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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축

  • 2020-05-06 ~ 2020-05-31
  • 서울 2,3,4전시실
  • 조회수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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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수평의 축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무성영화>, 201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3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무성영화>, 201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3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에이샤 리사 아틸라(Eija-Liisa Ahtila), 〈Horizontal - Vaakasuora〉, 2011, 6채널, 6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에이샤 리사 아틸라(Eija-Liisa Ahtila), 〈Horizontal - Vaakasuora〉, 2011, 6채널, 6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바이런 킴(Byron Kim), <일요 회화>, 캔버스에 아크릴릭, 펜,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Photo: Keith Park
바이런 킴(Byron Kim), <일요 회화>, 캔버스에 아크릴릭, 펜,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Photo: Keith Park
테레시타 페르난데즈(Teresita Fernandez), <어두운 땅>, 2019,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테레시타 페르난데즈(Teresita Fernandez), <어두운 땅>, 2019,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데이비드 내쉬(David NASH), <줄무늬의 달리는 사람(Striped Runner)>, 1989, 193X132X110, 나무
데이비드 내쉬(David NASH), <줄무늬의 달리는 사람(Striped Runner)>, 1989, 193X132X110, 나무
김세진(Sejin Kim), <2048(new version)>, 싱글 채널 비디오, 2020
김세진(Sejin Kim), <2048(new version)>, 싱글 채널 비디오, 2020
한스 하케(Hans HAACKE), <아이스 테이블(Ice table)>, 1967, 스테인리스 스틸, 냉동장치
한스 하케(Hans HAACKE), <아이스 테이블(Ice table)>, 1967, 스테인리스 스틸, 냉동장치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사각구체>, 2007,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과 황동, 삼성미술관Leeum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사각구체>, 2007,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과 황동, 삼성미술관Leeum
맵 오피스(MAP Office), <유령 섬(Ghost Island)>, 2 Pigment prints, each 160 x 120 cm, 2018
맵 오피스(MAP Office), <유령 섬(Ghost Island)>, 2 Pigment prints, each 160 x 120 cm, 2018

《수평의 축》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획전시이다. 이 전시는 르네상스 이후 근대로 이행하면서 오랫동안 탐색되고 예술적 재현을 시도해 온 전통적인 소재이자 주제인 ‘자연’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다양한 형태로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서양 미술사에서 자연은 종교와 인간중심의 사고(思考)에서 파생된 주제들에 가려져 17세기에 이르러서야 풍경화라는 독자적인 장르가 확립되면서 예술가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수평의 축》전은 자연을 처음으로 주체적인 미술의 대상으로 삼았던 풍경회화 이후 지속적으로 변화해 온 자연에 대한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이것은 현대미술의 미학적인 실험을 거쳐 생성되는 재해석을 바탕으로 한 자연에 대한 탐구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사회와 개인 그리고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전통적으로 동양적 자연관이 사람의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의 자연을 의미한다면, 서양에서 자연관은 자연을 하나의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풍경’ 또한 자연을 개척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문명적 상태로 변환한 풍경을 의미한다. 원초적이며 이상적 자연을 의미하는 아르카디아(Arcadia)라는 개념이 서양의 오랜 역사에 존재하지만, 그것 역시 인간의 이상(理想)을 중심에 둔 자연관에서 생겨난 아름답고, 풍요로운 유토피아일 뿐이다.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자연은 보이는 것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현재와 역사, 개인과 사회, 자연의 현상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응축되고 확장되는 넓은 의미의 자연을 말한다.



“수평의 축”이라는 전시 제목은 하늘이 대지 혹은 수면과 맞닿는 수평적 접점에서 다양한 좌표를 그려볼 수 있는 축(axis) 세우기를 시도함으로써 자연의 내부와 외부, 인간과 문명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보고자 하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은 다른 세계와 차원을 바라보게 하는 창이자 문지방(threshold)과 같은 경계에 존재하며 시간, 역사, 인간, 그리고 자연 스스로 존재해 온 방식 속에서 형성된 길항관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묘사와 재현, 삶에 대한 사유,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자각을 일깨우면서 동시대 미술이 함의하는 메시지를 통해 현재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모색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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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1. 부분의 전체


전시장 전경


전시의 도입부가 되는 〈부분의 전체〉 섹션은 자연의 부분적 재현을 통해 삶 자체에 대한 통찰을 다루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한계와 공생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다. 이것은 자연의 제유(提喩)를 통해 근원적인 질문으로 다가서는 방법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 2. 현상의 부피


전시장 전경


〈현상의 부피〉 섹션은 자연 현상에 대한 탐구와 이를 시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계절, 날씨, 물, 연기, 얼음, 공기 등의 자연적인 요소들은 미술의 소재이자 재료로서 오랫동안 탐색되고 실험되어 왔다. 부피가 없는 비물질적이고 일시적인 요소들을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작품들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지를 환기시킨다.



주제 3. 장소의 이면


전시장 전경



서양 미술사에서 말하는 ‘풍경’은 인간의 인위적인 영향력이 가해진 자연의 모습을 포괄적 으로 말한다. 〈장소의 이면〉 섹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장소’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곳, 또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상기한다. 특히, 하나의 장소를 담은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현재 진행형의 역설과 근접한 미래, 그리고 역사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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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작품 1

에이샤-리사 아틸라(Eija-Liisa Ahtila)
<수평-바카수오라(Horizontal-Vaakasuora)>, 2011, 영상 설치, 6분.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 위원회(MDC) 기증.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핀란드 출신의 에이샤-리사 아틸라(Eija-Liisa Ahtila, 1959-)는 최근까지 사진과 영상을 주매체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는 미술이론, 제도비평, 페미니즘에서 출발한 개념미술 작업에 집중하였으나 1990년 이후부터는 이미지, 언어, 서사, 공간의 구축에 관심을 가지고 자아와 타자의 관계, 섹슈얼리티, 의사소통의 난제, 개인 정체성의 형성과 붕괴를 다루어왔다.


수평의 축 주요 작품사진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에이샤-리사 아틸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수평-바카수오라〉(2011)를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다. 핀란드어로 ‘수평’을 의미하는 아틸라의 대형 영상설치 작업은 가문비 나무를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으로 작가가 선택한 나무의 실물 크기와 모양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하여 수평으로 이어진 6개의 채널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문비 나무의 실제 모습을 변형하지 않고, 온전한 형태의 ‘초상’을 영상으로 담고 기록한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의도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실제로 광각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이미지의 변형 없이 가문비 나무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가문비 나무를 찍으려는 작가의 시도는 실제 대상과 기록을 통해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촬영 메커니즘과 ‘기록’이라는 목적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을 기록하는 인간으로 하여금 촬영이라는 행위 속에서 시지각의 확장으로서의 기술을 인지하도록 한다. 한편 자연의 기록이라는 것 역시 인간 중심의 관점과 가치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환기시키며 나무의 초상화이며 자연의 일부분인 한 생물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주요 작품 2

테레시타 페르난데즈(Teresita Fernández)
<어두운 땅(Dark Earth(cosmos)>, 2019, 판넬에 목탄과 혼합재료, 각 203.2X162.6X5.1cm(3개 판넬로 구성). 리만머핀 뉴욕‧홍콩‧서울과 작가 공동소장.


테레시타 페르난데즈(1968~)는 서구 식민주의, 후기 식민주의 시대의 권력 충돌 등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주제를 함축적으로 다룬 풍경화로 잘 알려져 있다. 페르난데즈는 가공되지 않은 광물, 목탄, 불 등의 유기물을 재료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재료 선정 및 구성은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실제 장소의 역사성과 사회적 배경 등과 무관하지 않다.


수평의 축 주요 작품사진

<어두운 땅>(2019) 시리즈는 금속판에 얇은 층을 만들고 그 위에 목탄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 작품이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관람자의 시선은 검은 목탄 조각들 위에 거울처럼 비춰지면서 금가루와 함께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왜곡되는 관람자의 모습을 통해 관람자를 둘러싼 주변 장소와 공간에 연관된 물리적, 심리적 경험들을 환기시킨다. 한편, 각각의 금속판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내포하고 있는 정복과 폭력, 농업, 도시 계획 등과 같은 문화사적인 요소를 은유하며 개념적으로 더욱 광범위한 풍경을 제시하게 된다. 작가는 목탄 조각들을 전체 풍경 안에 존재하는 개별적 주체로 상정하고, 그 구성에 맞게 조각들을 일일이 깎고 다듬었다. 목탄 조각을 맞추는 과정은 작가에게 있어 인간이 살고 있는 우주를 재현하기 위한 기나긴 역사를 의미한다.



주요 작품 3

헤수스 라파엘 소토(Jesús Rafael Soto)
<파고들다(Penetrable)>, 1988, 비닐호스, 아크릴판, 조명등 설치,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헤수스 라파엘 소토(1923-2005)는 1950년대 초반부터 합성수지와 채색된 판들을 조합하여 시·지각적 움직임을 실현하는 시네티즘(Cinetisme) 조각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수평의 축 주요 작품사진

<파고들다>(1988)는 비닐호스를 마치 빗줄기처럼 매달아 놓았다는 점에서 그의 대표작인 <침투 가능한 물>(1971)과 유사성을 갖는다. 작품 관람을 위해서 관람객은 천장에 매달린 가늘고 투명한 비닐호스가 빼곡하게 들어 찬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품 밑 부분에서 조명의 빛과 함께 파동 하듯이 보이는 비닐 호스들의 움직이는 효과는 관람자들에게 옵아트(Optical Art)의 경험적 차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보다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관람 방식을 제안하며 관람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도록 한다.



주요 작품 4

박기원(Kiwon Park)
<넓이(Width)>, 장지에 유채, 214x150cm, 200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수평의 축 주요 작품사진

박기원(Kiwon Park, 1964-)의 〈넓이〉(2008) 시리즈는 기하학적 색면으로 장지 위에 그 린 회화 작업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한 공간 속의 특정 장소의 상황을 크게 몇 개의 면으로 나누고 화면 전면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은 선들을 반복하면서 완성했다. 색의 흐름은 감상자가 자연 속에서 사계를 연상하면서 크게 초록, 파랑, 갈색 계열로 연결하도록 구성했다. 이런 회화 작업은 감상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선 하나의 큰 색면으로 다가오지만 그림의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그리기’의 과정을 거쳐 그려진 면과 무수히 쌓여진 선의 중첩을 볼 수 있다. 이런 형식의 그림들은 장소나 여백, 원형성 등에 대한 관심을 평면 위에 표현한 것이다. 박기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사계절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100여 점 넘게 지속적으로 작업해왔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10점의 연작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며, 관객과 장소에 좀 더 깊은 배경의 역할을 함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미지 재현을 지양하는 박기원은 명상적이며 수행적인 반복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한 공간과 시간의 존재를 캔버스에 담았다.



주요 작품 5

맵 오피스(MAP Office)
<유령 섬(Ghost Island)>, 2019, HD 비디오, 사운드, 38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맵 오피스는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룹으로 작가 로랑 구티에레즈(Laurent Gutierrez, 1966~)와 건축가 발레리 폭트패(Valérie Portefaix, 1969~)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사진, 회화, 설치, 공연, 문학 및 이론적 텍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물리적, 상상적 영역을 유연하게 연구하는 작업을 보여주면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지역을 바라보는 다양한 비판적 시각의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수평의 축 주요 작품사진


<유령 섬>(2019)은 인간의 어업 활동을 주제로 그와 관련된 사회적, 경제적, 역사적 관점의 이야기와 다양한 문화를 조사하는 설치 미술 시리즈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의 각기 다른 지역에 설치된 예술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진행되며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된 어망 같은 해양 쓰레기와 바다, 산호 등 해양 생태계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맵 오피스는 활동가, 잠수부, 어부들과 협력해 그물의 부러진 나일론 실로 새로운 물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맵 오피스는 대나무와 버려진 어망 그물을 엮어 이 작품이 촬영된 해안의 섬들과 유사한 형태의 구조물 ‘유령 섬’을 만든다. 구조물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해안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면서 일종의 해양 에코시스템을 회복하는 정화 작업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요 작품 6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무성영화(The Silent Movie)>, 201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3분 27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로랑 그라소(1972~)는 빛, 소리, 전기에너지, 자기장처럼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상상하고 시각화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미디어, 드로잉, 페인팅, 설치, 조각, 비디오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다.


<무성영화>(2010)는 로랑 그라소가 8회 마니페스타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이 영상은 스페인의 코르도헤나라는 해안 군사지대를 촬영한 것으로 햇살에 반짝이는 평온해 보이는 해안 풍경이 도입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그 주변을 둘러싼 위장된(camouflaged) 군사시설물을 드러내는 화면들로 이어진다. 카메라는 평화롭고 경치 좋은 해안을 비추지만 방어와 공격 양면을 모두 보여주는 군사시설들을 통해 과거 역사의 지나온 흔적들을 말해준다. 또한 바다로부터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잠수정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충돌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현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과 역설을 작가의 언어로 시각화하기 위해 탐색하고 실험하는 그라소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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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간
    2020-05-06 ~ 2020-05-31
  •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 장소
    서울 2,3,4전시실
  • 관람료
    서울관 관람권 4,000원
  • 작가
    에이샤-리사 아틸라,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바이런 킴, 김세진, 데이비드 내시, 제니퍼 스타인캠프, 토마스 스투르스, 올라퍼 엘리아슨, 앤디 골즈워시, 한스 하케, 박기원, 팀 프렌티스, 헤수스 라파엘 소토, 로랑 그라소, 맵 오피스, 원성원, 한성필
  • 작품수
    약 70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