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 외벽 작품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만 5월 6일까지 연장합니다.
‘청주프로젝트’는 ‘도시’와 ‘일상 공간’이라는 핵심어 아래 실내 전시장을 벗어나 야외와 공용공간을 활용하여 선보이는 정례전이다. 올해에는 ‘비인간과 가상 도시’라는 주제로 기술 발전에 따라 가상 공간으로 확장된 도시와 그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MMCA 청주프로젝트 2023 «안성석: 모두의 미래를 위해»를 개최한다.
사진, 게임, VR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업하는 안성석은 비인간의 눈, 즉 게임 프로그래밍, 3D 모델링 등 기계장치로 구축한 2085년 가상의 미래 도시를 미술관 외벽과 로비에 선보인다. 미술관 외벽에 설치한 길이 91미터의 대형 이미지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에는 작가의 상상으로 구축한 미래의 풍경이 담겨 있다. 과학기술을 앞세워 자행한 무분별한 개발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재난을 초래했다. 미래 도시는 물로 가득 차 폐허가 되었고, 인류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미술관 로비에는 게임 형식의 시뮬레이터, 설치, 인터랙션 비디오 등 총 4점의 작품이 관람자를 맞이한다. 대형 설치 작품인 ‹보더 커넥션 – 인과율 해석기›(2023)는 미래에서 온 미확인 물체로, 이 존재는 로비를 미래의 낯선 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대형 스크린에 연결된 게임 형식의 작업 ‹자율의 주행(2023)은 관람자가 시뮬레이터의 핸들과 페달을 작동해 도시를 둘러볼 수 있다. ‹그 위에 그 아래›(2012)는 2012년 안성석이 미술품수장센터로 재탄생하기 전 건물인 연초제조창을 실측하여 3D 모델링과 게임 프로그래밍으로 제작한 인터랙션 비디오 작품으로, 오랫동안 방치된 공장을 가동해 숨을 불어 넣는다. ‹기억 암순응›(2023)은 암흑 세상이 된 2063년 미래의 미술관 일대를 가상으로 구축한 작품으로 휴대용 스캐너를 사용해 과거의 흔적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인터랙션 기기를 통해 관람자를 가상 공간에 연루시킴으로써 현실을 환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인식 변화를 독려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의 발전으로 도시는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고 더 스마트하게 변모했다. 인류는 더할 나위 없이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해와 관심, 배려와 같은 가치를 잊고 산 탓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더 잦아진 가뭄과 홍수, 생태계의 변화 등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황폐해졌다. 미래는 멀리 떨어진,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공동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더욱 긴밀한 공감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전시가 미래의 도시를 상상해 보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성찰하고 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미래의 그날에도 모두가 안녕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