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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아시아 현대미술 중심 기관으로서 2017년부터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일환으로 2018년 개최한 첫 번째 전시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4.7.~7.8.)전에서 아시아를 지리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비평적 관점으로서 제시한 바 있다.
2020년 두 번째 전시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에서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서 ‘가족’을 통해 아시아 지역 내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공유하는 공공의 장(platform)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미술관은 세대 간, 사회·경제적 계급 간 구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모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이곳에서 작가와 관람객은 유동적인 공감과 연대의 장으로서 ‘또 다른 가족’을 함께 그려본다.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등 8개국 출신 작가 15팀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 국가, 세계로 확장되어 가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참여 작가들은 퍼포먼스, 사진, 영상 등 작품 뿐 아니라 포장마차, 농장, 투자 설명 부스, 뮤직비디오 상영, 뉴스룸, 라운드테이블 등 워크숍을 통해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5전시실에서는 집단 가운데 개인의 모습을 탐구하고, 이분법적 논리가 전제된 사회 체계 속에서 제한되는 신체와 정신을 이야기한다. 이강승(한국)은 <미래의 심상들>이라고 명명한 라운지 형태의 서점을 통해 국내 소수자 커뮤니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치, 상영회 및 드로잉 등으로 그려낸다. 탄디아 페르마디(Tandia Permadi, 인도네시아)는 사진 연작을 통해 가족 안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성역할(gender role)과 자아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듀킴(Dew Kim, 한국)은 무속신앙의 퍼포먼스에 주목하며 퀴어와 젠더,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에 관한 문제의식을 K-POP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보여준다. 재일교포 정유경은 한국, 일본, 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사회 안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신작 <이등병의 편지>로 고찰한다. 니 하오(Ni Hao, 대만)는 나무뿌리처럼 뒤엉킨 리코더 조각 작품을 통해 정규 교육과정 속 잔재하는 서구 제국주의 맥락을 드러낸다. 와타나베 아츠시(Atsushi Watanabe, 일본)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던 자신의 경험과 사회로부터 지워졌던 개인의 기억을 콘크리트 집을 허무는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에이사 족슨(Eisa Jocson, 필리핀)은 여성 이주 노동자의 감정 노동을 주제로 한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The Filipino Superwoman Band)의 노래를 관객들이 영상을 보며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든 <슈퍼우먼 KTV> 노래방을 선보인다. 필리핀 문화예술가 그룹 레스박(RESBAK)과 사우스 호 시우남(South Ho Siu Nam, 홍콩)은 국가로부터 묵인된 폭력에 의한 비극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아이작 충 와이(Isaac Chong Wai, 홍콩)는 홍콩, 중국 우한, 한국 광주에서 모인 240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퍼포먼스 영상 <미래를 향한 하나의 소리>를 선보인다.
복도 공용 공간 및 전시마당에서는 작품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출발점으로서 ‘또 다른 가족’을 이야기한다. 필리핀 작가그룹 98B 콜라보레이터리(98B COLLABoratory), 허브 메이크 랩(HUB Make Lab), 칸티나(KANTINA)는 협업프로젝트 <투로투로(TURO-TURO, 가르키다/가르치다)>를 통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토론하며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논의와 연대를 제안한다. 인도네시아의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Jatiwangi Art Factory)와 한국 작가 그룹 버드나무 가게가 협업한 <투자로 가는 길>은 삶의 기반인 토지를 투자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문을 품고 실제 투자 설명 부스를 세워 관람객과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말레이시아 사바(sabah) 지역의 작은 마을 공동체 주민들과 함께 협업하는 이 이란(YeeI-Lann)은 지역이 품은 역사적 기억과 모순을 전통공예를 기반으로 한 대형 직조작업으로 재현해낸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를 선보인다.
6전시실에서는 왕 투오(Wang Tuo, 중국)의 영상 작품 <강박>을 선보인다. 최면에 걸린 건축가의 시점으로 베이징 중심에 위치한 1950년대 건물의 역사를 더듬어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진 신념에 대한 허무함을 그려낸다.
주요작품
이강승, <미래의 심상들>, 2020, 설치 전경.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강승(한국)
이강승은 국내 소수자 커뮤니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시각미술로서 연결하고자 시도한다. 작가는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가 융합되고 전달되는 총체적 행위와 장소를 ‘퀴어적(queer)’이라고 정의하며, 새로운 프로젝트 <미래의 심상들>을 통해 그에게 주어진 전시 공간과 자원을 소수자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다른 예술가들과 공유하여 관객과 함께 ‘퀴어적인 것은 무엇인지’ 탐구한다. 그는 전시 기간 동안 드래그(Drag) 아티스트 모어(MORE)와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문학평론가 오혜진과 함께 다양한 관점의 ‘퀴어’ 이슈를 담은 출판물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이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퍼포머나 비디오 작가들의 작업을 상영하며, 베아트리스 코르테스(Beatriz Cortez)와 협업한 관객 참여형 설치 작업 <미래완료>를 통해 미래를 바꾸는 언어의 힘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1990년 에이즈로 사망한 이후 예술계에서 잊혀진 작가 쳉퀑치(Tseung Kwong Chi)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드로잉 시리즈는 에이즈로 사망한 작가들의 인생과 작업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부재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퀴어’라는 단어를 다각적으로 분해, 해체한다.
탄디아 페르마디, <자화상 #7>, 2011, 종이에 c-프린트, 60x40cm. 작가 소장.
탄디아 페르마디(Tandia Permadi,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반둥에 기반을 둔 작가 탄디아 페르마디는 미술을 가장 개인적 수준의 사상과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그는 첫째 아이가 아들이면 불행의 징조라는 미신을 가진 가정에서 첫째 아들로 자랐다. ‘여성적' 모델을 강요받은 억압적 유년기의 기억으로부터 그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젠더 역할과, 개인적 경험의 충돌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고자 노력하지만, 타인에 의해 ‘구분된' 분류체계로 인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떠 있는 자아를 돌아본다.
듀킴, <우리의 밤이 미래가 될 때까지>, 2020, 단채널 영상.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 사진 제공: 듀킴.
듀킴(Dew Kim, 한국)
듀킴은 점차 경계가 모호해지는 퀴어와 젠더의 개념을 샤머니즘의 시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그는 과거 서구인들에 의해 ‘흑신앙(black faith)’이라 폄훼하여 불리던 북아시아 주술-종교인 ‘샤머니즘’의 또 다른 비하적 표현인 ‘사물을 보는 낡고 잘못된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가는 선과 악, 천국과 지옥, 원인과 결과, 주체와 대상 등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는 사고체계가 종교에서 파생된 ‘분리’ 개념이라고 본다. 이에 작가는 서구 종교적 관점에서의 동성애 박해와 이에 대립되는 한국 무속신앙의 주술적 수행과 그 역할을 탐구한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샤머니즘 의식의 퍼포먼스에 주목하며 퀴어와 젠더, 나아가 트랜스 휴먼과 포스트휴먼에 대한 이야기를 K-pop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보여준다.
정유경, 〈이등병의 편지〉, 2020, 2채널 영상.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
정유경(한국)
정유경은 내부인도 외부인도 아닌 (또는 내부인이자 외부인인) 재일교포의 시점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다. 2018년 병역법 개정으로 국내에 3년 이상 거주한 재외국민 2세에게도 병역 의무가 부과되면서 군 복무를 마쳐야 진정한 ‘한국 남자’로 규정되는 폭력적 시스템을 드러내고자 한다.
니 하오, <구조 연구 I>, 2012, PVC 파이프에 채색, 나무, 의자,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46초, 약 183x137x167.5 cm. 작가 소장.
니 하오(Ni Hao, 대만)
니 하오는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권력구조, 소비주의, 폭력미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후기 식민주의 체제 속 대만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작업을 통해 그가 학창 시절 겪었던 강압적인 교육 체계를 드러낸다. <구조 연구 I>은 탄탄한 이론을 기반으로 구성된 기존의 사고체계를 교란하고자 하며, 교복, 플라스틱 리코더와 같은 작품 속 친근한 사물들 뒤에 숨어있는 정치적 비유나 개인적 기억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이 작품에서는 퍼포머가 원 그래프와 선형 그래프로 구성된 복잡한 스코어를 해석하며 플라스틱 리코더를 연주하는데, 녹은 리코더와 PVC 파이프를 연주하는 행위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과 연결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온 학창시절 음악 교육 제도에 내재한 제국주의적 폭력성을 지적한다.
아츠시 와타나베, <7일간의 죽음>, 2017, 비디오, 10분 50초, 가변크기. 작가 소장.
촬영 및 편집: 케이스케 아노우에. 촬영보조: 타카시 이시. 수상: 아트커미션 요코하마.
아츠시 와타나베(Atsushi Watanabe, 일본)
아츠시 와타나베는 획일화된 사회 속 제거 또는 고립된 개인의 가치를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던 본인의 경험을 통해 그려낸다. 작가는 과거 본인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기시사이세이(擬死再生;ぎしさいせい)” - 금욕적인 수행을 통해 순간적으로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개념을 뜻함-에 빗대어 퍼포먼스로 재현해냈다. 이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작품 <7일간의 죽음>에서 그는 일주일 동안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좌) 에이사 족슨, <필리핀 슈퍼-KTV-우먼>, 2019, 라이브 퍼포먼스. 작가소장. 사진 제공: 록번드 미술관.
(우) 에이사 족슨, <슈퍼우먼 KTV>, 2019, HD 비디오, 마이크, 스테레오 사운드, LED & 디스코 볼 조명, 8분 4초. 작가 소장. 사진 제공: 록번드 미술관. 록번드 미술관, 《휴고보스 아시아 미술상 2019》 전시 전경.
에이사 족슨(Eisa Jocson, 필리핀)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에이사 족슨은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The Filipino Superwoman Band)'라는 앙상블 밴드를 결성하여 퍼포먼스 ‘슈퍼우먼'을 선보인다. 이 노래의 원곡은 카린 화이트(Karyn White)라는 미국 가수의 곡인데, 필리핀에서 재닌 데시다리오(Janine Desidario)라는 가수가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에요'라는 뜻의 ‘힌디 마코 시 다마(Hindi Ako si Darna)’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노래는 한 이주 여성 노동자의 감정과 노동, 삶을 여실히 드러낸다. KTV 현상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밴드의 안무는 또한 노래의 화자인 여성의 감정 노동을 고도로 모듈화된 미적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슈퍼우먼 KTV> 노래방을 설치하여 관객들이 노래를 직접 따라부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레스박, <하루하루 살아남기>, 2018, 종이에 c-프린트, 60x40cm. 작가소장.
레스박(RESBAK)
‘살생에 저항하여 침묵을 깨뜨리는 대응(RESpond and Break the silence Against the Killings)’의 줄임말인 레스박은 필리핀의 예술가, 미디어 전문가, 문화 종사자로 구성된 콜렉티브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가가 승인하는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루하루 살아남기>를 통해 전달되는 시각적 충격과 이를 기반으로 한 감정적 연대는 곧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되고, 힘없는 자들의 힘이 된다. 실제 사건의 서사를 미적인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 기록 프로젝트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사회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우스 호 시우 남, <우산 샐러드 XLV(45)>, 2014,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50.8x60.9cm. 블라인드스팟 갤러리와 작가 소장.
사우스 호 시우 남(South Ho Siu Nam, 홍콩)
작가는 사진을 주 매체로 사용하여 자신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환경과 이를 경험하는 존재들의 삶을 그려낸다. 그의 작업에서는 여러 문화가 혼재하며 복잡하게 얽힌 홍콩의 상황이 다양한 시각으로 포착된다. 수많은 의도들이 혼재한 현대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흑백의 도시 풍경과 다양한 피사체를 각기 다른 시점으로 담아낸다.
아이작 충 와이, <미래를 향한 하나의 목소리>, 2016, 3채널 비디오, 7분 13초. 홍콩 카이탁 활주로 공원, 한국 광주 민주광장, 중국 우한 K11 아티스트 빌리지에서 퍼포먼스,
제5회 대형 공공 미디어 아트 전시 - 캐롤라인 하 툭 기획 《휴먼 바이브레이션》.
아이작 충 와이(Isaac Chong Wai, 홍콩)
영국 식민주의의 잔재와 중국 본토의 정치체제가 공존하는 홍콩에서 자란 작가는 공공미술 형식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표현한다. <미래를 향한 하나의 소리>는 홍콩과 한국의 광주, 중국 우한에서 모인 240명의 퍼포머가 참여하는 퍼포먼스이자 ‘살아있는 조각 작품’이다. 작가는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과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제의적인 활동으로서 공공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를 개인화한다.
98B 콜라보레이터리+허브 메이크 랩+칸티나, <투로투로>(참고 이미지), 2020. 이미지 제공: 98B 콜라보레이터리+허브 메이크 랩+칸티나.
<투로투로(TURO-TURO, 가르키다/가르치다)>는 필리핀 작가 그룹 98B 콜라보레이터리, 허브 메이크 랩, 칸티나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이 세 그룹은 필리핀 단어 ‘투로(turo)’를 통해 다양한 공동체 속 지역성의 개념과 현지화의 일상적인 개념을 탐구한다. ‘투로'는 맥락에 따라 ‘가정식을 판매하는 동네 음식점' 또는 ‘가리키다(point)', ‘가르치다(teach)’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프로젝트는 관객 참여형 워크숍으로 기획되어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논의와 연대를 제안한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며 잡담을 나누듯 토론하지만, 이러한 공감각적 경험은 문화적 이해와 공동의 보살핌을 통한 희망에 빛을 밝혀준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류 전체가 어려움에 처한 지금 상황에서, 작가들은 반찬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의미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98B 콜라보레이터리(98B COLLABoratory)
필리핀 마닐라에서 2012년 1월 결성된 98B 콜라보레이토리는 예술가들이 이끄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다학제적 미술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미술가, 디자이너, 큐레이터, 작가, 음악가, 활동가, 문화계 종사자, 퍼포머 등 다양한 그룹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부터 캐서린 누녜즈(Katherine Nuñez)가 디렉터로서 이끌고 있으며, 독립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안적 전시 공간이자 공동체로서 역할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아티스트 토크, 바자회, 출판, 프로젝트, 워크숍 및 리서치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한 미술 작업을 진행한다. 98B는 다양한 담론과 시각을 교류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의적인 그룹과 전 세계 동시대 미술 현장을 연결하는 열린 대화의 장이 되고자 한다.
허브 메이크 랩(HUB Make Lab)
허브 메이크 랩은 필리핀의 예술가와 메이커(maker)가 이끄는 연구소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공동체 활동을 기획한다. 2016년 98B가 처음 고안하여 시작된 허브(HUB)는 창의적이고 행동지향적인 지역 공동체를 위한 독립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며, 98B에서 독립한 이후로는 98B의 창립 멤버인 가브리엘 빌레가스(Gabriel Villegas)가 관리해오고 있다. 허브는 창의적인 스타트업, 예술가, 공예 작가들을 포함한 여러 메이커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생태계 지속가능성, 지역 문화유산 보전, 지역 공동체 활성화, 지역 농업 지원과 같은 지역 내 중요한 가치들을 알리는 프로젝트 및 활동을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을 도모하기도 한다. 창의적인 구성원들이 문화 융성의 선순환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전시, 공연, 상영회, 토크, 워크숍 등을 조직한다.
칸티나(KANTINA)
필리핀어로 구내식당(canteen)을 뜻하는 ‘칸티나’는 비유적인 의미의 주방이다. 창의적, 예술적 신주를 마르지 않게 도와주는 읽을거리들로 차려진 뷔페이기 때문이다. 98B의 전 디렉터인 마리카 콘스탄티노(Marika Constantino)가 2018년 필리핀 카피스(Capiz)에 위치한 로하스 시티에 설립했다. 공동 학습 및 공동 창작 플랫폼인 이곳은 동시대 미술과 문화에 입맛이 당기는 방문객에게 생각할 거리(food for thought)와 우의적인 다과를 제공한다. 토크, 워크숍, 독서, 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러한 식욕을 채워주기 위해 기획된다.
Hit & Run 활동 사진: 위기 속의 투자 행위로서, 이웃들에게 나눠 줄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Hit & Run 활동은 〈투자로 가는 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Jatiwangi Art Factory, 인도네시아) + 버드나무가게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와 한국의 작가 그룹 버드나무가게의 협업 <투자로 가는 길>은 삶의 기반인 땅을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문을 가지고 이에 대한 논의를 펼쳐보고자 한다. 전시에서 관람객은 자티왕이가 인도네시아에 일정 기간 빌려둔 땅의 점유권을 구매할 수 있고, 이러한 관객의 참여가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활동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작은 도시 자티왕이와 서울의 개발 대상 지역인 개미마을의 땅이 가지는 가치를 재고한다.
이 이란, <매트/책상> 연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트/책상 7>, 2018-2019, 매트, 바자우 사마 딜라웃 부족의 판다누스 직물에 상업용 화학 염색, 매트 실란트, 에디션 1/2(A.P. 1), 84x109cm.
<매트/책상 19>, 2018-2019, 매트, 바자우 사마 딜라웃 부족의 판다누스 직물에 상업용 화학 염색, 매트 실란트, 에디션 1/2(A.P. 1), 123x145cm.
<매트/책상 15>, 2018-2019, 매트, 바자우 사마 딜라웃 부족의 판다누스 직물에 상업용 화학 염색, 매트 실란트, 에디션 1/2(A.P. 1),98x118cm.
<매트/책상 37>, 2018-2019, 매트, 바자우 사마 딜라웃 부족의 판다누스 직물에 상업용 화학 염색, 매트 실란트, 에디션 1/2(A.P. 1), 72.25x 119cm.
(4점 모두 실버렌즈 갤러리와 작가 소장)
오마들 섬, 술루 해, 셈포나, 사바 출신 바자우 사마 딜라웃 직조공 아딕 엘리샤, 아딕 아니다, 파킥 아네, 칵 부디, 아딕 다윙, 아딕 다양, 아딕 델라, 칵 인다 자라, 칵 카누크, 칵 쿨룩, 칵 눌바야, 아딕 누 타슈, 칵 로지아, 칵 사나, 칵 시티 라순, 칵 술만, 파킥 툴라란과 공동 직조.
이 이란(YeeI-Lann, 말레이시아)
이 이란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사바주(Sabah 州)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에서 활동한다. 다양한 매체에 기반을 둔 그녀의 작업은 문화와 권력, 지역의 역사적 기억과 그 모순의 흔적들을 발견하는데 초점을 둔다. 작가는 국가통제와 관료주의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후기 식민주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이를 미학적 언어로 그려내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매트/책상>에서는 서구 입식 생활 문화를 상징하는 ‘책상’과 말레이시아 지역 커뮤니티의 ‘매트’의 이미지를 매트 직조 과정을 통해 병치함으로써 이들이 가지는 기능과 형태의 이중적 의미를 드러냄과 동시에, 어느덧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역사적 기억을 다시금 소환한다.
(2010) 중 ‘운동해’ 행사 보도 장면, 2019. 사진제공: 강희주.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eminist Designer Social Club, FDSC 한국)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은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새로운 구조체계를 상상하고 실현시키고자 2018년 4명의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래, 현재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150여 명의 디자이너들의 공감과 연대의 장이자 지식 교류의 장으로 확장되었다. FDSC는 이번 뉴스 프로젝트를 통해, 기성 권력의 중심에 위치한 미디어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차용한다. 이 무대를 통해 여성 디자이너의 사회적 위치 및 인식을 제고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시각화하며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왕 투오, <강박>, 2019, 단채널 HD 비디오(컬러, 사운드), 20분 31초, 가변크기. 작가 소장.
왕 투오(Wang Tuo, 중국)
왕 투오의 영상 작업 <강박>은 사회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950년대 베이징에 지어진 푸슈이징 빌딩을 최면술사와 그 빌딩을 지은 건축가의 시점으로 탐험한다. 영상 속 건축가의 독백은 최면술사가 그를 무의식 속 ‘비밀의 방'으로 안내하는 동안 이어지며, 이를 통해 구시대 유물인 건물과 건축가가 쫓고자 했던 이상향의 실체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