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및 작가 소개
여기, 한 화가가 있습니다. 검은 뿔테 안경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그는 주말마다 파주의 한 농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의자도 없이 털썩 흙바닥에 주저앉아 30년을 꼬박, 똑같은 풍경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화가의 이름은 이대원. 바로, 오늘 전시의 주인공입니다.
세상은 그를 이렇게 부릅니다. 가장 행복한 화가, 팔자 좋은 화가.
유복하게 태어나 경성제대 법학과를 나왔고, 홍대 미대 교수를 거쳐 화가 출신 최초의 미대총장, 화랑의 경영자이자 한국예술원 회장까지···.
그림 한 점 팔지 못해 고난 속에 살다간 불멸의 화가들과 달리 그는 일찍 유명해졌고, 그의 그림은 미술관 수장고보다 미술 애호가들의 집 벽에 먼저 걸렸습니다.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온 인생처럼 보입니다. 밝고 화사한 화면은 그런 삶을 투영한 것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궁금해지지 않나요? 빛 속에서만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의 어둠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가 사랑한 나무와 들꽃, 바람과 물결은 빛만큼이나 찬란하게 그림자를 튕겨내는데 왜 그는 빛만을 걸러내서 화면에 담아냈을까요?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왜 사람이 보이지 않을까요?
이번 전시에서는 이대원이 남긴 그림들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어디에서 그 환한 빛을 길어왔는지, 그 빛을 어떻게 어둠 위에 켜켜이 쌓아 찬란한 화면으로 피워냈는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