춤하는 듯한 자세로 화면 밖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데 반해, 오른쪽에 좀 더 먼 거리에서 비춰진 웃통을 벗고 그림에 몰두하는 화가의 상반신은 상당히 저돌적으로 보인다. 벽에 기대있는 캔버스들과 흩어진 석고상들의 답답한 느낌을 폭발하듯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화가의 자화상은 '생각과 그림'이라는 제목과 일치하며 그리기의 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