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인사말
국립 현대 미술관을 찾아주신 관람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곳 과천관 원형 1전시실에서는 ‹이신자, 실로 그리다›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신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한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섬유공예가입니다.
섬유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섬유를 이용한 독창적인 작품 활동으로
한국 섬유예술계의 이정표를 세운 선구자이기도 하죠.
이신자는 섬유예술을 “실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생을 몰두한 ‘태피스트리’는 날실을 캔버스로 두고
씨실이 붓이 되어 표면에 무늬를 만들어내는 작업인데요.
무한대의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켜켜이 쌓이는 과정은
얽히고설키고, 거듭되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이신자 : 실로 그리다›전은 반세기에 걸친
이신자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하는 전시입니다.
전쟁의 폐허와 격동의 시기 속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거침이 없었던 실험적인 작업들 속에
한국 섬유예술의 변천사와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것을 넘어,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며 섬유예술을 아름답게 꽃피운
한 예술가의 경이로운 삶을 헤아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