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은 1965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주로 미술에 관한 글을 썼고 전시를 기획했다.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금호미술관)을 열었다. 이 전시부터 한국의 분단과 냉전을 대중매체와의 관계나 정치심리적인 관심 속에서 다뤄왔으며, 주로 사진과 비디오를 만들었다. <세트>(2000), <파워통로>(2004~2007), <비행>(2005), <반신반의>(2018)가 그런 작품들이다. 2008년 <신도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민간신앙과 무속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해석하는 장단편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주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 <만신>(2013), <시민의 숲>(2016) 등으로 이어 졌다. 최근작인 <늦게 온 보살>(2019)도 현대의 재난을 불교에서 전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다루고 있다. 그는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작가론, 미술제도, 민중미술과 (포스트) 모더니즘, 전통 등에 관한 에세이를 간간히 써왔다. 『포럼A』와 『볼』의 창간과 편집에 참여하기도 했다.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곰상(2011),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부문 대상(2011) 등을 수상했고,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가 기획한 전시로는 2014년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가 있다.
《모임 Gathering》은 한국미술과 재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대성의 총체적인 반성을 요구하는 재난 이후 또는 그 와중에, 미술은 어떤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전시는 서둘러 답을 내기 전에 질문의 기본적인 조건을 살핀다. 현대미술관은 누가 어디에 왜 만들었을까? 세월호 이후 우리에게 바다는 어떤 것인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가?
작가는 다소 엉뚱하게 전통 건축과 석가모니의 열반을 전시 내러티브의 소재로 가져온다. 거대한 현대미술관에 시골의 초라한 산신당, 칠성각을 대조해본다. 석가모니와 그의 제자 사이에 있었던 작은 사건을 불러와 재난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때 상충하는 가치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작가는 “기계로 만드는 구원, 코믹해지는 제의, 유치한 기복에 담긴 숭고, 재난을 능가하는 자연미” 등 이런 저런 역설과 아이러니의 언어를 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시 《모임 Gathering》은 급속도로 희박해져가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이 어떻게 새로운 출처를 찾을 수 있을지 살펴보는 자리가 된다.
■ MMCA 현대차 시리즈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1인의 우리나라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연례 프로젝트이다.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와 역동성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자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