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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시네마: 오래된 이미지, 다른 언어

  • 2019-07-05 ~ 2019-09-08
  • 서울 MMCA 필름앤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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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디어 시네마: 오래된 이미지, 다른 언어
라이다 라순디, <말, 행성>, 2018
라이다 라순디, <말, 행성>, 2018
베아트리스 깁슨, <타이거스 마인드>, 2012
베아트리스 깁슨, <타이거스 마인드>, 2012
김응수, <나르시스의 죽음>, 2019
김응수, <나르시스의 죽음>, 2019
던컨 캠벨, <토마스 오 할리시의 행복>, 2016
던컨 캠벨, <토마스 오 할리시의 행복>, 2016
장뤼크 고다르, <이미지 북>, 2018
장뤼크 고다르, <이미지 북>, 2018
다니엘 위예 & 장마리 스트로브, <너무 이르거나/너무 늦은>, 1980/81
다니엘 위예 & 장마리 스트로브, <너무 이르거나/너무 늦은>, 1980/81
페터 네슬러, <수문에서>, 1962
페터 네슬러, <수문에서>, 1962
군부르 넬슨, <세월>, 1987
군부르 넬슨, <세월>, 1987
베아트리스 산티아고 무뇨스, <아이즈 포 마이 에너미스>, 2014
베아트리스 산티아고 무뇨스, <아이즈 포 마이 에너미스>, 2014
임정혜, <장미도 아닌 데이지도 아닌>, 2019
임정혜, <장미도 아닌 데이지도 아닌>, 2019

한 잔의 차 맛, 혹은 향기에 의해 잊고 있던 이미지들을 되찾는 것처럼, 이미지는 한 개인의 의식, 무의식 속에, 또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틈 속에 불확실한 형태로 남아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현재 세계의 이미지와 기억 속에 잔류하는 이미지의 기원을 찾는 일은 우주 생성의 기원을 찾아 블랙홀을 탐색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시도이며 기약 없는 여정일 수 있다. 모리스 블랑쇼가 프루스트가 언급한 ‘시간 바깥에 있는 순간’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겹쳐지는 시간의 동시성을 통해 소거되는 시간의 황홀경’ 을 언급한 것처럼, 이미지의 기원을 찾는 불가능한 시도는 시간의 소멸을 통해 추상적 공간으로 도약하려는 많은 예술가들의 근원적 욕망에 맞닿는다. 인간의 역사를 넘어 먼 과거로부터 시작된 오래된 이미지의 세계는 시간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노동에 의해 물리적인 형상으로 구현된다. <디어 시네마 : 오래된 이미지, 다른 언어>는 작가 개인의 내면에 비친 세계의 이미지, 외부세계의 풍경에 개입하는 작가의 말이 고유한 울림을 전달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젊은 작가들, 여러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문제적 작가들, 이미지를 통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거장들의 작품이 상영된다.


스페인 작가 라이다 라순디는 캘리포니아에 머물던 시기에 광활한 벌판과 하늘, 낡은 집, 모텔 방을 배경으로 무심한 자연의 거대함과 아주 사소한 행위들을 16mm 필름에 담았다. 이 작품들은 음악적 공명과 함께 페미니즘, 정치적 담론과 같은 민감한 여러 문제를 가볍게 암시한다. 특히 미국 사막의 풍경과 가벼운 퍼포먼스의 순간들이 교차하는 <사랑의 집에 대한 주석>부터 <025 선셋 레드>에 이르는 작품들은 자유로운 1960년대 히피 정신을 상기시킨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영국 작가 베아트리스 깁슨은 문학적 텍스트의 중첩, 스릴러와 같은 장르영화의 은유적 변형, 즉흥적인 퍼포먼스로 구성되는 친근하면서도 낯선 이야기의 영화를 만든다. <타이거스 마인드>처럼 범죄스릴러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요소만으로 서사를 구성하기도 하고, 거투르드 스타인의 대본을 각색한 신작 <자매가 아닌 두 자매>처럼 작가 개인의 지인을 등장시켜 임신, 페미니즘, 다양한 관계의 복합적인 심리적 무게를 담아내기도 한다.


MMCA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 <이야기의 재건>을 통해 소개되었던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던컨 캠벨의 2016년 작품 <토마스 오 할리시의 행복>은 사회적 변화를 목전에 둔 1960~70년대 아일랜드 시골 사회를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모크 다큐멘터리이다.


장뤽 고다르의 가장 최근작 <이미지 북>은 그가 영화역사에 있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작품들의 장면과 자신의 영화 속 장면들 위로 영화사 전체를 관통하는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투영한다. 관습을 거부하고 새로운 영화적 형식을 창조해낸 거장이 다시 던지는 ‘영화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그가 사랑한 영화들의 이미지를 통해 되살아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 <초현실>, <오, 사랑>을 만든 김응수 작가의 신작 <나르시스의 죽음>이 이번 프로그램에서 프리미어 상영된다. 충주에 살면서 저예산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쉼 없이 만들고 있는 김응수 작가는 자신이 늘 산책하는 강변 숲의 풍경 속에서 저예산으로 가능한 실험적이고 사적인 비디오에세이를 완성했다. 끊임없는 내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이 영화는 미투 운동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된 성적 헤게모니의 문제들, 사회적 분위기가 작가에게 미치는 불안과 작가가 기억하는 영화 속에 묘사된 남성주인공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다니엘 위예와 장마리 스트로브의 1978년 작품 <구름에서 저항으로>와 1980년 작품 <너무 이르거나 / 너무 늦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농민투쟁과 파시즘에 대항하는 저항의 정신을 일깨운다. <너무 이르거나 / 너무 늦은>에서는 이집트의 역사학자 마흐무드 후세인의 글이 낭독되며, 영화 속에 삽입된 이집트 공장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기록된 장면은 하룬 파로키의 작품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구성하는 12개의 비디오모니터 중 하나이기도 했다. <구름에서 저항으로>는 신들의 저주를 받은 인간들의 환생과 관련해 토론하는 사냥꾼과 신화 속 인물들 간의 철학적 대화,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의 저서 『레우코와의 대화』와 『달과 불』에서 발췌된 대화로 구성된다. 모든 인물들이 과잉된 극적 정서에 지배되지 않은 채 언어의 순수한 전달자로서 존재하는 이 영화는 전체주의와 자본주의의 영향력 아래 놓인 현대에 전하는 숭고한 목소리와 같다.


 또한 다니엘 위예와 장마리 스트로브가 존경해 마지 않던 독일의 다큐멘터리 작가 페터 네슬러와 쇼카 네슬러의 중요한 단편 다큐멘터리 6편이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과 MMCA필름앤비디오가 협력한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소개된다. 페터 네슬러는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객관적인 현실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무한히 인내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스웨덴 실험영화의 거장 군부르 넬슨은 빛의 속도, 사물과 풍경의 움직임, 변화 등을 시적 리듬과 유머를 통해 구성한 많은 실험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섞인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파편적 이미지의 강렬한 움직임을 재현하거나 무상한 자연과 일회적 순간의 신비를 포착하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사적인 일상의 순간들을 솔직하고도 시적인 메타포로 표현한다.  2017년에 제작한 <온 더 펜스>를 비롯해 군부르 넬슨의 작품 15편이 상영된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작가 베아트리스 산티아고 무뇨스는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정치적 상황, 포스트 식민주의적 담론에 기반한 고고학적 보고서와 같은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세이바에 있는 숲 속에 버려진 미 해군기지의 극장 안으로 스며드는 숲의 빛과 바람을 보여주는 <포스트 밀리터리 시네마>, 미 해군 기지 주변의 숲이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아이즈 포 마이 에너미즈>, 미국 군정이 시작된 1898년 이후부터 자치령이 된 현재까지 푸에르토리코의 복잡다단한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는 <죄수의 시네마> 등 12편의 작품이 이번 프로그램에서 소개된다.


현재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임정혜는 광고영상이나 SNS를 통해 양산되는 통속적인 코드를 풍자적으로 재현하는 단편 비디오 작품들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시각이 상실된 자들이 감각하는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시적 다큐멘터리 <장미도 아닌 데이지도 아닌>을 완성했다. 임정혜의 작업 방식이 어디로 향해 갈지는 미지수이지만 그의 솔직함과 유머는 그만의 표현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MMCA필름앤비디오는 젊은 작가와 거장이 어우러진 이번 ‘디어 시네마’프로그램이 관람객들에게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발견하고, 동시에 타협하지 않고 영화의 본질을 탐구해가는 거장들의 작품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자막 안내


군부르 넬슨 감독의 작품은 <적색편이>(프로그램13) 외에 한글 자막이 없습니다.
작품 속 대사가 사운드처럼 들리기를 바란다는 군부르 넬슨 감독의 의도에 의한 것이니 참고 바랍니다.


상영작 안내문


2019년 8월 23일 15시에 프로그램 13이 아닌 프로그램 12가 상영되었습니다. 8월 23일 19시에는 예정대로 프로그램 12가 상영됩니다.
2019년 8월 23일 15시 상영을 관람하신 분들은 아래 번호로 연락바랍니다. MMCA필름앤비디오를 아껴주시는 관객 분들께 죄송합니다. 양해바랍니다.
(02-3701-9585)


  • 작가
    총 10명
  • 작품수
    총 53편, 4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