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수(1974–)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영화와 비디오를 공부하고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비디오아트 등의 다양한 장르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영상 미디어와 건축, 공공 예술의 융합을 시도하며 도시 공간과 인간 삶에 대해 탐구하고, 도시 풍경을 비롯한 현실 세계를 독창적 시각으로 표현했다. 〈저스트〉는 미국 9·11 테러 사건 직후 작가가 느꼈던 성조기에 대한 인상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 미국의 상황에서‘영원한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렸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을 ‘부수는’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촬영 사진을 프린트로 출력한 다음 그것을 스캔한 뒤, 앞서 출력한 이미지를 단순히 복사하고 그 복사본을 다시 스캔했다. 일곱 번의 반복 끝에 마지막 단계에서는 거의 뭉개진 성조기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각 과정에서 얻어진 이미지를 모아 영상으로 완성했다. 또한 영상에서는 ‘바람이 분다’라는 내레이션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역시 일곱 번의 복사를 거쳐 마지막에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음성이 들리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원본의 이미지를 해체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