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정강자, 키스미, 1967(2001 재제작)
아라리오 컬렉션
신전동인의 주요 회원인 정강자는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
에서 ‹키스미›를 전시했다. 위아래 치아가 다 드러나 보이는 입술을
거대한 석고로 만들고 밝게 채색한 대형 입체 작품이다. 치아 위에는 선글라스를 쓴 여성의 머리, 가정용 고무장갑, 유리 플라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정강자는 과장된 신체 부위를 통해 남성의 성적
시선의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주체로서의 성적
욕망'에 대한 강령을 선포하려고 시도한다. 그 당시 활동한 소수의
여성 예술가 중 한 명인 정강자는 "우리는 사회, 정부에 의해 억압
받고 있고, 그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쏠려 있다"며 "'문제적'인 여성으로 치부되는 것이 너무 만연해 이러한 비난을 가시화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1960년대 후반 정강자의 작품은 차별의 증거인 동시에 비판의 도구인 여성의 몸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유실되었지만 «한국청년작가연립전»에 ‹키스미›와 함께 전시된 ‹살인자›(1967)는 한 줄로 늘어선 의수와 여성의 신발을 신은 그림이 그려진 다리가 등장하며, 이는 현대 여성을 성적인 지조, 모성, 가족에 대한 충실함과 같은 의무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것을 상징한다. 선정성 논란이 일었던 해프닝 ‹투명풍선과 누드›에서 정강자는 속옷만 입고 등장하여 초대된 관객들에게 투명풍선을 자신의 반나체 몸에 붙이고 터뜨리게 했다. 미술사학자 조수진이 '위험하다'라고 표현한 정강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몸 전체 혹은 일부는, 한국 사회가 규정하는 순결한 몸과 타락한 몸의 이분법에 저항하는 '위험한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