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 © Lee Wonho
작가 소개
최범규(1997년생)는 신체 간의 차이를 통해 행위와 주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각기 다른 신체의 목소리, 몸짓, 습관, 태도가 뒤엉키는 과정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정동을 포착하며, 이를 미학적 힘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실패와 상실 등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경험이 정동적 체험을 통해 연약한 아름다움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최범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퍼포먼스 ‹아직 시간이 있을 때›(옵/신 포커스, 서울, 2023), ‹나는 거짓말을 하는 중이다›(순화동천, 서울, 2023)›를 발표한 바 있다.
작품 소개
이 작품은 문학과 신체의 관계를 탐구한다. 텍스트와 신체가 순환하며 번지고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고 투영되지 않은 새로운 장이 형성된다. 다섯 명의 퍼포머가 낭독하는 다섯 개의 텍스트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상실하고, 또 무언가가 되지 않기 위해 극복한다. 무대 위에서 예견된 순간은 우연히 나타났다가 다시 가변적인 자리에서 방황을 반복한다. 이 간극과 기다림의 반복은 모든 것이 지워지는 상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낭독되는 텍스트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에밀리 엘』,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곰돌이 푸우』, 정영문의 『바셀린 붓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다섯 명의 퍼포머는 각기 다른 문학 속 상실의 텍스트를 소리 높여 낭독한다.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이 뒤엉키는 과정에서 결코 도착하지 않는 부재가 기다림을 타고 우리 앞에 잠시 머무른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지워지는 상실의 세계에서 비로소 새로운 상상이 가능해진다.
크레딧
콘셉트, 안무: 최범규
실연: 김다형, 김지후, 박지현, 이원호, 정준하
사운드 제작, 오퍼레이터: 이예진, 안광현
의상 협업: 신채정
스크립트 디자인: 이원호
엘리야 메사위에르 Eliyah Mesayer
오라클에게 물어보세요 ASK THE ORACLE
Photo © Julie Rajchman
작가 소개
엘리야 메사위에르(1987년생)는 2020년 유틀란트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표현 방식을 아우르지만, 특히 '화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자비르 이븐 하이얀(721-815, 통칭 게버)의 연금술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게버의 다양한 연구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메사위에르는 빛과 화학 작용을 결합하여 시각적 간섭을 일으키는 '종이 위 연금술'을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연금술적 접근은 이에 국한되지 않고 시, 설치, 퍼포먼스 작업으로 확장된다.
메사위에르의 모든 예술 활동의 중심에는 무국적자들을 위한 가상의 국가 '일리옌'이 있다. 이 개념은 작가 자신의 뿌리를 탐구하는 동시에 현실과 허구, 사실과 상상 사이의 역동적인 경계에서 예술적 균형을 찾아 연금술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일리옌은 특정한 지리적 위치가 아닌, 어디에도 없으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는 상태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는 시, 설치, 노래, 작곡, 퍼포먼스,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며 역사, 과거, 현재를 아우르고 정치적인 것과 시적인 것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다.
작품 소개
<오라클에게 물어보세요>는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경계를 확장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사운드와 시로 구성된 상상의 풍경을 선보이는 이 작품에서는 무언의 오라클과 그 일행이 도착해 꿈과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래와 과거에 관한 질문에 대해 무언의 답을 내린다. 퍼포먼스는 사물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세계로 나아가는 포털을 제공한다. 시적인 감수성을 통해 펼쳐지는 이 명상적 여정을 엘리야 메사위에르, 엔젤 웨이, 송민과 함께 떠나 보자.
이 퍼포먼스는 시각예술가 엘리야 메사위에르, 작곡가 엔젤 웨이 그리고 의상 디자이너 스타인 빅토리아가 만들어 낸 상상의 풍경을 소개한다. 작곡가 엔젤 웨이는 공간을 사운드로 감싸고, 시각예술가 엘리야 메사위에르는 관객에게 꿈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혹은 그저 함께 있을 수 있는 오라클의 형태로 등장한다. 송민의 게스트 공연과 함께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이 퍼포먼스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타인과 상호 작용을 함으로써 자기 성찰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크레딧
Master of Rites, Composer: Angel Wei
Messenger: Min Song
Oracle: Eliyah Mesayer
에스벤 바일레 키에르 Esben Weile Kjær
충돌기! (나는 믿고 싶어: 제2막) COLLIDER! (I WANT TO BELIEVE: The Second Act)
Photo © Kristian Lings
작가 소개
에스벤 바일레 키에르(1992년생)는 2022년 덴마크 왕립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디제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리드믹 음악원에서 음악 경영 학위를 받았다. 그는 퍼포먼스, 설치, 조각 작품을 통해 자기 세대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우리가 공동체와 자유를 경험하는 방식에 대중문화와 기술이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을 살핀다.
키에르는 감멜 스트란드(덴마크 코펜하겐), 코펜하겐 컨템퍼러리, 올보르의 쿤스텐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제적으로는 바젤의 팅겔리 미술관, 파리의 퐁피두 센터, 비엔나의 무목, 베를린의 베르크하인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23년에는 덴마크 아르켄의 현대미술관에서 큰 주목을 받은 BUTTERFLY! 전시를 기획했다.
작품 소개
에스벤 바일레 키에르의 퍼포먼스 <충돌기! (나는 믿고 싶어: 제2막)>에서 고전적인 발레는 컨템퍼러리 무용, 실험적인 전자 음악과 결합하여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낸다. 무대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다. 중앙 바닥에 놓인 거대한 하얀 별은 영국의 무용수 아이작 글래니스터를 위한 무대가 된다. 글래니스터의 몸에 연결된 풍선들이 가벼우면서도 엉뚱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그는 모리츠 하스의 서정적인 음악에 맞춰 다리를 움직이고, 팔을 뻗고, 춤을 춘다.
이 퍼포먼스는 전통적으로 발레가 지닌 딱딱하고 수직적인 선으로부터 해방되어 화려한 펑크와 환상적인 퇴폐미를 선보인다. 춤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중력으로, 댄서의 움직임에 작용하는 자연적인 힘을 강조한다. <충돌기! (나는 믿고 싶어: 제2막)>는 예술 형식으로서 발레가 지닌 지속하려는 성질을 성찰하며 인간의 능력, 잠재력, 아름다움과 중력을 거스르려는 우리의 영원한 욕망을 보여 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야망의 어두운 측면, 즉 지치고 무너지는 모습도 함께 드러낸다. 이와 같은 병치를 통해 키에르의 작품은 인간이 지닌 열망의 양가적인 성질과 그 필연적인 대가를 통렬하게 보여 준다.
필립 베스트 Filip Vest
셀프 테이프 Self Tape
Photo © Filip Ves
작가 소개
필립 베스트(1995년생)는 말뫼 예술 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퍼포먼스, 설치, 영화,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21세기 퀴어의 사랑, 외로움, 욕망 등을 탐구한다. 연극의 리허설 방식을 적용하여 대본과 신체의 관계를 실험함으로써, 우리가 정체성과 관계를 수행하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한다.
베스트의 작품 세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층적 존재들의 무한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이 네트워크 안에는 기후 변화와 망가지는 관계, 역할극, 둠스데이 가라오케, 재연된 키스, 동상과 사랑에 빠진 새, 스트립쇼 도중에 쓰러진 개구리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한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은 휴대전화, 벽, 창문 등을 매개로 종과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고 오해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작품 소개
<셀프 테이프>는 후기 자본주의의 불안전한 노동, 정체성, 퀴어성, 피로 그리고 굴욕에 관한 퍼포먼스다. 우리는 하늘색 피부와 긴 귀, 빨간 부츠를 신은 양성적 생물체를 따라가게 되는데, 이 생물체는 위협적인 부저 소리와 붉은빛으로만 모습을 드러내는 알 수 없는 실체에 속박된 채 영원한 캐스팅 늪에 빠져 있다.
괴물 같기도 하고 팝 공주 같기도 한 이 생물체는 골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메릴린 먼로, 돌리 파튼 등 시대의 유명한 괴물과 디바들로 끊임없이 자신의 코드를 전환하며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생물체가 독백하거나 춤을 추거나 긴 손톱으로 곡을 연주하지 않을 때는 과거의 작업 경험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 애쓰지만, 결국 내뱉게 되는 이야기는 전 애인과 어린 시절에 관한 것이다. 생물체는 좌절, 유혹,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뭘 찾고 있나요?”
미리암 콩스타드 Miriam Kongstad
강렬한 놀이 HARD PLAY
Photo © Mehrdad Motejalli
작가 소개
미리암 콩스타드(1991년생)는 베를린과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베를린 대학 간 무용센터(HZT)에서 안무가로 교육을 받았고 2020년에는 암스테르담의 샌드버그 인스티튜트에서 순수 미술 석사를 취득했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 퍼포먼스, 조각, 텍스트,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체현, 정체성, 사회적 코드를 탐구한다. 콩스타드는 문화적, 정치적 구조를 묘사함으로써 신체와 사회 간의 상호 작용을 분석하며 건강, 섹슈얼리티, 고통, 욕망 등 양가적이고 복잡한 삶의 측면들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인간 신체를 형이상학적, 유기적, 사회적, 영적인 것, 즉 '살 존재(being flesh)'의 확장된 경험으로 다루며, 현대 사회에서의 신체성과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콩스타드는 덴마크 국립 미술관, 덴마크 글립토테케트, 프랑스 퐁피두센터, 덴마크 KØS 공공장소미술관,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요르단 MMAG 재단, 스페인 보틴 재단, 독일 함부르크 기차역, 미국 PPL, 독일 소피엔젤레 등 국제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작품 소개
<강렬한 놀이>는 안무적 퍼포먼스이자 어린이 놀이에 대한 분석으로, 우리가 어떻게 어릴 때부터 (젠더)정체성과 사회적 규범을 수행하도록 훈련받는지 탐구한다.
듀엣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퍼포머의 신체적 움직임을 음악가 헤바 바우펠의 역동적인 라이브 사운드스케이프 속에 녹여 낸다. 안무의 핵심에 놓인 요소는 퍼포머의 머리에 부착된 1.5미터 길이의 땋은 머리로, 이는 퍼포먼스 내내 다양한 용도의 소품으로 사용된다. 땋은 머리는 공주의 머리카락, 개 목줄, 올가미, 줄넘기, 채찍 등 어린이 놀이와 연관된 상징적인 다양한 사물로 변신한다. 관객은 땋은 머리가 변신할 때마다 기쁨과 환상에서부터 공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감정과 시나리오의 스펙트럼을 경험한다.
땋은 머리의 변신을 통해 작품은 어린이 놀이에 내재한 순수성과 창의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이러한 놀이가 영속시키는 이면의 사회적 구조를 질문한다. 작품은 음악과 움직임에 신선한 방식으로 반복을 적용하여 이러한 유년기의 경험이 어떻게 끈질기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성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드러낸다.
퍼포먼스 타임테이블
2024.9.4.(수)
14:00~14:40 필립 베스트 / 다원공간/ 40분
15:00~15:30 김수화 / 다원공간 로비 / 30분
15:30~16:10 엘리야 메사위에르 / 다원공간 / 40분
16:30~16:50 송예환 / 중층 로비 / 20분
17:00~17:45 미리암 콩스타드 / 다원공간 / 45분
18:30~19:30 최범규 / 다원공간 / 60분
20:00~20:30 에스벤 바일레 키에르 / 다원공간 / 30분
10:00~21:00 박보마 / 로비 및 미술관 곳곳 / 가변설치
2024.9.5.(목)
11:30~12:00 에스벤 바일레 키에르 / 다원공간 / 30분
12:30~13:10 엘리야 메사위에르 / 다원공간 / 40분
13:30~13:50 송예환 / 중층 로비 / 20분
14:00~14:40 필립 베스트 / 다원공간 / 40분
15:00~15:30 김수화 / 다원공간 로비 / 30분
15:30~16:30 최범규 / 다원공간 / 60분
17:00~17:45 미리암 콩스타드 / 다원공간 / 45분
10:00~18:00 박보마 / 로비 및 미술관 곳곳 / 가변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