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길목 프로젝트»는 미술관의 물리적 경계를 확장하고, 관람객이 무심코 거쳐 가는 일상의 장소에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부여하는 프로젝트이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진입로와 건축물의 외부 공간에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예술을 만나고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작가 로와정이 참여한다. 로와정은 미술관 진입로에 설치작품 ‹패시지(passage)›를, 외벽의 미디어 캔버스에 영상작품 ‹스틸 라이프(still life)›를 선보인다. 두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과 시선, 주변 환경의 변화를 통해 평소 스쳐 지나가던 공간과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와 영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가 미술관의 건축 및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설치작품 ‹패시지›와 영상작품 ‹스틸 라이프› 두 작품으로 구성된다.
설치작품 ‹패시지›는 여러 색 실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수놓은 패널을 서로 다른 방향과 높이로 배열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벽면의 거울을 가리는 병풍 같은 구조물을 따라 걸으며, 거울에 비친 패널 뒷면에서 ‘내일로 가는 방법’이라는 문구를 발견한다. 거울은 흩어진 요소를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하고, 관람객은 위치와 시선의 방향에 따라 추상 이미지와 언어를 번갈아 마주한다. 처음에는 읽을 수 없던 형상이 거울을 통해 문장으로 나타나는 과정은 익숙한 시각적 질서를 벗어날 때 새로운 의미가 발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인 ‘패시지(Passage)’는 통로이자 글의 한 구절을 뜻하며, 길을 걷는 경험과 문장을 읽는 경험을 연결한다.
미술관 외벽의 미디어 캔버스에서 선보이는 ‹스틸 라이프›는 청주의 상당산성, 탑동 양관, 솔밭공원, 충북대학교를 배경으로 제작한 영상작품이다. 로와정은 국내외 여러 장소에 모기장을 설치하고, 그 위에 흰색 실로 ‘still life’라는 문구를 수놓은 뒤 이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서로 다른 역사와 일상의 시간이 깃든 청주의 네 장소를 만날 수 있다. 모기장 위에 수놓인 글자 뒤로 풍경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변하며, 화면 속에서 정지와 운동이 공존한다. ‘정물’을 뜻하는 ‘still life’는 ‘여전히 이어지는 삶’으로도 읽히며, 멈춘 듯한 장면 속에서도 지속되는 시간과 일상의 움직임을 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