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4전시실에서 시작됩니다.
《정상화》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단색조 추상화가 정상화(1932~ )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해 살펴보는 전시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사적 의의가 있는 예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세계에 주목해왔다. 이어 한국 현대미술사의 공백을 메꾸는 차원에서 꾸준히 원로 작가 개인전을 기획하여 미술사적 성과를 얻는 동시에 대중들로 하여금 한국 현대미술의 토대를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오랜 기간 단색조 화가라 불렸으나, 그 미술작업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고, 정작 국내에서 작업활동 전반을 온전히 펼쳐 보일 기회가 부족했던 정상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정상화는 1932년 경북 영덕 출생으로 1957년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현대작가초대전》(1960), 《악뛰엘 그룹전》(1962), 《세계문화자유회의 초대전》(1963) 등 다수의 정기전, 그룹전에 참여했고, 파리비엔날레(1965), 상파울로비엔날레(1967) 등에 한국 작가로 출품했다. 1967년 프랑스 파리로 갔다 1년 후 귀국한 작가는 1969년부터 1977년까지 일본 고베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고, 이후 1978년부터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던 1992년 말까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작업에 몰두했다. 1992년 11월 귀국하여 1996년 경기도 여주에 작업실을 짓고 자리 잡은 후에는 줄곧 한국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창 시절 대상을 재현하는 구상 회화를 주로 그렸던 정상화는 1950년대 중후반이 지나면서 앵포르멜 경향의 표현주의적 추상을 실험했다. 이후 일본 고베로 건너갈 무렵부터 작가는 앵포르멜에서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1970-80년대 고베와 파리에서의 작업활동을 통해 그를 대변하는 단색조의 격자형 화면 구조가 확립되었다. 정상화는 다양한 기법과 매체 실험을 통해 종국에 캔버스 위에 물감을 “들어내고 메우기”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방법론을 발견해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머물며 작업했던 여러 공간(서울, 고베, 파리, 여주)과 시간을 이어 연대기적 흐름을 큰 축으로 하면서 그의 독특한 조형 체계가 정립된 과정을 추적하고자 한다. 동시에 종이와 프로타주 작업 등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지 않은 작품들과 이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조형 연구와 매체 실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전시공간은 '추상실험',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격자화의 완성', 그리고 '모노크롬을 넘어서' 등 4개의 주 섹션과 '종이와 프로타주'라는 1개의 특별 섹션, 그리고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상자료와 기록물들, 그리고 작가의 드로잉 작업을 펼쳐 보인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