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년 6 월부터 시작한 장기 기획상영 프로그램 ‘ 이야기의 재건 ’ 시리즈는 «이야기의
재건 5: 폴리포니 , 가상의 나»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시리즈는 이미지와 텍스트 , 목소리(사운드) 가 가상의
나를 매개로 결합되면서 에세이영화 서사의 아름다운 예를 보여주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 여러 개의 선율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체로 결합되는 폴리포니 음악의 선율처럼 , 목소리로 전달되는 텍스트의 운율과
이미지의 대위법적 관계는 자유로운 시적 영화의 완성을 이끌어낸다 . 가상의 인물을 통해 현재의 풍경이
다층적인 시간의 이야기를 내포하는 영화를 만들어온 작가들 중에서도 «이야기의 재건 5»는 마르그리트 뒤라스, 패트릭 킬러 , 양혜규 , 에릭
보들레르 의 작품을 소개한다 .
문학과 영화를 포함한 여러 예술 장르에 걸쳐 새로운 미학적 흐름을 선도한 작가였으며 현대 영화미학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작가로 기억될
마르그리트 뒤라스 의 작품 중에서 «이야기의
재건 5»는 뒤라스가 1979 년에 만든 네 편의 단편을 소개한다 .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풍경 이미지가 선사시대 동굴벽화에 그려진 손 이미지로 중첩되는 식으로
텍스트의 열린 시적 가능성을 탐구한 뒤라스의 이 단편들은 현대 에세이영화의 가장 담백한 유형을 보여준다.
또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1982) 을 모노드라마로 연출하기도
했던 양혜규 의 ‘ 비디오
3 부작 ’ 은 일종의 여행 서사시 형식 안에서 목소리와 이미지의
관계를 실험한다 . 부유하는 여행자의 단상이 보이스오버로 전해지는 모호한 풍경 이미지들은 자아와 도시공간
사이의 간극을 담아낸다 .
에릭 보들레르 의 영화는 통용되는 역사와 지역의 구조
속에서 단절되거나 사라진 존재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재구성해낸다.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2014) 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나라 압하지야의 전직 외교부 장관 막심 그빈지아를 화자로
삼아 편지를 보내는 형식이다 . 급진 좌파 시나리오 작가였던 아다치 마사오가 1970 년대 레바논에서 일본 연합적군 부대에 합류해 활동했던 27 년
간의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장편영화는 풍경 이미지와 자료화면을 활용해 주인공의 여정을 재구성한다.
주관적 카메라 시점과 보이스오버를 사용해 사색적인 풍경 이미지로 구성된 영화를 만들어온 현대 에세이영화의 거장 패트릭 킬러 의 전작 ( 全作) 이 또한 상영된다. 그의 걸작 로빈슨 3 부작은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 익명의 화자가 그의 친구였던 로빈슨과 동행한 일련의 런던 여행을 회고하는 보이스오버를
통해 자본주의와 현대 영국의 정치 , 경제 , 역사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재건5: 폴리포니 , 가상의
나»에서 소개되는 에세이영화의 걸작들은 작가의 주관적 시점 자체를 메타포로 변형하면서 생각하는 영화의
내적 운율을 전달하고 , 잊혀지거나 숨겨지고 또는 사라진 이야기들을 재건한다.
※ 이야기의 재건5 브로슈어
※ 이야기의 재건5 상영시간표