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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

  • 2020-09-24 ~ 2021-01-03
  • 덕수궁 전관
  • 조회수5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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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
박래현, <단장>, 1943, 종이에 채색, 131×154.7cm, 개인소장
박래현, <단장>, 1943, 종이에 채색, 131×154.7cm, 개인소장
박래현, <노점A>, 1956, 종이에 채색, 267x2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래현, <노점A>, 1956, 종이에 채색, 267x2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래현, <고양이>, 1950, 종이에 수묵채색, 57x81cm, 가나문화재단 소장
박래현, <고양이>, 1950, 종이에 수묵채색, 57x81cm, 가나문화재단 소장
박래현, <잊혀진 역사 중에서>, 1963, 종이에 채색, 140.7×135.5cm, 개인소장
박래현, <잊혀진 역사 중에서>, 1963, 종이에 채색, 140.7×135.5cm, 개인소장
박래현, <영광>, 1967, 종이에 채색, 134x16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래현, <영광>, 1967, 종이에 채색, 134x16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래현, <현상>, 1970-73, 에칭, 애쿼틴트, 50.5×4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래현, <현상>, 1970-73, 에칭, 애쿼틴트, 50.5×4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래현, <가면>, 1973, 콜라그래피, 45×35.6 cm, 개인소장
박래현, <가면>, 1973, 콜라그래피, 45×35.6 cm, 개인소장
박래현, <어항>, 1974-75, 종이에 채색, 62.5×64cm, 개인소장
박래현, <어항>, 1974-75, 종이에 채색, 62.5×64cm, 개인소장

전시 소개

미술관 전경

박래현(1920-1976)은 20세기 한국화단에 선구적 자취를 남긴 여성 미술가로서, 판화와 태피스트리를 넘나들며 기존 동양화의 관습을 타파해 나갔다. 하지만 오십 대에 갑자기 타계한 뒤 그의 예술은 점차 잊혔고 오랫동안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서만 기억되었다.
박래현은 여성 미술가가 드물던 시절에 육아와 가사에 쫓기면서도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예술의 소재를 찾고, 가사 노동에서 요구되는 수공(手工)을 응용해 작품의 표현 기법을 확장시켰으며, 여성, 어머니,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을 토대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완성하였다.
이번 전시는 여성에게 요구된 역할을 수용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고, 종국에는 성공적인 예술가로 자리매김한 우향(雨鄕) 박래현의 삶과 예술을 소개한다. 청각 장애를 가진 남편 김기창을 위한 영어·한국어·구어(口語)의 삼중통역자이자, 회화·태피스트리·판화의 삼중통역을 시도했던 예술가 박래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부 한국화의 ‘현대’
박래현전 전시장 전경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박래현은 일본에 건너가서 일본화를 배웠다. 유학을 마치고 해방을 맞이한 박래현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일본화의 자취를 지우고, 관념적인 전통회화를 답습하지 않으며, ‘현대’에 어울리는 ‘한국화’를 창작하는 것이었다.
박래현은 1950년대 한국에 유입되는 서양화의 물결을 참고하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고민하며 새로운 도전을 거듭했다. 1956년에 《제8회 대한미협전》에서 <이른 아침>으로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에서 <노점>으로 연이어 대통령상을 타면서 화단의 정상에 선 박래현은 화가로서 독자적인 기반을 마련하였다.

2부 여성과 ‘생활’

박래현전 전시장 전경

박래현은 가사에 쫓겨 작품 제작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지 번민했다. 그는 남편과 작업실을 나누어 쓰고 부족한 시간을 아껴 작품을 제작했으며, 부부전과 백양회 회원전을 중심으로 의욕적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화가로서 명성을 얻고 여성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될수록 세간은 그를 ‘김기창의 아내’, ‘김기창과 같은 길을 가는 부인’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박래현은 가사의 굴레와 김기창의 그늘에 갇히지 않고 생활 속에서 예술의 주제와 재료, 기법을 찾아내며 새로운 동양화를 탐구했다.


3부 세계 여행과 ‘추상’

박래현전 전시장 전경

1960년에 박래현은 해방 후 처음으로 해외를 방문했다. 대만, 홍콩, 일본을 돌면서 추상화의 물결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추상화 제작에 몰두했다. 그리고 세계무대로 눈을 돌렸다. 1964년과 1965년에 미국 순회 부부전을 열고, 미국, 유럽, 아프리카를 돌면서 서구 미술과 세계 문명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는 해외 박물관의 고대 유물에서 수공의 아름다움과 토속적인 멋을 발견하였고, 찬란한 황금빛 유물과 전통 가면을 재해석해 구불거리는 황색 띠로 가득 찬 새로운 추상화를 탄생시켰다.


4부 판화와 ‘기술’

박래현전 전시장 전경
1967년에 박래현은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중남미를 여행하고 미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1974년까지 뉴욕에 체류하며 태피스트리와 판화를 연구했다. 그는 동판화의 기법을 하나씩 익히며 표현 방법을 확대해 나갔고, 정교한 기술을 모두 익힌 뒤 다시 기술로부터 자유로워진 작품을 선보였다. 귀국 후에는 동양화에 판화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작품을 제작했지만, 그의 실험은 갑작스러운 병마로 인해 중단되고 말았다.


주요작품


1전시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단장>, 1943, 종이에 채색, 131×154.7cm, 개인소장
박래현이 도쿄 여자미술학교 4학년이던 1943년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배경이 없는 큰 화면에 검은 옷의 소녀와 붉은 화장대만 마주 보도록 대담하게 구성하면서도, 화장대 위의 화장솔과 소녀의 손에서는 섬세한 세부묘사를 놓치지 않았다.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앳된 소녀의 표정은 짐짓 단호해 보이며, 무릎을 꿇고 곧게 서 있는 자세는 다부지다. 화가로서의 출발을 준비하던 박래현의 결의가 담긴 듯한 작품이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노점>, 1956 , 1956, 종이에 채색, 267×2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56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시장을 오가며 마주친 평범한 풍경을 그렸지만, 담채의 맑은 색상,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색면, 예리한 필선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긴다. 평소 생활 주변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색상의 배합에 예민한 감각을 집중했던 여성화가 박래현의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전시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박래현, 김기창 합작, <봄>, 1956년경, 종이에 수묵담채, 167×248cm, 아라리오컬렉션
이 작품은 박래현과 김기창의 합작이다. 박래현이 먼저 등나무를 그린 뒤 김기창이 참새를 그리고 글을 썼다. 1956년은 박래현이 연거푸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중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때이다. 오래된 등나무의 둥치를 표현한 박래현의 힘찬 붓질은 기량이 무르익은 화가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박래현, 「결혼과 생활」, 『민성』, 1948. 8.
“아침 여섯 시쯤 일어나 기저귀 빨기, 밥 짓기, 청소하기, 아침 식사가 끝나면 이것저것 치우고, 닭의 치다꺼리, 아기 보기, 정오면 점심 먹고, 손이 오면 몇 시간 허비하고, 저녁 먹고 곤해서 좀 쉬는 동안에 잠이 들면 자 그러면 본업인 그림은 언제나 그리나.”


3전시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잊혀진 역사 속에서>, 1963, 종이에 채색, 150.5×135.5cm, 개인소장
1963년 부부전에 선보인 <잊혀진 역사 속에서> 연작 11점 중의 한 점이다. 서로 다른 원형들이 검은 선으로 연결되고 서로 다른 색채가 한지에 흠뻑 스미고 번지면서 섞이는 모습을 통해 역사를 형상화하였다. 이듬해 박래현은 〈Fantasy of Yellow〉 로 제목을 바꾸어 미국 순회 부부전에도 출품했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영광>, 1966-67, 종이에 채색, 134×16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선발되었을 때 출품한 것이다. 박래현은 미국여행에서 각국 원시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노란색, 붉은색, 검정색의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추상을 선보였다. 노란색은 태양, 붉은색은 인간의 생명, 검은색은 시대를 상징한다는 화가의 발언은, 주술적인 고대문화와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4전시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기억>, 1970-73, 에칭, 애쿼틴트, 60.8×44cm, 개인소장
박래현의 관심사가 종합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하회탈과 신라 금귀걸이, 자궁, 곡식 등의 이미지는 역사, 생명, 대지를 상징한다. 박래현은 동판을 여러 조각으로 자르고 동판마다 서로 다른 기법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새긴 뒤 판화지 위에서 이들을 결합하였다. 판면의 다채로운 이미지들은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통일되면서 묵직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박래현전 주요 작품 이미지
■ <고완(古翫)>, 1975, 종이에 채색, 66.5×59cm, 개인소장
1974년 귀국판화전을 성공리에 마친 뒤, 미국에서 가져온 판화기를 이용하여 새롭게 시도한 연작 중 하나이다. 두꺼운 종이 위에 화선지를 붙이고 붓질을 수차례 더하여, 습윤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색조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1975년 국전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품한 것으로, 박래현이 향후 나가고자 한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문과 같은 작품이다.

  • 기간
    2020-09-24 ~ 2021-01-03
  •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 장소
    덕수궁 전관
  • 관람료
    0
  • 작가
    박래현
  • 작품수
    작품 100여 점, 자료 100여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