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여성’의 수동적 삶에서 벗어나, 신식 교육을 받고 신문명의 세례를 받은 ‘신여성’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편견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겉치레와 외모에 치중하는 ‘모던 걸’의 대유행은 상업주의의 성행과 맞물려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시대 ‘욕망’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신여성 도착하다»전은 일제강점기 ‘신여성’이라는 새롭고도 복잡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부에서 관객은 경성의 도시를 거닐던 신여성의 퍼레이드를 만나고, 사진, 인쇄물, 영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시각화된 ‘신여성’의 다양한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2부에서는 근대기 ‘신여성’ 자체였다고 할 수 있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한다.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 등 근대기 대표적인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전형적인 여성의 ‘일’로 간주되었던 ‘자수’의 미학적 가치를 재고해본다. 3부에서는 미술에서부터 문학, 무용, 대중가요,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신여성’들의 삶을 집중조명하고, 이들의 실현되지 못한 꿈을 주제로 한 현대 작가들의 신작 작품들이 전시된다. 신여성에 ‘대한’, 그리고 신여성에 ‘의한’ 작품·자료를 망라한 이번 전시를 통해 20세기 여성 중심의 문화사를 역동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