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전시 인사말 + 전시소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전을 찾아주신
관람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 주요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마련된 연례 프로그램입니다.
10회째를 맞이한 2023년에는 작가 정연두가 선정되었습니다.
정연두 작가의 이번 전시 제목, ‘백년 여행기’는
1905년 이뤄진 한인들의 멕시코 이주기를 의미합니다.
당시 천 명이 넘는 한인들은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40일간의 항해 끝에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25개의 대농장으로 흩어진 그들은 에네켄 재배를 위해
계약 노예와 다름없는 고된 삶을 지속하게 되는데요,
이때 멕시코로 이주한 사람들 대다수는
4년의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거시적인 서사속에 파편처럼 내재한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해온 정연두 작가는
이 소외되고 잊힌 멕시코 한인의 이민사를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로 갖고 옵니다.
하지만 민족의 수난사를 되짚거나 한인들의 험난했던 삶의 궤적을
들추어내려는 데 초점을 둔 것은 아닙니다.
국제 이주가 보편화된 21세기에 이동과 이주, 이국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 시대의 맥락을 다층적으로 풀어냅니다.
이주라는 행위를
이질성과 친숙함이 교차되고, 탈구된 시공간 경험을 상상하며,
공간의 경계를 초월해 서로 다른 존재를 연결하는 가능성의 영역으로 바라보고,
이주민을, 경계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존재로서 사유해보기를 제안하는 것이죠.
전시에서는 설치와 영상, 음악, 퍼포먼스 등이 혼합된 5점의 작품이 선보이는데요,
작가 특유의 혼성적인 작업을 통해 낯선 존재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줄
이번 전시를 지금부터 함께 관람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