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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1914-2016)은 일본 가와바타(川端) 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으며, 해방 후 이북에 거주하다가 1·4후퇴와 함께 다른 동료 화가들과 더불어 월남하였다. 이 후 1952년 임시수도에서 기조회(其潮會) 창립회원으로서 작가활동을 시작했으며, 환도 이후에는 모던아트 협회의 멤버로서 활동하였다. 또한 그는 47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진정한 화가의 길을 걷고자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화가로서 한묵의 이력은 크게 두 시기로 구분된다. 하나는 부산 피난시절의 연장인 서울시대와 나이 40을 넘어 유학한 파리시절이 그것이다. 그는 파리로 향하기 전 이미 작품에서 세부 묘사보다는 대상을 간단한 구성적 요소로 환치 시키고 있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한국 현
대미술사에서 기하학적 추상은 일정한 지향점을 표명하는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앵포르멜(Informel) 미술 운동은 감성만을 강조하는 획일적인 추상 미술로 고착화되던 시기에 추상 미술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당시 추상 이론의 연구와 작품 제작을 병행하던 한묵은 선명한 원색의 색채와 기하학적 추상 형태를 이용하는 시각적 효과를 탐구하고 있었다.
1970년대 초부터 판화와 회화 작품에서 옵아트(Optical Art)와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제작하였다. 특히 1972년 이후 나선을 위주로 한 화면을 보여주게 되는데, 여기에서 색채와 공간은 나선의 선과 형태가 밖으로 열려 있는 운동감과 확장성을 가진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대상 혹은 공간에 대하여 규정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작품의 제목이 화면에 표현된 형태(Spirale, Zigzag 등) 혹은 형태의 전개 상태, 개화(Epanouissement), 윤전율(Enroulement)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삼일월(三日月)>(1972)은 빛과 운동에 대한 탐구와 움직이는 상태에서의 공간지각이라는 측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다른 작품들과 일맥상통하는 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형태와 볼륨에 있어 변화가 나타나며 생명력의 충만함이 작용하는 기적인 형태가 생성하는 유기체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우주는 생명의 탄생에 의해 그 존재를 보장 받게 되는데 이 작품 속의 생명력은 색과 색의 충돌에 의해 더욱더 생동감 넘치게 된다. 비슷한 시기의 그의 작품들이 주로 선적인 요소를 강조하였다면, 이 작품은 볼륨을 강조함으로써 더욱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감각의 생명과 그로 인한 창조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