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작품 소개
전시
김경재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2020, 혼합재료, 가변크기.
공간은 관계를 보여주는 도식(diagram)이며 관계에 대한 이상은 공간으로 나타난다.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관계는 다양한 공간으로 표현된다. 과거 개와 인간이 가지고 있던 경비와 기생, 보호와 피보호, 또는 일방적인 애완의 관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독특한 관계들이 그에 맞는 공간, 즉 재해석된 거실로 나타난다. 거실들은 그 사이를 채워주는 야생(wildness) 또는 야생적이지 않은 자연과 함께 전시장을 구성한다.
김세진 <전령(들)>
2019, 단채널 3D 모션 그래픽 비디오, 52초, 반복재생.
1957년 10월 4일,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 1호”를 우주에 쏘아 올린 나라는 놀랍게도 소련이었고,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의 여파로 이듬해 미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하게 된다. 그 후 소련은 우주 궤도 진입을 시도하기 위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모스크바의 이름 없는 빈민가의 떠돌이 개였던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를 태워 발사했다. “라이카(Laika)”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이 개의 최초의 우주 비행 이후, 프랑스의 고양이 펠리세트(Félicette), 미국의 침팬지 햄(Ham)이 그 뒤를 이어 우주 비행을 경험한 생명체가 되었다. 짧은 기록으로만 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이 가진 다른 종에 대한 오만과 몰이해, 그리고 우주를 향한 식민주의적 욕망의 역사적 증거로 기록된다.
〈전령(들)〉은 3D 모션 그래픽 영상을 통해 우주 저 너머로 사라진 “라이카”를 극사실적이지만 동시에 가상의 이미지로 가시화한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온 인류의 역사에서 잊혀진 종(들)의 이름을 호명하고자 한다.
데멜자 코이 <브리더>
2017,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57초.
<브리더>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맞춤형 애완동물을 디자인하는 브리더가 된 과학자의 이야기이다. 쇤바허 박사(Dr. Schönbacher)의 새로운 앱은 사람들이 원하는 애완동물을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지나치게 귀여운 동물들은 모두의 마음을 녹여버리는데, 거부할 수 없는 동물의 눈에는 어두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데멜자 코이는 세심하게 편집된 두 영상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와 소비문화를 비판한다.
데이비드 슈리글리 <안녕>
2013, 단채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3분 20초. Courtesy of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안녕〉은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장난스럽고 익살스러운 애니메이션으로, 그의 책 『How are you feeling?』(2012)의 출판에 맞춰 함께 제작되었다. 이 영상에서 멍멍씨(Mr. Dog)와 화면 밖 인물은 서로 던지기 놀이를 하며 질문을 주고받는다. 그 결과 이 작업은 존재의 정체성과 개인 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엘리 허경란 <말하자면>
2012,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2분 54초.
매주 토요일마다 런던 햄스테드 남쪽에 있는 학교(Hampstead Parochial School) 운동장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이곳 상인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개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의미로 “No dogs in the playground”를 적은 그림판을 만들어 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발적으로 그림판이 있는 곳, 시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장 앞에 자신의 반려견을 기다리게 하고 시장에서 장을 본다.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간결하게 담은 이 작품은 우리에게 '반려의 의미', '영역의 구분', '그 경계를 넘나드는 개들의 순수함' 그리고 '너그러움'이란 미묘하고도 복잡한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유승종 <모두를 위한 숲>
2020, 혼합재료, 가변크기.
미술관에 온 (동)식물은 우리에게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숲’이란 단어를 통해 조경가 유승종이 제안하는 것은 완전히 인간화될 수 없으며, 동시에 완전한 자연으로 남아 있을 수 없는 ‘자연문화’의 양가성이다. 그림 같은(picturesque) 관조의 숲이나, 지극히 인간화된 공원 또는 이상화된 아르카디아(Arcadia)가 아닌, 혼종의 공간이자 다원성의 장소, 기호와 실체가 뒤섞여 있지만, 결코 전체를 해석할 수 없는 공간인 ‘숲’을 이야기할 것이다.
정연두 <토고와 발토 – 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2020, 애견 사료, 혼합재료, 99x156x133cm.
토고와 발토는 1925년 알래스카 극한의 추위에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면역혈청을 싣고 밤낮으로 개썰매를 끈 개들이다. 이 작품은 인류를 구한 영웅견의 군상을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로 만들어 미술관에 방문한 개들도 같이 공감하길 바라는 작업이다. 전염병의 위기가 동물로부터 왔다는 점과 동물이 인류를 구한다는 역설적 병치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세균과의 사투를 각종 가공육류로 이루어진 사료를 이용하여 만든 동상을 통해 보여주고 인류와 동물의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퍼포먼스
김정선 X 김재리 <신체풍경>
2020, 퍼포먼스, 180분. 사진: ©Roger Rossell.
<신체풍경>은 정해진 규칙이나 구조를 배제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고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춤에 집중하며, 신체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신체풍경>이 제안하는 ‘기계화된 신체(mechanic body)’는 뼈, 근육, 액체, 신체가 가진 모든 요소들을 인지하며, 인간중심적인 상태를 벗어나 다른 무엇이 ‘되기(becoming)’를 시도하는 과정이다.
<신체풍경>과 함께 진행되는 워크숍은 신체를 인지하는 과정으로부터 확장되는 관점을 탐색한다. 우리는 사회적 몸, 시각 중심의 몸의 상태를 벗어나 땅 지향적, 원초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춤으로 접근할 것이다. 직립의 상태로부터 수평의 감각으로, 나로부터 주변의 풍경으로 전환되는 감각을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남화연
2020, 퍼포먼스, 15분. 사진: ©VTT Studio/Shutterstock.com
아이보(Aibo)는 소니(SONY) 사에서 1999년 처음 제작, 판매한 강아지 형태의 반려 로봇이다. 인간과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개를 대신하기 위해 발명된 기계였으나 아이보를 '기르는' 사용자들은 아이보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는 믹스테이프를 들으며 러브-차일드라는 이름의 아이보와 함께 미술관을 산책하는 작업이다.
스크리닝
안리 살라 <필요충분조건>
2018, 단채널 버전 비디오 설치, HD, 컬러, 4.0서라운드 사운드, 9분 47초, 7전시실 / DCP상영, MMCA필름앤비디오. Courtesy of Marian Goodman Gallery, Galerie Chantal Crousel.
정원 달팽이는 비올라 활의 전체 길이를 따라 이동하면서 서서히 비올라 활을 가로지르고, 마에스트로의 연주를 이끄는 섬세한 균형을 깨트린다. 달팽이의 속도는 비올라 연주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다 진화된 연주의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 달팽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멈추면서 속도를 늦추면 연주자는 움직임이 계속되도록 조정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무반주 독주 비올라를 위한 엘레지」는 음악가와 달팽이 사이의 촉각적 상호 작용을 통해 전복되고, 연주시간은 평소 시간의 거의 두 배가 된다. 엘레지는 음악적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장뤼크 고다르 <언어와의 작별>
2014, 3D, 컬러, 71분, MMCA필름앤비디오. Courtesy of Alain Sarde–Wild Bunch.
이 작품은 고다르의 121 번째 영화이자 저예산으로 제작된 첫 3D 장편영화이다. 촬영감독 파브리스 아라뇨(Fabrice Aragno)는 두 대의 캐논 5D, 플립 미노(Flip Mino)와 같은 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식으로 최소한의 장비를 이용한 실험적인 3D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영화는 세계의 부조리와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시적 인용문들과 함께 인간관계의 추상적 풍경들을 재현한다. 영화 속에서 길을 잃은 개는 마을을 떠돌며, 계절에 따라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논쟁하고, 싸우는 것을 관찰한다. 고다르의 애견 록시(Roxy)의 눈을 통해 지나가는 전체 사건이 불가해한 메타포의 세계로 변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