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미감»은 도시를 생동하게 하는 음식 문화를 통해 재발견되는 삶과 예술 그리고 공동체를 주목하는 전시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음식 문화 전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게 하기보다 문화산업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음식 문화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맛’의 경험에 탐닉하는 감각의 소비 행위에서 벗어나, 씨앗을 심고 키우는 식재료의 생산에서부터 도심 속 장터에 모여 먹거리를 사고팔며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행위를 통해 ‘도시’라는 장소를 재발견하고, 삶의 관계 설정을 재조직한다. 더 나아가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재료를 연구하며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까지 확장되고 있다.
예술과 삶을 일치시키고자 노력했던 아방가르드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창작활동과 더불어 의식주에 대해서 주목했다. 예술이 개인의 삶을 회복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가꾸어갈 수 있다는 믿음은 삶의 가장 기저에 놓인 행위들과 더불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공동체를 상상하기 위해서 먹고 사는 자율적인 시스템을 고안하고자 했으며, 그 중에서 음식은 가장 감각적이지만 치명적인 수단이었다. 새로운 물건을 생산하기에 급급했던 디자이너들 역시 이제 무엇을 만들기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수단으로서 디자인 방법론을 상상했다. 여기에 음식문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전시는 도시 생동 (Food x Urban Mobility), 음식과 공동체 (Food x Community), 음식을 통한 공유와 나눔 (Food x Sharing Culture)의 세 가지 주제어를 바탕으로 총 13인/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양상을 ‘도시라는 무대’ 위에 펼치게 된다. 또한 서울관 전시실8을 거점으로 전시가 열리는 약 4개월의 기간 동안 도시에서 일어나는 음식 문화의 여러 장면들을 포착하는 동시에,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참여의 무대를 구성하여 시각, 청각, 미각과 후각에 이르는 다 감각적(multi-sensory)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음식을 통해 경험해 온 미각(味覺)을 단지 감각 충족의 수단이 아닌,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사회적 매개로서 접근하고자 한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장소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도시의 미감(美感)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