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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1942- )은 황해도 사리원에서 출생하여 1967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 전공으로 졸업하였으며, 1982년에 계명대학교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국립 군산대학교 교수로 지냈으며, 현재 군산에서 거주하면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건용은 1969년에 결성되어 현대미술에 대한 이론적 탐구와 실제 미술작업의 실천을 긴밀히 연결시키고자 했던 ST집단을 이끌었으며, 또 다른 중요 집단이었던 AG에 주요 성원으로 참여하여 한국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개념미술, 행위미술, 설치작업 등등 새롭고 색다른 여러 가지 시도를 열어젖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작가의 행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생태계에서 그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현재에도 왕성한 창작열을 과시하며 열정적으로 새로운 작업에 임하고 있는 작가이다.
전통적으로 그림은 그리는 이가 화면을 마주 대하면서 그려낸 결과로 나오지만, 이건용은 왜 화면을 마주보면서 그려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화면 뒤에서, 옆에서, 화면을 등지며, 또 화면을 뉘어놓은 채 이러한 제한조건 속에서 남겨지는 신체의 흔적을 그림 속에 담아낸다. 이와 같은 퍼포먼스의 결과로 빚어진 이미지들은, 독특한 회화언어를 개발하게 된다. <신체드로잉> 연작은 바로 이러한 방법론을 구사한 회화언어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신체드로잉 76-2(화면을 뒤에 놓고)>는 화판을 등지고 팔을 뒤로 한 채 그린다. 베니어판에 등을 대고 뒤로 드로잉하는 작업이다. 오른팔을 최대한 뻗어 위 아래로 선을 반복적으로 그어나가는 과정에서 화면은 작가의 신체 실루엣만 남겨둔 채 오른손의 빠른 행위의 결과물인 선의 궤적들로 채워진다. 화면을 몸 뒤에 세워두고 팔을 몸 뒤쪽으로 뻗어 선을 그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몸의 궤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